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비운의 조선 프린스
이준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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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왕세자비, 요양생활 10년

도쿄 | 서의동 특파원 <경향신문, 2013년 1월 9일>

*****왕실생활 스트레스에 따른 ‘적응장애’로 시작된 마사코(雅子·49) 일본 왕세자비의 요양생활이 10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중략>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에서 자유분방하게 성장한 마사코에게 전통 준수와 후계 생산을 강요해온 왕실은 ‘창살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궁내청은 마사코 왕세자비가 왕자를 낳지 못하자 해외여행을 규제하려 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나루히토 왕세자가 2004년 5월 기자회견에서 “마사코의 경력이나 인격을 무시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폭탄발언’을 해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중략>

아사히신문은 8일 마사코 왕세자비의 병세에 대해 “치료가 해를 넘어 계속된다면 적응장애이 아니라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적응장애보다 더 심각한 단계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책을 읽기 전에 위 기사를 보았었다. ‘일본 왕실이 이랬었어?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 보이는 왕족들인데 무슨 스트레스?’

이 책<비운의 조선 프린스>를 들추니, 책머리는 일본천왕의 사촌동생 토모히토가 “일본 왕실은 거대한 스트레스 덩어리”라고 폭로한 얘기로 시작하고 있었다. ‘왕비나 왕자나, 배가 불러서는...’

나처럼 <비운의 조선 프린스>라는 제목이 의아한 사람들은, 이 책의 첫 장을 읽거나 미리 이 기사를 읽었다면 왜 <비운>인지 좀 더 수긍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조선왕실 적장자 수난기.

이 책에는 왕이 되지 못한 적장자들이 실려 있다.

➊정종의 아들 불노와 지운(좀 생소하다.)

➋태종의 아들 양녕대군

➌추존 덕종의 아들 월산대군과 예종의 아들 제안대군

➍선조와 계비 사이에 난 아들 영창대군

➎인조의 아들 소현세자가 그들이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 동안 왕조를 이어왔다. 신라 시대엔 골품제가 있었고, 고려 시대엔 장자 계승 원칙이 있었지만 적서 차별은 없었다. 그런데 유독 조선 시대에만 적장자 왕위 계승원칙을 내세운 건 무엇 때문인가? 저자는 조선왕조 성립 때 태종 이방원이 정치적 계산의 방편으로 신진 사대부와의 흥정에 내민 카드가 “적장자 계승, 적서 차별 이데올로기”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선왕조 27명의 왕 중에 적장자로서 왕위를 계승한 임금은 7명뿐이라고 한다.

아니, 왜? 그건 조선의 정치와 역사가 말해 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흥미롭게도 적장자 계승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조선왕조 500년이 이어질 수 있었으리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기존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 불노와 지운은 잘 알려지지 않은 왕자라 그렇다 쳐도, 양녕 대군, 소현 세자는 내가 알던 -왕위에 오르지 못한 불쌍한- 왕자가 아니었다. 실록과 역사서를 근거로 새롭게 구축한 저자의 ‘새로운 인물상’ 탄생이다. 영창 대군은 워낙 어린 나이에 불쌍하게 죽었다 하니, 그런가보다 했고.

어쨌든 왕이 되지 못한 왕자들은 각각의 인생을 살다 갔고 저자의 글솜씨는 각 장마다 새로 만들어진 한 편의 사극을 보는 것 같이 왕자들의 성격과 인생을 생생히 그려주고 있다.

 

나는 사극을 잘 보지 않는다. 무슨 인물이 그렇게 많은지, 또 전하와 신하들은 얼마나 딱딱한 말들을 많이 하는지. 요즘은 퓨전 사극도 많고 여성이 주인공인 사극도 많이 나온다. 그래서 조금 흥미가 생기고 있는 중이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국사는 너무나 간략했고, 인물들의 성격도 나와 있지 않으며 게다가 시험 때만 벼락치기로 외운 지식들은 이미 저세상으로 간 지 오래다.

 그러나 사극은 역사 속의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고 말을 하며 그 인물마다의 철학이 있다. 드라마 작가의 역사 해석에 따라 다른 철학 말이다. ‘내가 배운 인물이 저기 TV에 나와 움직이는 인물이 맞나?’ 할 정도로 파격적인 해석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 많았다.

 ‘내가 잘못 배운 건가, 모르는 게 많은 건가.’ 사극을 보면서 다시 공부해야 할 판이었다. 애들 앞에서 내 무식이 탄로 나기 전에.

그래서 몇 년 전에 교양을 위해 신명호의 <조선왕비 실록>을 사서 읽었는데, 그 책을 사 두길 잘했지. 사극에 잘 나오는 임금의 옆에 항상 붙어 나오는 왕비들의 이야기여서 역사를 이해하는 데 좀 더 편했고, 책 뒤의 연표는 사극 할 때마다 꺼내 찾아보는 참고자료가 되었다. ‘아하, 이번 사극은 이 시대의 이야기구나.’ <대장금>은 중종, <동이>는 숙종이었던가?

<비운의 조선 프린스>도 왕자 이야기이니 만큼 왕비가 꼭 나온다.

<조선왕비 실록>, <비운의 조선 프린스>두 권을 나란히 두고 같이 읽으니 각 장에 나오는 태조의 왕비 신덕왕후 강씨, 태조의 왕비 원경왕후 민씨,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 윤씨, 성종의 어머니 인수대비 한씨, 광해군과 영창대군의 이야기에 나오는 선조의 왕비 인목왕후 김씨 등이 죽 나와서 많은 참고가 되었다.

 

이 책을 볼 때 기본적인 왕조 순서는 기억해 두어야 한다.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산-중-인-명-선-광해-인-효>

사극의 해설을 해 주듯이 조그조근 풀어 친근하게 설명해 주는 저자의 문장 실력이 가슴에 와닿았다.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과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나름 재미있었고, 과감했었다.

나같이 역사 전공이 아닌 사람도 왕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게 각 장의 말미에 가계도와 연표가 나와 있어서 이해하기 편했다. 다른 연표엔 잘 안 나와 있는 왕자들의 이름도 나와 있다. 조선왕조 전체 속에서의 왕자들의 위치를 보고 싶으면 <조선왕비 실록>의 연표를 참조하는 것도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나의 처지를 잊고 왕자들의 삶에 푹 젖어 보았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나는 평민이고 호화로운 궁전에 사는 것도 아니지만, 많은 짐을 져야했던 “왕자”의 삶이 부럽지는 않다. 혹시나 “공주”로 태어나면 모를까.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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