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월호]
부산엔 눈이 제대로 내리지도 않았는데, 다른 곳은 펑펑 눈이 많이도 내렸나보다.
샘터의 표지에 눈꽃이 내려앉았다.
사시사철 기차여행 을 테마로 하는 글에서는 이번 달 주제가 <겨울 눈꽃열차>다.
거기에 맞춰서 표지도 아주 멋진 칙칙폭폭 행복열차가 달린다.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행복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사진이 기다리고 있다.
웃으면 복이 온대요. "하나 둘 셋, 항아리!"
장독대 위에 손잡이 부분만 빼고 소복이 내려쌓인 눈들이 색다른 장면을 연출해냈다.
하얀 얼굴들 위로 씨익 드러난 웃는 입들.
짤막한 글들이 많이 실린 잡지라 금방 읽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중간중간에 멈출 일이 많았다.
짧은 글들인데도 읽어 나가면서 숨을 헉~ 들이마시게 만드는 강한 감동과 충격의 구절들이 복병처럼 곳곳에 숨어 있었던 탓이다.
작사가이자 방송작가인 양인자의 다락방 책꽂이 코너에서 잠시 쉬어간다.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을 읽었다고 자신있게 손을 든 사람에게 선생님이 한 말.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나는 그 책을 읽었노라고. 언제 읽었죠? (...) 30대에도 읽고 40대에도 읽고 50대에도 읽어
보세요. 그래야 무슨 얘긴지 압니다. 제발 책 좀 읽으세요."
^^
책장 한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고전을 바라만 보며 배불러 하는 나에게 뜨끔~ 한 일침을 가해 주신다.
이제 30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30대에도 읽고 40대에도 읽고 50대에도 읽으려면 부지러히 읽어야 한다. 세월의 더께를 입은 고전은 그
때마다 다른 향기를 뿜어올려줄 것이다.
TV에서 가끔 보곤 하는 <명의>의 방송작가 양희 의 <병원은 인생학교> 코너에서는 콧날이 시큰해져 오는 이야기를
만났다.
아내에게 신장 이식수술을 해주었는데...
안타깝게도 '초급성 거부 반응' 이 일어나 아내를 보내야만 했던 남편의 이야기.
남편이 한 말은 이렇단다.
"그 사람 편히 가게 해주세요. 살아서 너무 고생을 많이 했어요. "
10년이 살짝 넘는 나와 남편의 부부생활을 반성해보게도 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도 만드는 이야기였다.
여봉~봉~ 봉~ 아프면 안돼.
한편, 법륜 스님의 참살이 마음공부에서 엄마를 걱정하는 딸에게 스님이 내려 준 후련한 비방을 읽고는 나도 마음의 짐 하나를 내려놓게
되었다.
"어머니도 딸이 주는 돈으로 사는 것보다 당신 힘으로 채소 하나라도 팔아서 그 돈으로 손자 키우는 데 보탤 수 있다면, 그것이 재미가 더
있습니다. 옆에서 보기엔 괴로울 것 같지만, 노는 것보다 그게 훨씬 건강에도 좋고 재미도 있습니다. 남의 즐거움을 뺏으려고 하지 말고, 본인이나
잘 사십시오."
어릴 적 못생긴 외모로 인해 고생했던 자신처럼 외모로 인해 탄압받고 있는 기생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서민 교수의 <회충과 커피>
코너에선 커피를 입에서 풉~ 하고 뿜어낼 정도로 귀여운(?) 회충의 그림을 보고서는 배를 잡고 웃기도 했다는...
감동이 있고, 웃음이 있는 , 삶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잡지 샘터.
시샘달이라고 하는 2월호도 이렇게 훑어 보았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