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죠, 마흔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마음철학 수업
키어런 세티야 지음, 김광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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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지 않고 원하는 것 얻기[어떡하죠. 마흔입니다.]

 

 

내가 이렇게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릴 줄 몰랐다.

"갑자기"라는 말을 쓴 이유는, 나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어 버려서이다.

나는 아직도 '소설(小雪)의 절기에도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공을 차며 뛰어노는 저 철없는 청춘들마냥

언제까지나 파릇파릇한 마음을 지녔다고 웅변하고 싶다.

실상은 히터가 켜져 있는 따뜻한 실내에서 가디건을 걸치고 뜨거운 차를 홀짝이며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는 처지이면서...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청춘이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중년의 아주머니'라는 대롱 사이의 시선이다.

아..슬프다, 라고 읊조리는 순간조차 슬퍼지는 나이 사십대.

마흔을 넘긴 지 몇 해 되었는지는, 마흔을 넘긴 순간부터 이미 세어보지 않은 터라

억지로 손가락을 꼽아 헤아려야만 알 수가 있다.

이 마음과 육체의 부조화라니.

 

아침에 개운한 기분으로 일어나 본 지 얼마나 되었으며

거울 속의 얼굴에서 흰 머리카락과 늘어난 주름들을 마주한 지 얼마나 되었느냐...

허리 마디마디, 무릎 관절 사이사이 움직일 때마다 뚜두둑 소리가 나면서 순간순간, 일초마다 늙어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건만

마음 속 메아리들은 아니라고, 아직은 사십대가 아니라고 그렇게 울부짖고 있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에서 일어나는 이상야릇한 기분을 사십대의, 혹은 중년의 위기라고들 하는가.

이 때쯤 되면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에 늦었고, 늘 시간에 쪼들리고, 직업을 바꾸기에 힘들고 과감히 이혼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고 옭아매는 말들에 현혹되기 마련인가.

상실과 후회, 성공과 실패, 원했던 삶과 실제의 삶에 대한 의문들, 나아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삶의 유한성, 어떤 식이든 무언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공허함.

위에 나열한 여럿 중 하나라도 문득 떠올려 보지 않은 이는 없을 터이다.

몸과 마음의 부조화를 느꼈던 순간부터, 내 것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철학적 질문들이 파고들었을 테니까.

탱탱했지만 지금은 쪼그라들고 있는 모공들을 보면서 한숨 한 번 쉬는 나날들의 주름 한 겹에 떠오르는 질문 하나.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는 내 삶이 한없이 공허해 보이고, 하루하루가 그저 반복되는 일상처럼 느껴질 때,

이 허한 마음을 기댈 곳이 어디에 있었던가?

어떤 이는 새로운 사람을 찾아 눈을 돌리고,

어떤 이는 게임이나 환상의 세계 속으로 도피하고

어떤 이는 도박이나 쇼핑 등 중독될 만한 무언가를 찾는다.

겨우 책에다 마음을 매어 놓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끊어져 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텐션.

 

어떡하죠, 마흔입니다를 외치면서 방심하고 있는 때에 찾아온 키어런 세티야의 책은 중년의 위기에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조근조근 철학적 조언을 해준다.

 

"열심히 살았는데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 때,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고통을 해석하면서 행복의 본질과 행복의 추구에 대해 탐구한다.

급격하게 허무주의로 빠져드는 것과 중년의 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대조한다.

 

누구나 이따금씩 그럴 때가 있듯이, 나도 신경쇠약에 빠져 있었다. 재미도, 쾌락적인 흥분도 느끼지 못했다. 다른 때 같으면 즐거웠을 법한데도 무미건조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졌다.(...)이런 마음 상태에서 나를 엄습한 의문이 있다. "당신 인생의 목표들이 모두 이루어졌다면, 당신이 갈구하던 제도와 여론의 변화가 지금 이 순간 완전하게 달성되었다면,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당신에게 크나큰 쾌락과 행복이 되어 줄 것인가?"그러자 억누를 수 없는 내 자의식이 분명하게 대답했다. "아니!"라고.-56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주는 좋은 책.

일상의 공허가 채워지면 이상주의적 계획 속에서 '결과가 없는 데' 따른 근심도 물리칠 수 있다는 명쾌한 해답을 던져 준다.

새로운 시각으로 내 주름과 흰 머리를 쳐다볼 수 있게 해주어 기쁘다.

약간의 철학적 나레이션을 감수할 수 있다면 일독할 가치가 있다. ^^

 

#마흔,#중년,#중년의위기 #철학 #자기계발 #키어런세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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