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사랑하고 싶어져 - 시간산책 감성 팟캐스터가 발로 쓴 인도이야기
김지현 글.사진 / 서교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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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사랑하고 싶어져>- 발로 쓴 인도 이야기

 

 

이 책은 예쁘다.

표지부터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고, 인도풍이라 할 만한 사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글을 쓴 저자도 예쁘고, 그녀의 나이조차 꽃답다.

20대 이런 저런 고민을 짊어진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미래. 아직 오지 않은 그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마주대했을 때, 20대의 그녀는 인도로 떠나는 길을 택했다.

인도는 석가의 고향으로 ‘성지’라는 인식이 강한 곳이며 인류 최초 문명의 시발점이라 ‘힐링’이라는 단어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곳이다.

떠나고 싶다면 인도로...

살면서 내가 발딛고 있는 이 공간이 지겨워지고 진저리치게 싫어질 날이 왔을 때, 문득 어디로 떠날까를 고민한 적이 있는가? 떠나기로 결심하는 것이 힘들지, 어디로 떠날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까.

역시 인도로...를 택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 짐작한다. 내 생각일 뿐인가...

나 역시 인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부푼 기대를 안고 이 책을 펼쳤다.

사전 준비 없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인도로 떠났다는 그녀.

 

무작정 떠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뭔가를 얻어와서 이 책을 썼지만, 나는 이 책에서 얻은 것이 많지 않다.

미안한 말이지만...

인도에 대한 기대가 컸는지, 류시화의 산문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의 여운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뇌리에서 빠져 나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녀가 너무 어리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콕 집어 말할 수가 없으나, 나는 이 책을 읽고 무척 실망했다.

 

사소한 트집을 잡아볼까.

류시화의 글을 추천한 이는 고은(시인), 박완서(소설가), 곽재구(시인)다.

반면, 이 책을 추천한 이는 유종호(차앤유 피부클리닉 원장), 서준영(다음카페 「티베트 여행 동호회」 운영자), 명승권(의사,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닥터명의 의학쇼」진행자), 허정훈(인디아레스토랑「달」지배인)이다.

.............................................. (할 말 없음)...................................................

‘감성 에세이이므로 류시화의 글과 비교를 불허한다.’

라고 대꾸하면, 굳이 류시화의 글을 끌어다 붙인 나는, 참 할 일 없는 트집쟁이에 불과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작가는 2011년부터 감성 팟캐스트 「김지현의 시간산책」을 진행하며 6만명 이상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2012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대회에 참가해 차앤유 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녀는 현재 이화여대에서 관현악과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뭔가 책의 날개를 펼친 순간부터 확 밀려 올라오는 이상한 짜증과 쉽게 동화되기 어려운 이 감정은 “많은 것”을 가진 그녀에 대한 질시인 걸까.

그렇지만 명문대라는 이화여대에서 국문학까지 전공한 그녀의 글은 중간 중간 앞 뒤 호응 맞지 않는 문장과 너무 뚝뚝 끊어지는 에피소드 그리고 덜 여문 감정의 억지스러운 연결들로 책을 읽어가는 내내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기 이 대목에선 이런 교훈을, 이 에피소드에선 이런 감동을...

여행을 다녀와서 리포트를 써 내시오~하는 과제에 대한 답인 것처럼, 딱딱 짜여진 에피소드와 감동들이 불편했다.

인도에 가서 아직 벗어던질 게 많은 것인지, 인생의 쓴맛을 더 봐야 하는 어린 나이이기 때문인 건지...그녀 말대로 대한민국식 교육제도에 맞춰 살아서 자기를 드러내는 데 부족한 면이 많은 것인지.

인도에 가서 사람들과 여러 달 동안 지내면서 기록한 글이건만, 그녀 내면에서 차오르는 성숙함을 보아달라고 쓴 글이건만, 나는 그녀의 글에 응원을 보내고 공감할 수가 없었다.

역시 10년간 10차례 이상 인도등지를 여행한 류시화의 내공에 많이 못미치는 탓인가.

처음부터 작가에 대한 글을 읽고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진 내가 이렇게 밖에 후기를 남기지 못해서 미안하다.

 

산 설고 물 설은 먼 이국 땅에서 장염을 이겨내가며 불가촉천민의 삶을 지켜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육첩방 슬리퍼에 얹혀 10시간도 넘게 인도땅을 건너다니느라,느끼한 인도 청년들의 눈길을 받아내느라 그녀는 얼마나 몸고 마음이 고되었을까.

 패스트푸드점의 치킨 한 조각 먹으려다가 눈 큰 인도아이에게 나누어 주는 일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여리디 여린가.

성스러운 갠지스강이 있는 바라나시에서 소원을 비는 디아를 띄우며 그녀는 내가 모르는 어떤 깨달음을 얻었겠지.

 어쨌거나 그녀는 인도를 다녀왔고, 나는 아직 현실에 붙박인 몸이니까.

문명의 축복인 물티슈와 손전등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그녀는 얼마나 음...나머지 말을 못 잇겠다.

 

20대의 풋풋한 시선으로 바라본 인도.

묵직하지 않은 가벼운 터치로 인도를 그린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책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어쨌거나 인도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녀가 직접 발로 뛰며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제공하고 있긴 하니까 말이다.

발로 쓴 인도 이야기.

내게는 중의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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