문 콜드 머시 톰슨 시리즈 1
파트리샤 브릭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슈퍼내추럴들의 향연[문콜드1]

 

보드레한 달빵을 야금야금 먹고 차츰차츰 차올라 동그스름한 얼굴로 어둔 밤을 밝히다, 또 조금씩 조금씩 이지러져 새초롬한 눈썹 모양이 되기를 끝도 없이 반복하는 달.

강한 빛으로 대낮에 우리 머리 위에 군림하는 태양과는 달리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으로 밤을 감싸안은 달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든다.

달을 보며 하루를 반성하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하며 공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는데...

달을 주제로 또는 모티프로 하여 탄생한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 작품 [문 콜드]

이 소설에서는 유난히도 달빛의 부름에 호응하는 무리들이 많이 등장한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허용하는 거의 모든 초자연적인 존재-슈퍼내추럴-들이 한자리에 모인 듯하다. 뱀파이어,늑대인간, 요정, 그리고 코요테.

 

[문콜드]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나레이터는 코요테로 변신가능한 워커, 머시 톰슨이다. 트라이시티즈에서 독일 클래식카 전문 정비소를 운영하는 그녀는 배꼽에 코요테 발자국 무늬의 문신을 한 정비사이다. 정의감에 불타는 행동파. 그녀의 옆집에는 섹시한 이혼남 아담이 딸 제시와 함께 살고 있는데, 사실 그는 컬럼비아 분지 무리의 알파인 늑대인간이다. 우어어~

코요테 워커도 모자라 옆집엔 늑대인간이라....

다행히 아담의 딸 제시는 아담의 전부인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인간이다.

남자들의 세계라 여겨지는 정비소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다소 거친 욕설이 입에서 튀어나올 때도 있지만 그런 머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함께 사는 고양이 메데아와 바로 옆집의 제시이다.

머시의 주변에는 왠지 모르게 그녀를 보호해 주고싶어하는 “천사”들이 있는데, 우선은 은퇴하면서 그녀에게 정비소를 물려주고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쳐준 인물 ‘지’가 있다. ‘흑림의 지볼트’라는 전설적인 존재로 추정되지만 대장장이 요정으로 ‘그렘린’이란 현대식 호칭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또, 전화응답기에 <스쿠비 두> 주제가를 쓸 정도로 괴짜이며 머시에게 폭스바겐 미니버스의 수리를 맡긴 이탈리언 뱀파이어 스테판이 있다.

 

핵시대의 여명이 밝을 무렵을 배경으로 했으므로 정확한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없으나, 이 시기에는 인간 이외에 슈퍼내추럴 즉, 초자연적인 존재 중에서 커밍아웃을 한 존재는 아직 “요정”뿐이었고 그나마 커밍아웃을 한 요정들은 격리조치되거나 외면당하는 등의 차별대우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때에 늑대인간의 매록인 브랜은 바야흐로 커밍아웃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으면서 조만간 늑대인간들에게 중대발표를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머시의 집 앞에 머시의 정비소에서 일하기로 했던 풋내기 늑대인간 맥이 죽은 채 놓여 있었고, 옆집의 아담은 다른 늑대인간과 싸우다 죽을 뻔한 위기에 처한 것을 머시가 겨우 살려내었으며, 설상가상 아담의 딸 제시는 납치를 당했다!

아담의 무리 중 누군가가 내부고발을 하지 않았다면 일이 이렇게 될 리 없다고 판단한 머시는 부상당한 아담을 태우고 늑대인간의 우두머리인 매록, 브랜이 살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한때 늑대인간을 양부모로 두고 브랜의 무리에 살았던 머시는 부모로부터 늑대인간의 서열을 들은 적이 있다.

늑대인간 서열 1위는 브랜, 2위와 3위는 브랜의 아들들인 찰스와 새뮤얼, 4위는 아담.

도대체 서열 4위인 아담을 노리고 그의 딸 제시를 납치해 간 사람은 누구인가.

무슨 속셈으로?

제시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요정의 제보로 머시는 뱀파이어 친구 스테판의 도움을 얻어 뱀파이어의 여왕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뱀파이어와의 전쟁이 일어날 뻔한 순간, 머시의 마법이 위력을 발휘해 그들은 제시가 있는 곳의 주소를 알아내고 무사히 여왕의 소굴에서 벗어나게 된다.

 

“팔은 어쩌다가 그런 거야?”

“사악한 마녀와 마약 조직의 보스가 납치한 여자애를 구하려다가 늑대인간이 밀치는 바람에 나무 상자들이 잔뜩 쌓인 곳에 부딪혔어.”

“음, 어쩌면 ‘마약 조직의 보스’는 좀 과한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잘생기고 섹시하다는 말도 더붙여야 했고.”-435

 

달빛의 부름을 받은 슈퍼내추럴들이 인간과 섞여 살고 있다는 상상. 그리고 그들이 너무나도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되살아나 있고 진정,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는 인물들로 착각할 만큼 현실적인 느낌 때문에 읽는 내내 몇 번이나 내 볼을 꼬집어야 했다.

정신 차려~ 아담이나 새뮤얼은 섹히하고 남자답고 멋지지만. 나이가 아~ 주 많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늑대인간이란 말이야~~

 

새뮤얼-늑대인간 서열 2위. 보통의 늑대인간과는 달리 쾌활한 성격에 인간을 좋아한다. 강력한 포식자의 본능을 누르고 의사로 활동할 정도로 자제력이 강하나 머시와 관련된 일은 예외다. 머시의 첫사랑.

 

아담 하웁트만-섹시한 외모에 카리스마 넘치는 성격을 지닌 이혼남. 컬럼비아 분지 무리의 알파로 매록인 브랜과 그 아들들을 제외하면 북미 지역에서 가장 힘센 늑대이다. 머시와는 이웃사촌. 그녀를 놀리는 걸 즐기는 듯 보이지만, 남몰래 배타적인 무리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기도 한다.

 

생생한 슈퍼내추럴들의 캐릭터에 푹 빠져 내 눈자위가 푹 꺼지는 것도 모른 채 끝까지 다 읽고서야 눈을 드니 주변이 어슴슴해보인다. 아! 내 시력도 이제 다 되었구나. 단 두 시간의 집중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서 밀려오는 커다란 고민 하나가 잠자리까지 나를 따라와 괴롭힐 모양이다. 눈의 고통보다 더~ 과연, 머시는 아담과 새뮤얼 중 누굴 택할 것인가. 나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도 아닌데, 혼자 끙끙대며 이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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