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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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죽음이 코앞에 닥친 나미야 영감님. 아들에게 기묘한 유언을 남긴다. 자신의 33번째 제삿날 공고문을 내 달라것. 결국 그 유언은 나미야 영감님의 증손자가 실행하게 된다. 컴퓨터 블로그를 통해서.

 

“오전 0시부터 새벽까지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 창구가 부활합니다. 예전에 나미야 잡화점에서 상담 편지를 받으셨던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그 편지는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30여 년간 나미야 잡화점에 둥근 달이 뜬 어느 날 밤 얼빵한 삼인조 도둑 쇼타, 아쓰야, 고헤이 들이 숨어든다. 뒤틀린 시간과 공간 사이로 과거의 상담 편지가 속속 도착하고 이들은 얼떨결에 답장을 써 주게 된다. 단 하룻밤 동안 편지로 상담자들에게 솔직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이들 덕분에 상담자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답장을 보내고 그것은 커다란 기적으로 다가온다.

 

“뭘 써?” 쇼타가 물었다.

 

“그러니까, 답장 말이야. 이대로는 어쩐지 마음에 걸려서.”

 

“바보냐, 너?” 아쓰야가 말했다. “그런 게 마음에 걸려서야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

 

“아니, 몇 마디만 써 보내도 그쪽은 느낌이 크게 다를 거야. 내 얘기를 누가 들어주기만 해도 고마웠던 일, 자주 있었잖아? 이 사람도 자기 얘기를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거야. 별로 대단한 충고는 못해주더라도, 당신이 힘들어한다는 건 충분히 잘 알겠다, 어떻든 열심히 살아달라, 그런 대답만 해줘도 틀림없이 조금쯤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31-32)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158-159)

 

여러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중에, 고민 상담자들의 관계가 속속 드러나게 되는데, 그 관계를 유추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마 추리 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거장다운 면모가 여기서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미야 잡화점 고민 상담 외에 그들은 환광원이라는 아동 보육원 출신이거나 그에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것이 거의 끝에  완전히 밝혀 진다. 달 밝은 밤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얼빵한 삼인조마저도...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 한 편이다.

그리고 슬그머니 나의 고민거리를 끄집어 내어 본다.

“왜 나는 내 딸과 항상 싸우는 걸까요? 이제 2학년이 되는 내 딸은 자기 고집이 세서 꼭 큰소리가 나야 엄마 말을 듣습니다. 어떻게 하면 오순도순 다정한 분위기의 모녀가 될까요? 예를 들면 이런 거지요. 느닷없이 친구 집에 놀러 가고 싶다, 친구를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 이런 문제로 싸우는 거라구요. ”

“세 자매의 맏언니인데 어떻게 하면 권위적이지 않게 동생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다들 남편이 있는 입장이니, 예전처럼 직설적으로 말하기가 힘듭니다.”

 

나는 이런 문제를 안고 사는데, 누구에게 고민 상담을 할까?

나미야 영감님, 우리 동네에 잡화점 하나 열어 주시면 안 될까요?

누구라도 그저,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들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의 짐은 반으로 줄어들 것 같다.

‘스스로 질문의 답을 알면서 질문하는 것이니 들어주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역시, 생각이 깊으신 영감님이십니다.

우리 아버지 해주실 생각 없으세요? 라고 편지 넣고 싶어요!!

 

<용의자 X의 헌신>에 이어, <백야행>을 읽고 감동의 눈물의 펑펑 흘렸었다. 뭐, 이런 추리소설이 다 있지? 무섭고 으스스한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추리소설이어서 왠지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로 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 등등 있는 족족 다 찾아 읽었는데...이젠 읽을 책이 없구나...하던 차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기적처럼 나타났다.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책.

눈물을 흘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한없는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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