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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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이런 일이...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응답하라, 1994>가 히트를 치더니 이제는 1980년대를 추억하기란다!!

단, 이 책 [더 스크랩]은 하루키의 눈을 통해 읽은 1980년대이기에 우리나라의 실정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처음 읽는 나로서는 하루키에게 좀 더 가까이 다다갈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일본인의 시선으로 본 세상에서 읽어지는 약간의 이질감을 덮어두기로 했지만, sex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얘기하는 것이나 커피는 역시 도쿄가 최고다 하는 등의 말에서는 역시...좀처럼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었다.

 

 

 

1982년 봄부터 1986년 2월까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연재한 글인데 하루키는 정말 즐겁게 쓴 글이라 스스로 밝혔다.

한달에 한 두 번 <넘버>에서 <에스콰이어>, <뉴요커>, <라이프>, <피플>, <뉴욕>, <롤링스톤> 등의 잡지와 <뉴욕타임스>일요판 등을 왕창 받고는 뒹굴거리며 읽다가 재미있을 법한 기사를 스크랩해서 일본어로 정리하여 원고를 쓴 것이라니 진정 즐거워할 만 하다.

 

 

<에스콰이어>와 <뉴요커>의 엄정함에는 감탄했다며 일본의 잡지는 어째서 그렇게 연재와 험담과 소문과 대담이 많으냐고 의문을 표하는 점에서는 일본 잡지 역시....우리네 잡지와 다를 바 없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의 고소를 머금기도 했다. 우리가 그런 일본의 잡지 시장 경향을 따온 것이라는 지적에는 고개를 떨구며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마이클 잭슨이 세계를 석권했던 1984년의 그 여름을 필두로 해서 1980년대를 기억하게 하는 요소들이 81편의 스크랩으로 모여 책이 되었다.

호랑이 눈․로키 스탤론, 카렌 카펜터의 죽음,<에스콰이어>오십 주년과 스콧 피츠제럴드 비화, 스타워즈의 츄바카, 올림픽 유니폼에 관해, 콜라 전쟁, 에릭 시걸을 이야기하다 ...등등. 1980년대를 추억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방법은 없으리라.

 

그럼, 나는 이 책에서 작가 하루키가 다른 작가에 대해 쓴 짧은 의견들만을 스크랩!!해볼까...왠지 다른 많은 이야깃거리보다 하루키가 다른 작가에 대해 쓴 글에 더 신경이 쓰이고,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꽤 많기도 하다. 하루키도 작가인 이상, 미국의 작가에 대해 은근히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

 

 

 

 

1. 1951년의 파수꾼-그런데 가만히 내버려둬도 한 달에 이삼만 부가 팔리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16

2. <뉴요커>의 소설-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잡지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훌륭한 단편소설을 만나는 것이다. (...)술술 읽히는 데다 다 읽고 나면 마음에 뭔가가 남는다. 훌륭한 단편이란 그런 것이다. -28

3. 존 어빙과 부부 불화-존의 갑작스러운 성공은 우리 결혼생활에 좋은 영향을 가져오지 못했어요-라니, 참 슬픈 대사다. 미국에서 ‘성공’의 기준은 대체로 연수 100만달러 이상이니 나 같은 사람은 아직 한참한참 멀었다. -38

4. <에스콰이어> 오십 주년과 스콧 피츠제럴드 비화-살아있는 동안은 비평가들에게 실컷 욕먹고 죽은 뒤에는 성기 크기까지 이러니저러니 말을 들으니 작가란 짓도 참 쉽지 않다.-101

5.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테네시 윌리엄스는 죽기 직전에 TV드라마화를 승낙했는데, 조건은 원작료 75만 달러(!!)와 캐스팅 및 감독 선정에 대한 승인권이었다. (...)앤 마그렛은 테네시 윌리엄스를 만나지 못한 것을 몹시 유감스러워했다. “내가 출연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화요일인데, 금요일 아침에 그가 세상을 떠났어요. 말도 안돼요.”

6. 스티븐․공포․킹-어디까지나 일반론이지만, 공포소설작가가 진지하게 공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거나, 유머소설작가가 진지하게 유머란 무엇인가 생각하기 시작하면 만사가 상당히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112

7.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죽음-데뷔 때 인상이 너무 강렬하면 작가는 뒷감당이 힘들어진다. 나 같은 사람은 적당히 팔리니 적당히 즐겁게 지낼 수 있지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군.-179

8. 에릭 시걸을 이야기하다-항상 경의를 받는 데 익숙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 데에 신경질적이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224

 

잡지를 읽듯 술술~ 재미있게 읽었다. 1980년대의 맛이 혀 위에서 슬슬 굴러다닌다.

스크랩을 스크랩하기도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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