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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슴은 내거야! ㅣ 그림책 도서관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박선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6월
평점 :
<이 사슴은 내 거야!>
난데없이 “이 사슴은 내 거야!” 라니?
좀 버릇없는 거 아닌가?
자기 것을 잘 챙기는 것은 좋으나 무조건 내 것이라고 우기며 친구에게서 빼앗으려 드는 우리 아이를 보면 나는 화가 난다.
무슨 성장 발달 과정상 꼭 거쳐야 하는 시기라면 모를까, 웬만큼 어울려 놀 시기가 되었는데도 자기 것임을 주장하며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것은 좀 문제이지 않을까.
그래서 평소에 무지무지 많이 교육을 시킨다.
주변의 아이들이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런 아이들이 사리분별 할 나이가 되어서도 아직 자기 것을 너무도 뻔뻔하게 챙기려만 들 때,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어느새 눈꼬리가 휙~치켜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차마 입 밖으로 말을 내뱉지는 못하고 꾹꾹 눌러 참는다.
속은 찻물 끓듯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네가 내 아이였으면...넌...벌써...’
그 아이의 부모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아니 심지어는 속으로 잘한다, 잘한다. 하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다.
삐~ㅅ, 삐~ㅅ
내 머릿속으로는 온갖 욕설이 난무한다.
^^
아이고, 이야기가 한참 샜다.
이 사슴은 내 거야~~
동심의 세계를 내가 너무 모르고 혼자 제목만 보고 흥분해버렸다.
그래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책을 넘겨보니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다.
올리버 제퍼스.
음..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데?
그렇다. 도서관에서 빌려본 아이 영어그림책의 작가였던 것이다.
동글동글한 얼굴의 아이에 펭귄이 주인공이었던 책으로 기억하는데...
incredible book eating boy와 how to catch a star 같은 제목이 생각난다.
이번 책에서는 주인공보다 자연의 배경에 더 눈이 간다.
그래서 쓸데없는 이야기로 지레 혼자서 흥분해버렸던 내 마음이 차분해진다.
초록이 주된 색이어서인지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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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지오에게 얼마 전 사슴 한 마리가 왔단다. 그래서 지오는 사슴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고 ‘멋진 뿔'이라고 불러주었다.
자연에서 온 사슴에게 애완동물의 규칙 따위를 가르쳐주던 지오.
규칙 4번 지오가 음악을 듣는 동안 시끄럽게 하지 않기
규칙7번 지오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기
규칙 11번 비를 피하는 지붕이 되어 주기
사슴은 그 규칙을 따랐을까?
어느 날, 지오가 아닌 다른 사람을 따르는 멋진 뿔에게 화가 나서 뛰어가다가, 외출할 때마다 풀어서 표시를 하곤 했던 끈에 친친 감긴 지오. 그 때 멋진 뿔이 나타나 지오를 구해준다.
멋진 뿔이 지오의 애완동물이 되기로 작정하고 돌아와 구해 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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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거덕~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멋진 뿔은 이름이 아주 많았는데,
브라우니라 불리기도 하고 다롱이라 불리기도 했던 것이다.
자연에서 온 사슴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것이었다. 자연만이 주인!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라도 사슴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지오는 깨닫게 되었을까?
거대한 푸른 숲 아래에서 한가하게 물을 마시고 있는 사슴과 그 옆에서 함께 즐겁게 웃음을 머금고 있는 지오의 모습 그 자체가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그림 하나로 많은 것을 풀어나가는 작가 올리버 제퍼스는 진정 천재라 아니할 수 없다.
군데 군데 다양한 기법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것들도 보인다.
콜라주 기법이라나? 미술에 약한 나...
사진만으로는 바탕과 풍선 모양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질감의 차이가 표시나지 않네...속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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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같이 읽으며 ‘내 거야!’라는 말을 할 때 아이의 표정을 잘 살펴보시라.
욕심으로 똘똘 뭉친 심술궂은 표정인지, 자연의 그림 앞에서 한결 풀어진 여유있는 표정인지.
이 책을 놓고 마음을 열었으면, 이제 아이와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어도 될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웃고 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