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 살해사건 - 은고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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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마지막 왕비, 은고[의자왕 살해 사건:은고]

 

백제의 금동대향로에 얽힌 이야기라면, 아이들의 동화에서 몇 번 본 적이 있다.

너무나 기억에 명확히 남아 있어 아주 오래 전에 발굴된 유물인 줄 알았지만,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시기에 백제의 금동대향로는 발견되었다.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었는데...)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盧)는 1993년 12월 23일 부여군 능산리 절터의 목곽 수로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국보 287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꼭대기에 앉은 봉황을 비롯, 우아하며 기품 있는 조각으로 인해 신비함을 자아내는 모습 덕분에 이야기의 소재로 알맞은 것 같기도 하다.

 

[의자왕 살해 사건]의 프롤로그는 바로 이 백제 금동대향로를 "거믄새"와 연결지으며 시작하고 있다.

국조모 소서노의 명을 받들어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새로운 대왕을 세워 대륙의 대부여를 잇는 것이 거믄새의 역할이라 한다.

거믄새는 도읍 웅진성으로 내려와 나라를 잇고 근개루 대왕의 능을 지키는 남방신 주작, 황금새가 되었다. 그 마지막 자취는 금동대향로의 수미산 꼭대기에 올라앉은 봉황새라 한다.

660년 당의 군사들이 신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쳤다.

김유신과 계백은 황산벌에서 맞붙었고, 윤충이 일만의 군사를 이끌고 소정방의 군사들과 사비 나성에서 맞섰다. 삼일 동안의 사비성 약탈을 허락받은 소정방의 군사들이 사비성을 향해 달렸고, 사비성으로 가는 길목에 능사가 있었다.

위덕 대왕이 성명 대왕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능사에는 두 보물이 있었다. 인간의 고뇌를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바라는 대왕의 화신인 미륵반가사유상과 남부여 사람들을 미륵 세상으로 이끌 금동대향로가 그것이었다. 거믄새들은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구했으나 , 금동대향로는 구하지 못했다. 금동대향로는 금송함에 담아 능사 우물 속에 넣고 우물을 메웠다. 그렇게 금동대향로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660년 이후 금동대향로의 행방을 알지 못하다가 1993년 12월에 와서야 그것을 발굴해내기에 이르렀다.

오랜 세월 묻혀 있었던 금동대향로와 수미산 꼭대기의 봉황새는 "거믄새"의 이야기를 어떻게 펼쳐낼 것인가.

 

작가는 백제 멸망의 책임을 의자왕 한 사람에게 묻는 역사적 고정관념을 탈피하라고 주문한다.

삼천궁녀의 이야기는 역사적 승자의 입장에서 지어진 니야기라는 것쯤, 진위를 구별할 수 있는 상식을 지닌 독자라면, 의자왕의 죽음 뒤에 숨은 비밀을 파헤쳐 가는 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일본서기>에 짤막하게 남아 있는 의자왕의 처, 은고라는 이름에 주목하여 국조모 소서노에 버금가는 걸출한 여성을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다.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는 총명하였으나 점차 유약해지고 총기가 흐려져 주색잡기에 골몰하다가 결국은 나라를 빼앗기고 죽음에 이르는 비운의 왕으로 그려지곤 했다.

의자왕에게 빼앗겼던 관심을 작가는 '은고'와 '거믄새'로 돌린다.

삼국유사의 역사기록에도 오합사를 능멸한 흰 여우에 대한 기록이 전하고, 대부인이 요망무도하여 백제가 멸망하였다고 전한다. 그 흰 여우로 지목된 이가 바로 은고이다. 현재도 공주 백제 대통사지가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백제 사람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을 밟으며 백제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였다.

660년 겨울, 포로로 끌려간 낙양성에서 은고는 새 남부여를 세우기 위해 거믄새들과 비상했다.

당 고종과 측천무후의 앞에서마저 당당하고자 했던 은고는 대왕의 왕권 확립을 위해 귀족들을 제압하는 한편 대왕을 죽이려는 거믄새와 대립하게 된다.

은고와 사랑에 빠졌던 장수 여고야의 고뇌하는 모습 속에서 백제의 운명을 점칠 수 있으며, 마지막에 큰 결단을 내리는 은고의 모습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한다.

백제 흥망성쇠의 시기에 함께 했던 일본, 당나라, 신라 등 주변국과의 정세도 세밀하게 고증하여 상세히 되살려낸 부분에서 역사적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의자왕 살해는 패망한 백제를 마침내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인가.

금동대향로에서 시작된 거믄새의 이야기가 은고의 이름과 합쳐지면서 역사적 상상력은 더욱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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