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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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자극을 추구하는 다빈치를 만나다 [인간의 척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한마디로 천재다. 르네상스 시기를 살았으며 지금의 우리에게 르네상스적 인간이란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본이기도 하다.

화가, 조각가, 건축가, 궁정 기술자.

이 인물을 현대에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다빈치가 남긴 메모라든지 그 시대에 관한 연구서적 등과 같은 참고사항들과 더불어 작가의 용기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소설이기에 역사서가 가져야 하는, 사실에 기반한 기술이 필수적이지는 않았다.

 

레오나르도가 프란체스코 스포르차를 기념하는 말 동상을 마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 레오나르도가 동물의 비율에서 규모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낸 것도 사실이지만 두 가지 일이 연관되었다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상상이라며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다.

 

다빈치 같은 천재를 주인공으로 책을 쓸 때 상상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저 실수 정도가 아니라 다빈치에 대한 결례라고 믿는다.-354

 

[인간의 척도]에는 스포르차 가의 밀라노 역사와 도시 개발, 15세기 페라라의 관용구, 당시 패션과 갑옷의 역사, 금융 역사에 관한 전문 지식들이 많이 들어 있다.

탁월한 르네상스형 인간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재구성해내는 데 있어 작가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하여 다 빈치가 밀라노에서 지내던 시기에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돈이 근본적이고 관념적 가치가 된 최초의 사회 중 한 곳인 피렌체에서의 돈의 중요성도 살펴볼 수 있었다.

르네상스가 예술적, 과학적, 사회적 모든 측면에서 가장 완전하게 발전한 도시인 밀라노와 발전의 중심지인 루도비코 일 모로의 궁정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사십 대 정도에 긴 분홍색 로브를 입고 혼자만의 생각에 푹 빠져 특유의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묘한 남자. 그는 자기 작업실 위층에서 어머니와 그가 대단히 예뻐하는 장난기 많은 소년과 함께 산다. 고기를 먹지 않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며, 고용주들에게 돈을 받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가 심장 근처에 숨겨둔 공책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지, 소문만 무성하다.

거기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을까?

도시 경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가능한 자동 기계의 비밀 무기 도안?

비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비밀?

빛과 거울이 있어야만 볼 수 있는 편지?

남자는 그저, 자신에게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중요치 않은 것들이 쓰여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남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고 있는 밀라노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피아찰레 델레 아르미에서 남자가 죽었고, 밀라노의 군주이자 마키아벨리적 면모로 가득한 루도비코 일 모로는 다빈치를 불러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라고 명한다. 죽은 자는 다빈치의 전 제자였던 람발도 치티였으나 다빈치는 루도비코 앞에서 그를 모르는 척 한다.

 

다빈치는 사건을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하는지 잘 안다. 그를 따라붙는 여러 개의 감시를 피하면서 자신의 세계에 균열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함도 안다. 나폴리, 밀라노, 페라라, 베네치아, 피렌체 거기다 프랑스 왕과 아라곤가까지. 호시탐탐 서로를 넘보는 나라의 군주들 틈에서 다빈치는 누군가가 짜놓은 거대한 전쟁의 시나리오를 마주했고 그 계획을 꿰뚫어 보았으며 가장 중요한 돈의 흐름을 알아차렸다.

 

은행이 파산하고,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고, 돈이 부족해진다. 은행가들은 파산하며 도시를 끝없은 구렁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세금에 지치고 위기로 분노한 사람들이 군주 자리의 경쟁자를 불러들인다.

 

다빈치는 화폐 위조라는 '실수' 에 빠져 죽음을 맞이한 자신의 제자가 불러일으킬 커다란 나비효과로부터 밀라노를 구해낸다.

위와 같은 시나리오를 짜고 착착 계획을 실현시키려던 누군가는 다빈치를 자신의 곁에 두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긴다.

 

시대가 낳은 천재 다빈치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생하게 묘사한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든다.

처음의 현란한 르네상스적 수사법에 좀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이야기의 구조는 쉽게 따라갈 수 있으리라. 좀 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다빈치를 따라가다 보면 창의융합적 인재인 다빈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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