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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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 없이 내달린다! [이 인간이 정말]

 

아이고, 작가님.

정말 쉴새 없이 내달려 주신다.

우하~ 씬나~

경쾌함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읽어나가던 것이 점점 속도가 붙으면서 신나~에서 씬나~의 경지에 이르렀다.

 

표제작인 <이 인간이 정말>, 정말로 궁금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입말이어서 여기도 붙여보고, 저기도 붙여보고 하다가 버릇없게 아무 데나 그런 말을 붙이는 것 같아 제풀에 무안해 하기도 했다. 좀, 무례한 어투이기는 하지 않나.

소설집 [이 인간이 정말]에서 <이 인간이 정말>을 처음부터 펼쳐 본 것이 잘못이었나. 성석제라는 소설가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좀 중후해지기를 바랐던 나만의 기대가 너무 컸었나...^^

맞선 자리에서 만난 남자와 여자. 은근히 주고받는 기싸움 중에도 거리낌 없이 쏘아지는 남자의 속사포 랩과 같은 대사를 따라가느라, 내 40 좀 못 미치는 평생의 독서력에서 기를 써가며 키워온 속독의 내공을 첫 단편을 읽는 데 소진해버렸다. 허탈~무슨 놈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도 없으며 , 적당히 웃을 타이밍도 주지 않고 그렇게 주욱~ 이어나가느냔 말이다. 이 인간은 정말~~^^그러다 마지막에서 빵 터질 시간을 주신다.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과연 실시간으로 그 자리의 믿기지 않는 상황을 눈앞에서 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실감나는 대화와 그 대화를 한 방에 종결짓는 센 “마무리”가 아니었나 한다. 좀 부드럽게 다루었다면 달달한 연애드라마에 약방의 감초처럼 한 번씩 나오곤 하던 재벌의 아들과 돈을 보고 선자리에 나온 여자의 에피소드 같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성석제식의 필터를 거치고 나면 이렇게 신랄하면서도 함부로 웃지 못할 포스를 갖게 된다.

 

[이 인간이 정말]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여러 해에 걸쳐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성석제의 소설이라는 네임을 붙이지 않아도 “성석제표”임을 알 수 있는 확실한 징표들이 박혀 있다. 어느 곳을 펼쳐 보아도 따라 읽어 가다보면 ‘이거 이렇게 가다가 어디 부딪치는 거 아니야? ’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정도로 빨라지는 속도감 있는 문체 때문에 심장이 쾅쾅거리기는 부지기수이고, 읽는 이를 들었다 놨다 하는 갑작스런 전환에 어리둥절해지기도 여러 번. 게다가 소설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모자라면서도 허풍을 떠는 인물들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묘한 연민과 동정이 샘솟게 되는...각각의 개성 있는 인물들을 하나로 뭉뚱그리긴 뭐하지만 말이다.

 

자동차 사고와 보험 처리의 상황을 다룬 <론도>, 특이한 사기꾼 동창생 이주선의 모습을 그린 <홀린 영혼>, 어린 시절 부잣집 딸로 찬미의 대상이었으나 고아로 전락한 민주가 살아온 인생편력이 소설의 화자 서정우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서술한 <찬미>, 라오스 여행길에서 만난 자칭 사업가 박씨의 이야기 <남방>, 어쭙잖은 한문 지식으로 무장하고 자랑스러운 조상의 역사를 떠벌리고 다니다 누군가 진실을 지적하면 발끈해버리고 마는 엉터리 해설가 <해설자>, 아버지의 외투에 관한 이야기 <외투>, 임진왜란의 와중에 나랏일에 소홀한 복수장 기원에게 바른말을 했다하여 억울한 죽음을 하게 된 유희의 억울한 사정을 밝힌 <유희>,그리고 이 소설집의 표제작인 <이 인간이 정말>

 

하나하나 해부하기엔 능력이 부족하여 성석제 소설의 미덕을 자세히 다루지는 못하지만, 정신없이 읽기를 밀어붙이는 통에 이야기의 줄거리조차 읽을 당시에는 머리에 제대로 입력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읽고 나면 “그래, 맞다. 살아간다는 건...”하며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제자리에 돌려보내주는 예의 있는 작가. 성석제.

밀려오는 글자의 파도에 정신없이 떠밀려 후다닥 읽게 만들어도, 읽는 중간에 나의 삶과 비교해보고 나의 상황에 대입해볼 수 있게 쉬어갈 수 있는 섬 하나는 만들어주는 사려 깊은 작가. 성석제.

그는 이번에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인간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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