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웃긴 사진관 - 아잔 브람 인생 축복 에세이
아잔 브람 지음, 각산 엮음 / 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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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웃기다.

우리의 삶은 한 쪽 눈만 감고 보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눈을 다 뜨고 살다 보니 슬프고 웃긴 일로 가득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절묘한 제목에 찬탄을 금치 못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간다.

 

주말, 아이들과 딱지치기에 열올리는 남편의 모습을 보라지.

큰 딱지, 중간 딱지, 작은 딱지.

크기만큼 각각의 힘을 가지고 있는 딱지들을 한 군데 모아놓고 아이들의 호승심을 엮어내기에 안간힘이다.

자, 이 큰 딱지 가지고 싶은 사람은 아빠한테 작은 딱지 5개 주기.

아이들은 기를 쓰고 서로 차지하려고 앞다투어 교환할 딱지를 챙기고 아빠 앞으로 들이민다.

아이들도, 아빠도 즐거운 한 때이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그 흔한 진리를 놀이라는 신성한 공간에 개입시켜 경쟁을 부추기는 아이 아빠도, 참~ 보는 나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누나, 남동생 사이에서도 딱지치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남매의 정이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다.

아빠도 예외는 아니어서 있는 힘껏 팔을 내리쳐 그 한 장 넘겨서 따 보겠다고 “으랏차차” 새삼 커다란 기합을 넣는다.

한바탕 웃음거리로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며 끝나긴 했지만, 아빠의 엄격한 눈초리가 없었더라면 곧바로 어린 남매들은 이전투구. 서로 서로 자기 룰을 들이대며 딱지 한 장 더 가지려고 난리일 터였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하는 도중, 도를 설법할 것인가.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있는 아빠를 도중에 나무랄 것인가.

^^

그저 웃으며 바라보는 수밖에.

 

일부러 져주는 미덕을 무조건으로 쳐 주기엔 세상이 너무나 각박하기에...

아이들에게 근성을 일찌감치 가르쳐주는 아빠를 나무랄 수도 없는 세태이기에...

그럼에도 아이들은 아직 우리 어른들보다는 너무도 깨끗한 존재이다.

세상을 많이도 살아, 이제 세상의 때가 덕지덕지 끼어 있는 우리들은, 티 없이 맑고 밝은 아이들에 견주어 너무도 많이 모자라다.

그럴 때, 이 책 <슬프고 웃긴 사진관>은 하나씩 내려놓기의 방법을 슬그머니 제안한다.

 

산 속의 호수는 완전히 고요할 때만,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 뿐 아니라 호수를 둘러싼 숲의 아름다움고 진실까지도 정확하게 비출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산 속의 호수와 같습니다. 욕망의 바람이 멈추고 통제를 완전히 놓아버릴 때, 우리의 마음은 온전히 고요한 상태가 됩니다.-서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다 태국의 고승 아잔 차를 찾아가 전통적인 명상을 배운 아잔 브람. 호주의 퍼스 시에 브람 명상 센터를 세우고 거기서 법문을 펼쳤다. 아잔 브람 특유의 유머와 통찰력이 빛나는 법문을 글로 옮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인생은 그 자체로 축복.

그것을 깨닫는데, 우리는 왜 그리 멀고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지.

아잔 브람이 펼쳐 보이는 서른 여덟 장의 슬프고 웃긴 사진들을 들여다 보면, “별 거 아니었네.”하는 말이 툭 튀어나올 것이다.

그 별 것 아닌 것을 깨닫기가 그리 힘겨워서, 우리는 명상을 하는 아잔 브람에 인생 사진을 그림과 함께 읽고 또 읽다가 무릎을 탁 치는 게 아닌가

 

아이들이 꼴찌 성적표를 받아왔을 때

“불교에서 보살은 매우 존경받는 위치에 있단다. 네가 바로 오늘 보살인 거다. 너는 일부러 반에서 꼴찌를 하려고 결심을 한 거였지. 넌 그렇게 자비로운 아이야 네 친구들은 모두 이기적이어서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만, 넌 일부러 너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결정한 것이었지. 그렇지만 보살하는 건 이번 딱 한 번만이다. 다음번에는 그만 하는 거다.”

-65

 

우와~이런 말을 술술 내뱉는 부모는 진정 명상가의 대가 중의 대가이다.

나는 죽었다 깨나도 이런 말 스스로는 못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라면 정신적 감화를 받아, 한 번쯤 해볼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절레 절레. 쉽지 않은 일이다.

 

저는 인도의 델리에서는 횡단보도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질 때마다 어떤 글씨가 나타난다고 들었습니다. 그 글자는 바로, ‘relax’라고 합니다. 멈춤 신호가 아니라 ‘릴렉스’ 신호입니다. 저는 이것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때에 쉬고 휴식할 수 있도록 여러분도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으십시오 .-89

 

 

가벼운 옷차림으로 졸음 명상에 빠져든다. 더운 여름날.

이도 저도 생각하기 싫을 때, 땡땡땡 울리는 시계소리의 압박 없이 그냥 잠에 빠져들고 싶다.

그게 진정한 내려놓기...명상의 시작일 터.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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