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마음을 흔드는 강연이란 이런 것! [크로스 사이언스]
문과생들은 과학적 지식에 약하다.
그렇기에 더욱 자주, 잘 알지도 못하는 수학이나 과학 언저리를 뱅뱅 맴도는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제목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든지 [공각기동대]라든지 하는 문학작품이나 만화, 영화 등을 보면 저도 모르게 눈이 반짝하는
것들...
잘 모르는 분야를 제대로 파려면 진입장벽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직감하기에 조금은 쉬운 형태로 접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순정만화를 보면서 파라오나 유럽중세의 세상 들을 엿보다가 어느새 역사에 푹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해보았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딱딱한 전공서적이나 대학교수의 저서를 볼 정도의 강심장은 아니기에 (헉! 소리가 나면서 심장마비가 올지도 모른다.)조금 말랑말랑한
매체들을 찾는다.
그러면 매체의 특성에서 오는 진한 감동에 약간의 수학, 과학적 지식들을 덧붙여 으흠, 나는 이런 어려운 학문의 맛을 살짝 보았어! 하며
헛기침을 헤대는 것이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정말 수학, 과학의 주변에 들어서지 못하고 계속 수박 겉핥기만 계속하게 된다.
이제는 정말로 '수학, 과학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 아니, 적어도 수학, 과학이 우리 생활과 어떤 관계가 있으며 인문학만큼 파고들었을 때
내가 얼마만큼 더 알게 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수학, 과학을 재미있게, 의미있게 설명해주실 분 안 계신가요?
[크로스 사이언스]의 저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홍성욱이다.
그의 강의는 서울대 대표 교양과학 강의가 되었으며,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멋진 신세계], [프랑켄슈타인], [가타카] 등의 새로운
독법을 제시한다고 했다.
직접 본 영화나 책 등이 꽤 눈에 띄었으므로 그의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명작 또는 현대의 고전 속에 과학의 쟁점을 색다른 시선으로 풀어주는 책.
저자는 과학이 우리가 접하는 문화 속에 이미 아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어 과학과 인문학, 사실과 가치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했다.
문화 속에서 과학과 인문학, 사실과 가치의 얽힘을 잘 읽어내는 작업은 두 문화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는 그의 말에 크게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드디어 내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과학에 관한 책이 나온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흔히 괴물이라고 알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은 사실, 그를 만들어낸 과학자의 이름이며, 프랑켄슈타인은 이름이 없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그 책에 관해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프랑켄슈타인]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의욕이 일어난다. 멀쩡한 두 눈을 두고 왜
그 책을 읽지 않았던가. 2018년 출간 200주년을 맞은 고전 중의 고전이니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당시의 과학기술을
집약하여 죽은 사람을 살려내었다-금기에 도전하였으나 지식이 책임감 있게 사용되지 못하고 통제가 되지 않았다-자신과 주변이 파멸에
이르렀다.
소설 속 과학연구의 결과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과학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소설 속의 과학은 다르며, 이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책 전체의 고작 일부분만 읽었을 뿐인데도 머릿속에서 생각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과학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 문학 등을 읽을 때 무작정 어렵다, 힘들다고만 여겨 밀어내기 급급했었는데 이렇게 현실과 연계하여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완벽한 유토피아를 설계하며 피력했던 [유토피아], 보이지 않는 빅브라더의 존재를 현실과 관련지어 생각하게 하는 [1984] 등을 통해
미래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옥자], [가타카]에서는 우월한 유전자만 살아남는 세상을 상상하게 하고 [공각기동대],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사이보그의 위치를 가늠하게
하면서 로봇과 인간은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대중문화, 세상, 인간, 인문학과 과학의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생각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모름지기 마음을 흔드는 강연이란 이런 것!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강의를 듣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고 생생한 만큼 얼른 다른 매체들을 통해 과학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직 과학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만큼 기초가 쌓이지 않았지만 문과생도 계속 읽고 질문하고 궁금해하면 멋진 크로스를 통해 과학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에 흥분된다.
설 연휴 마지막날에 올해 할 일 한 가지를 다시 꼽아놓게 되었달까.
이런~ 다 같이 달려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