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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간택사건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3년 7월
평점 :
<조선왕비 간택사건 1>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아파..., 아파란 말이지.”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는 것도 잊고 계속하여 자세를 바꾸어가며 읽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오는 잠을 쫓지 못하고 천근 만근의 추를 매단 눈꺼풀은 자꾸만 땅으로 축 쳐지고 있었다 .이 낯선 단어 때문에 혼곤한 와중에도 책을 놓지 못하고 읽어가던 나는 몇 번이나 혼란을 겪었다. 아파(牙婆)란 가내용품을 팔러 다니는 방물장사를 말하는 것이다.
한자를 따로 표기하지 않았기에 ‘아파’란 단어가 나오면 아프다는 뜻과 혼동되어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했다.
아파가 왔소, 아파요, 아파는?
등등. 아파 뒤에 오는 단어에 따라 혼돈의 종류도 수십 가지였다.
잠기운에 몽롱한 머리로 아파 때문에 잠시 마실 나간 정신을 잡아올라치면 ‘아, 맞다, 아파가 아프다는 뜻이 아니었지.’하고 혼자서 실실 웃기를 여러 차례.
참, 이게 뭐하는 짓이냐 하면서도, 곧 드라마화 되기로 결정된 작품이니만큼 장면장면들이 사실적이게도 눈앞에 그려지니 그만 책을 덮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낮에 그러고 있었다면 딱, '미친 *' 이라는 말을 듣기 좋게 풀린 눈에 흐리멍덩한 미소...그 모양 그 꼴로 두세 시간을 책을 들고 있었으니, 내 아이들이 보고 있었다면 “우리 엄마가 아니야...정상이 아니야” 하고 읊조리며 문을 고이 닫고 나갔을 상황이었다.
멀쩡한 정신으로 대낮에 보았다면 금방 끝냈을 책을 굳이 저녁에 시작해서 새벽녘까지 잡고 있느라, 나도 참, 고생했다. ^^
퓨전사극의 장을 연 <성균관 스캔들> <해품달>을 이어갈 명품 사극이 바로 이 책 되시겠다. 출간 2주만에 드라마화 하기로 결정되었다나?
누가 주인공이 될지 모르지만, 차기 떠오르는 스타로 미리 낙점 되시겠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확실한 구도로 떠오르며 남녀 주인공의 달달한 로맨스도 빠지지 않는 멋진 이야기다.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 조선 왕비를 간택하는 것이 커다란 틀이다.
이 나라의 임금 학이 단 하나뿐인 사촌동생 현무군 윤을 불러 명령을 내린다.
“세제(世弟)가 되어 내 후사를 잇기 싫다면, 네가 직접 내 왕비로 가장 적합한 이를 골라오너라. 주어진 시간은 단 두 달이다!”

왕대비와 대왕대비전의 암투 속에서 임금은 중심을 잡느라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윤을 불러 부탁을 한 것이다.
웃음기를 띠며 부탁을 하였지만, 비어 있는 왕비의 자리를 누가 점하느냐에 따라 요동치는 정치의 판세를 생각하면 그리 호락호락한 사안이 아니었다.
흠잡을 데 없는 외모와 종친이라는 신분을 가진 조선 최고의 한량 윤은 임금의 명령에 송파 장시 사문객주를 찾아간다. 사문객주의 젊은 행수 감무현. 엄격한 반상의 구분이 존재하는 조선에서 신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윤이 벗으로 택한 동무 감무현. 윤은 무현을 통해 임금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 적당한 인물을 추천해 달라 부탁하고 무현은 쓴 입맛을 다시며 그녀, ‘서경’을 내놓아야 했다. 기실, 무현은 아파인 ‘서경’에게 술에 취한 날, 술기운을 빌어 청혼을 한 적이 있다. 무덤덤한 그녀의 반응에 “술김에 한 일”이라며 사과를 하였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서경’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말끝마다 “쯧”하며 혀를 차는 버릇을 가진 우리의 ‘서경’은 씩씩한 여장부 스타일 되시겠다. 출생의 비밀을 숨기고 아파 행세를 하는 ‘서경’은 역시, 자신의 진짜 신분을 숨기고 “이대감집 청지기”임을 자처하는 윤과 부부 행세를 하며 윤의 ‘조선왕비 간택 프로젝트’에 일조하게 되었다. 5명의 처자들을 인터뷰 하는 것?^^
1권에서는 3명의 처자들이 나오는데, 나라의 지엄한 간택령에도 불구하고 처녀단자를 내지 않은 양반가의 그녀들은 각자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다.
왕비간택 프로젝트로 만난 윤과 서경, 그리고 은월각이라는 기루에서 기녀로 일하면서도 윤을 흠모하고 있는 윤과 홍란. 삼각이라면 삼각인 그들의 로맨스는 달달한 감성을 자극한다면, 다섯 규수들의 각각의 사연은 깊숙이 들어앉은 양반가의 안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이야기들을 전하며 역사책 이면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아가..., 넌 그저 평생 내 곁에서 웃고만 있으면 된다. 이 아비가 네가 바라는 모든 것을 들어줄 거야. 그저 꽃처럼, 그림처럼 내 곁에서 그리 머물러라. 그러면 돼. 그러면 너도 나도 행복해질 수 있어.”-117
“여인은 전 직제학 백 대감의 여식인 은호 낭자이고, 사내는 안동 송생원의 아들이라 합니다. 두 사람은 전부터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통정한 바, 양반의 법도를 어기고 풍기를 문란케 한 죄가 있으며, 특히 백 낭자는 어젯밤 사내를 죽이려 한 죄가 있습니다.”-266
잘 닦은 사기그릇처럼 반질반질한 이마며 고집스럽게 다물어진 입매가 유난히 눈에 띄는 서경. 영민함이 엿보이는 짙고 검은 눈동자.
시원하게 뻗은 콧날이며, 가로로 길게 뻗은 눈매, 둥근 오엽선처럼 시원한 곡선을 만들며 휘어지는 조금 큼직한 입매.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묘사 부분이다. 어떤 배우가 떠오르는가?
마음에 드는 배우에게 두루마기, 치마 저고리를 입혀 이야기를 따라 가는 재미도 쏠쏠할 듯 싶다.
이어지는 2권~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