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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ㅣ 두고두고 읽는 세계명작 3
카를로 콜로디 지음, 마사 판슈미트 그림, 이재영 옮김 / 파랑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네버엔딩
어드벤처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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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험을 좋아한다. 특히나 요즘같이 밖에 나가 놀 시간이 없고 공부에만 매달려 있어야 하는 아이들은 “모험”에 대한 갈망이 더욱 클 듯하다.
어쩌다 한 두 시간 친구들과 실컷 놀 기회가 주어지면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놀아주리라~ 하면서 신 나게 노는 모습을 보며 어쩐지 앞 뒤 재지
않고 실컷 뛰고 구르는 것이 아이의 본모습인데도 엄마인 내게조차 낯설어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가슴 한 켠이 짠~해져 온다. 진정한 탐구, 진정한
자아 찾기를 부모들이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보면서 피노키오 완역판을 집어들었다. 세계 명작이라고는 해도 축소판, 혹은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많이 간소화되고 “명랑화”된 작품들만 접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데 어렵게 완역판을 만나게 되고 보니 절로 경건한 마음이 든다.
과연, 내가 알던 피노키오는 카를로 콜로디가 형상화한 “완전한” 피노키오의 모습과 얼마나 다를까. 얼마나 많이 변형된 피노키오가 내게 심어져
있었나...말썽꾸러기 나무인형 피노키오의 본모습을 파헤쳐 보리라...부푼 가슴을 안고 책을 읽어 나갔다.
[피노키오]는
원래 카를로 콜로디가 어린이 신문에 연재하던 작품인데, 말썽 끝에 나무에 매달려 죽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피노키오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원성에
못이겨 다시 살아나고 피노키오의 모험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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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신문 연재의 흔적을 알아볼 수 있게 각 챕터별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모두 36장에 이르러서야 사람이 되는 피노키오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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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요인물인 제페토 할아버지가 피노키오를 나무 인형으로 만들었지만 아이처럼 울고 웃는 나무토막을 처음 발견한 것은 목수 버찌
할아버지였다. (나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마침 잘 됐구나. 이걸로 책상 다리를 만들어야겠다.”
“저를 너무 세게 때리지 마세요.”
버찌
할아버지가 말하는 나무 토막 때문에 겁에 질려 있는 사이에 제페토 할아버지가 들어왔고, “옥수수 머리”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화가 난 제페토
할아버지는 버찌 할아버지와 서로 두들겨 패며 싸우고 말았다. 피노키오의 말썽쟁이 기질이 이렇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제페토 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나무 인형이 된 피노키오는 길거리로 뛰쳐나간다. 나무 인형이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피노키오를 잡으러 나온 제페토 할아버지는 졸지에 불쌍한
인형을 난폭하게 다루는 사람 취급을 당하다 결국은 교도소에 끌려가고 만다. 이제 제멋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 피노키오.
백
년 넘게 제페토의 방에서 살던 참을성 있고 지혜로운 귀뚜라미는 피노키오에게 공부를 해야 하며 학교에 가기 싫으면 정직하게 밥벌이 할 수 있는
지혜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냐며 충고를 하지만, 잘 먹고, 푹 자고, 재미있게 놀고, 즐겁게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어하는 피노키오는
귀뚜라미에게 망치를 던져 죽게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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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제페토는 발을 태워버린 피노키오에게 새 발을 만들어주고, 글자 공부 책을 사기 위해 한 벌뿐인 외투를 파는 등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인형극을 보려고 책을 팔아 치운 피노키오는 나쁜 인형 조종사에게 붙들려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제부터 끝도 없이 펼쳐지는 피노키오의
모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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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피노키오의 모험을 따라 가다보면 여러 유형의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복잡하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어린아이 혼자 감당하기에 힘들어
보이는 일들에 직면하며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위험들에 부딪힐 때에는 피노키오의 말썽 보다도 어른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를 원망하는
마음이 더 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사회의 여러 제도들, 선악에 대한 판단, 허위에 가득 찬 도덕 관념 등 아이의 동화에서
만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어마무시한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기도 했다. 나무에 목이 매달리고 금화를 도둑맞고,
경찰관에게 끌려가고, 서커스단 단장에게 팔리고...어찌보면 너무나도 섬뜩한 이야기들이 모험을 가장하여 서슴없이 까발려지는데...과연, 이런
텍스트를 아이에게 “축소” 또는 “미화”시키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밀어도 되는 것일까?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어린아이의
역할을 대신하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의 심성도 그렇게 밝고 착한 것이 아니어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노는
것, 재미있는 것에 쉽게 현혹되고 유혹에 빠지기 쉬우며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없이 게으름에 빠져 지내는 피노키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그러나 살짝만 비틀어서 생각해보면 이런 피노키오를 보면서 무조건 동조하는 아이는 없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열이면 열, 피노키오의 흥미진진한 모험에 끌려 그 이야기에 동화되기는 해도 피노키오처럼 행동해야지...하고 생각하는 어린이는 몇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깊은 성찰 없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든 게으른 사람들에게 건네는 우화이자 생동감 넘치는 판타지인
[피노키오]
피노키오가
겪게되는 기상천외한 사건사고를 함께하면서 실제로는 저지르지 못하는 일을 이야기로 대신하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세상 모든 일을 직접
겪어야 아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원작을
그대로 읽게 하면서 세상이라는 험난한 바다에 나아가기 전에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읽는
동안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어떤 성장을 이루어낼지 확인해간다면,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