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 사육사가 들려주는 동물원 가이드 지식은 내 친구 7
아베 히로시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부산에는 대형 동물원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이렇다할 동물 구경을 시켜 주기가 힘들다.

직접 본 것은 기껏해야 공작이나 타조, 미어캣, 독수리, 돼지, 염소 정도이고, 사자나 호랑이, 기린, 코끼리같은 동물들은 2차 자료들로만 만족해야 한다. 그림이나 사진, TV로만 보여주었다는 말이다. 대형 동물들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 어떤 소리를 내며 어떻게 어슬렁거리는지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하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항상 동물에 관한 자료라면 아이들보다 엄마인 내가 더 갈급하여 어디서든 구해서 보여주고 싶어한다.

[동물원 친구들은 어떻게 지낼까?]

실제로 동물원에 가서 동물을 관찰한다 하여도 동물들의 생태나 특징들에 대해 미리 공부해 가지 않으면 놓치고 오는 부분이 많다. 이 책은 앞으로 직접 보게 될 동물들에 대한 사전지식을 쌓기에 아주 유용한 책이다. 비록 사진자료는 아니어도 정감 있게 그려진 그림과 특징을 부각시킨 그림들이어서 오히려 유아나 초등학생들에게는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표지를 보라. 낙타의 등에 기대어 도시락을 먹고 있는 아이들이 하는 말 “낙타의 혹은 도시락이래.” 이 책의 성격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 준다. 동물과 친구처럼 기대어 스스럼없이 하는 대화에서 낙타의 혹에 대한 지식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이 책의 표지가 설명하는 것은 책 전체가 담고 있는 내용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사육사가 들려주는 동물원 가이드. 엄마보다 아빠보다 TV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나레이터 보다 더 확실하고 친근감 있게 동물의 모든 것을 알려줄 사람으로 적임자이지 않은가.

책장을 펼치면 동물원 친구들이 1번부터 40번까지 나온다.

동물이름만 읽어도 머릿속이 꽉 차는 듯하다.

낙타, 코끼리, 기린, 얼룩말, 캥거루 같은 흔한 동물에서부터 펠리컨, 홍학, 레서판다, 포큐파인, 라쿤처럼 이름이 좀 생소한 동물들까지 40 종의 동물들이 총망라되어 있어 작은 동물사전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책을 받아든 순간 함박웃음을 짓더니, 동물의 표정을 따라하느라 익살맞은 얼굴이 되는 우리 아들.

 

40종의 동물들을 점선따라 짚어가며 살피더니 꼬불꼬불 엮인 동물이름의 퍼레이드에 곧바로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동물원 여행이 될 듯싶다.

표지에서 낙타의 혹은 도시락이라고 했는데, 왜 그랬을까?

낙타의 혹 속에는 물이 담겨 있다는 말은~ 삐삐. 틀렸습니다. 낙타의 혹 속에는 지방 그러니까 버터같은 것이 잔뜩 들어 있단다. 그래서 영양 만점. 혹으로 몸 상태도 알 수 있다니 이런 신기한 일이...1번 동물 낙타의 설명에서 크게 감명을 받은 듯, 평소 같았으면 동물의 그림만 보고 휙휙 넘긴 다음, “다 봤다”고 할 녀석이 차근차근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40번 까마귀ㅡ 비둘기, 참새까지 다 보려면 한참이나 시간이 걸릴 듯 하다.

2번 코끼리에서는 사람의 손같은 역할을 하는 다재다능한 코끼리의 코에 정신을 빼앗겨 한참을 들여다본다. 이 녀석. 이래서야 책 한 권을 오늘 안에 다 못 볼 것 같다.

 

늑대는 개가 아니다. 뭐가 다를까? 멍멍 짖지 않는다. 날고기만 먹는다. 친구들과 합창을 한다. 아빠 늑대도 새끼를 잘 돌봐 준다. 사람한테 길들여지지 않는다. 그래도 늑대랑 개는 닮았다.^^

홍학은 분홍색 솜사탕. 아, 이런 사랑스런 대사 너무 좋다.

이 왜 싫어? 그럼, 이런 뱀이 좋아?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항상 생글생글, 혀를 날름거리지 않는다. 귀여운 꼬리, 털이 있다. 다리가 있다.상상이 되나?^^

뱀은 역시 뱀다운 게 최고. 간간이 유머를 잃지 않는 설명이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공작의 깃털은 눈동자 무늬.

 

봄이 되면 공작은 마음이 싱숭생숭. 짝을 만나고 싶어져. 깃털의 눈동자 무늬를 예쁘게 단장하고, 수많은 눈동자로 ‘네가 좋아’하고 고백해.

 

아이 대신 엄마인 내가 신나서 휘릭 휘릭 책을 넘겨보고 행복해한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동물 소개가 40번에서 끝이 아니었다.

 

41번. 마지막으로 사람을 살펴보자.

 

허걱.

사람도 동물이야.

아이들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는 말이 아닐까.

이제까지 관찰과 볼거리의 대상이었던 동물들이 거꾸로 사람을 구경하고 있다.

사람은 정말 이상한 동물이야.

아이들은 그저 이 말에 웃음을 터뜨리고 기발하다며 낄낄거리겠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면, 갑자기 숙연해지게 만드는 엔딩이다.

동물인 사람. 이상한 동물.

정신차리고 제대로 살게 만드는, 여름철의 등목물처럼 등을 타고 내려오는 한기를 느끼게 하는 말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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