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는 해적이 되고 싶어 - 제2회 말라가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 스콜라 어린이문고 5
파블로 아란다 글, 에스더 고메스 마드리드 그림, 성초림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빨간 가방에 빨간 신발을 신고, 빨간 앵무새까지 어깨에 척 올린, 그야말로 깔맞춤을 한 우리의 페데. 사뭇 반항적인 눈동자에, 입까지 한쪽으로 모아 오므리고는 ‘훗’하고 코웃음을 날리는 듯한 표정. 얼마나 해적이 되고 싶었으면, 그림자가 해적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래, 페데야, 해적이 되고 싶었

어?우쭈쭈..”.하고 얼러주어야 할 것 같은 7살 꼬마 소년. 그러나, 해적이 되고 싶다는 결심은 부러 하는 우스개는 아닌 것 같다.

해적이 되기 위해 한쪽 다리를 톱으로 쓱싹쓱싹 갈며 실행에 옮기는 용감한 소년이니 말이다.

 

 

페데니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니 하는 라틴계 이름의 아동소설은 낯설지만, 계속 내용을 보니, 예전에 TV에서 방영했던 <천사들의 합창>이 생각난다.

어여쁜 히메나 선생님이 나왔던^^

귀엽고 순진한 천사들 속에도 엉뚱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많았었는데, 페데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일곱살 꼬마다.

 

이제 6살이지만, 내년에 7살이 되는 우리 아들. 요즘 폭풍처럼 몰아닥친 과도기에 들어섰는지, 좌충우돌 말썽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 아들은 어떤 기상천외한 말로 나를 뒤집어지게 할 지 모르겠지만, 해적이 되고 싶어하는 페데를 읽고 나면 유연하게 대처할 방법이 생각날 것 같아 무척 기대했던 책이다.

오늘은 6살 우리 아들이 유치원에 다녀 와서 그림을 그렸다.

며칠 전만해도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그림 그리라고 해서, “나는 미술을 몰라요. 그림 안 그릴래요.”라고 말했다며 눈물을 글썽이길래, 그림 그리는 게 스트레스였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다짜고짜 종이를 꺼내고, 색연필을 들더니, 쓰윽 쓱, 자신만만하게 선을 그려나간다. “그게 뭐니? 잘 그리네.?” 일단, 띄워줘 보았다. “응, 똥이야.”

허걱.

조그만 졸라맨에 맨 위에 서 있고, 그 밑으로 길다란 뱀 같은 길이 구불구불 그려져 있다. 그러고는 그 길 위에 동그라미, 동그라미, 똥,똥,똥...

유치원에서 응가를 했는데, 선생님이 “혼자 닦을 수 있겠어?”하고 물으셨단다. 당연히 혼자 못 닦는데, 아직, 선생님도 낯설고, 말할 용기도 부족했던지, 저도 모르게 “네.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 다음 혼자 닦기에 도전했단다. “그런데, 손가락에 묻었어. 얼른 닦았지만.”

바지를 내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응가 자국이 묻어 있었다. 깨끗이 닦아내기에 실패한 듯. “아이고, 기특하네. 우리, 똥쟁이?” “똥쟁이라고 하지마.”

우흡흡. 웃음을 참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에 오자마자 그림을 그린 배경이 이해가 되었다. 혼자 용감하게 뒤처리를 했고, 손에 묻었고, 창피하지만 용감한 일을 해낸 듯 하여,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구, 대견한 것.

어른이었다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기라도 했다면, 부끄러워서 차마 하지 못할 일을, 6살짜리 우리 아들은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아이들은 참~ . 그들만의 세계에 산다.

 

 

자, 그렇다면 우리의 페데는 어떠한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윗집 아저씨께 인사도 하지 않아서 머쓱해진 엄마로부터 “얘는 정말 구제불능이에요.”라는 말을 듣는다.

 내가 보기엔, 페데의 가족들도 페데 못지 않은 구제불능이지 싶다. 페데로부터 엉뚱한 질문 예를 들어 “배는 그렇게 무거운데 어떻게 물에 뜨느냐고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엄마를 찾는 아빠. 아빠는 ‘바다표범’, 동생 페데는 ‘올챙이’라고 부르며 ‘뉴턴아저씨는 왜 사과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주무셨답니까? 텔레비전이나 발명했으면 좋았잖아요?’하고 투덜대는 누나 이사벨, 가짜 이빨, 가짜 귀, 가짜 눈을 쓰는 할아버지를 인조인간이라 부르는 페데는 더 말할 나위도 없고.

 

 페데의 어록을 살펴 보자.

 

해적의 필수품 앵무새 대신, 산타할아버지의 선물로 손전등을 받은 페데“근데 손전등은 똥을 싸지 않아서 좋아.”

 

밴드가 붙여진 무릎을 보여주며, “넘어진 거야?”세르히오가 물었습니다. “아니, 다리를 자르려고 그랬어. 근데 엄마 아빠가 내버려 두질 않아서.”

 

코고는 소리는 어쩌면 식인종 물컵이 할아버지를 물지 못하게 하려고 할아버지가 겁을 주는 소리인지도 몰랐습니다.

 

이빨에는 칼슘이 좋습니다. 왜 할아버지는 틀니를 우유에 답가 놓지 않고 물에 담가 놓으시는 걸까요.

 

학교에서 그림 그리는 시간, 해적을 꿈꾸던 페데와 마르가 그리고 세르히오는 모두 배를 그렸다. “페데랑 마르가 그리고 저는 좋은 해적이에요.”세르히오가 선생님께 말했다. 모름지기 꿈을 가진 자, 그림으로 그릴지어다. 엉뚱하고 호기심 많은 페데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꿈을 그림으로 실현시켜 보였다. 그 날 오후, 욕조 안, 머리에는 비누 거품을 잔뜩 묻히고, 두 손에는 물에 젖은 앵무새를 들고, 어른 해적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아빠를 바라보던 페데는 “진짜 해적”이 되었다.

 

30대 후반의 나는 이제 무슨 그림을 그려 볼까?

꿈이라는 게 있긴 있었던가...

한동안 흰 종이를 앞에 놓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무슨 색연필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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