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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대장 짱뚱이 ㅣ 저학년 사과문고 4
오진희 지음, 장경혜 그림 / 파랑새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이야기 대장 짱뚱이>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아이, 짱뚱이.
아홉 살 짱뚱이.
역시나 아홉 살인 내 딸 채원이.
말 많고 종알종알 하는 것이 꼭 닮았다.
내 딸은 별명이 “왜 나만 말랑이”이다.
원래는 볼이 말랑말랑하고 만지기 좋게 부드러워서 “말랑이”라고 불렀는데, 요즘 들어 꼭 무슨 말마다 앞에 “왜 나만~”이란 말을 붙여 말하는 버릇이 들어서 “왜 나만 말랑이”라고 부른다.
여덟 살 무렵만 해도 꼭 짱뚱이처럼 무슨 일에든 호기심 많고 머리를 꼭 디밀어서 끝까지 알아내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였는데, 이제 철이 좀 드느라 그런지 말이 많이 줄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야 겨우 대답하고, “몰라”하고 단답형으로 끝내는 말이 많아졌다.
한마디로 음~엄마가 데리고 노는 재미가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
하루종일 귀따갑게 조잘거리던 아이가 시무룩하고 조용해지니 적응이 안된달까.
“채원아, 그냥 하던 대로 해도 돼.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하고 있었던 일, 엄마한테 다 얘기해주면 안될까?”
애원조로 말해야 겨우 몇 마디 달랑 하고 다시 자기 할 일을 찾아 방으로 들어간다.
무지무지 서운한 기분.
차라리 시끄럽다고 “조용히 좀 해줄래?”하던 때가 그립습니다~랄까.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같이 놀 친구가 없다는 것이 요즘 세태. 무슨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나야 이야기도 넘쳐날 텐데, 오히려 학교를 다니면서 이야기를 지어내고 말을 길게 늘여서 하던 아이의 말수가 줄었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나도 공부를 강요하고 얌전하게 지내기를 강요하면서 아이의 스트레스에 한 짐 더 얹어주는 역할을 하지나 않 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어쨌거나, 짱뚱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던 우리 채원이가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눈에 보이니 말이다.
우리집 앞 대천천에 가면 요즘 지천으로 널린 말뚝 망둥어가 바로 짱뚱어를 좀 닮았나.
볼이 뚱뚱하고 미끌미끌한 것이 그렇고, 달리기는커녕, 몸 밑바닥에 달린 빨판으로 돌 틈새에 꼭 달라붙어 통 움직일 생각을 않는 것이 손으로 잡을라치면 통통 튀어올라 도망가버리니 영락없는 짱뚱어다.
그래, 짱뚱이의 그림과 더불어 짱뚱이의 하는 일을 상상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꼭, 말뚝 망둥어 같은 놈일세~하고
짱뚱이가 사는 곳은 요즘 아이들이 사는 도시 속이 아니다. 일단 산, 들, 냇물이 있는 자연 속에서 자란 아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주 요즘 애들과는 다르다. 사투리도 섞어 가며 아주 순박하면서 꾸밈 없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저절로 웃음이 떠오른다.
“아따, 완수 천자문 배우냐? 그려, 그려. 옛글도 알아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선생님이 완수를 칭찬하셨지.
‘이완수, 자식, 언제부터 천자문을 배웠디야.’
내가 은근히 완수에게 질투심을 느끼는데 갑자기 재연이가 숙직실 방바닥을 치면서 몸을 가로저으며 노래를 불렀어.
“선생님, 저도 천자문 할 줄 아는디요.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밥, 닥닥 긇어서, 선생님은 두 그릇, 나는 열 그릇.”-46,47
비가 개인 날이면 하얀 안개구름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저 멀리 큰 산 골짜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바람이 부는 날 학교 뒤 대나무 숲 속에서는 왜 “휘휘” 소리가 날까? 어느 결 커다랗고 하얀 찐빵을 팔던 신작로 가 찐빵 집 할머니는 어디로 가셨을까? 커다란 바위가 마치 두부모처럼 차곡차곡 쌓인 두부 바위는 삶아 먹으면 진짜 두부 맛이 날까? 재 너머 솔밭 숲 속에 영등 할머니가 백중날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내려올까? 모든 것이 궁금하고,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아이, 짱뚱이.
우리 채원이 또래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와는 완전 다른 곳에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다.
옛날 옛날~로 시작하는 옛날 이야기가 아님에도 아이들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처럼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가는 것이 더욱 신기하다.
동심의 세계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우리 아이들이 조금만 더 그 마음을 붙잡고 있어주길 바라는 엄마 마음에서 순수한 짱뚱이의 이야기는 꼭 손에 들려주고만 싶은 마음 뿐이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