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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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같은 거 상관 없어 [같이 걸어도 나 혼자]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

주위 신경 좀 써.

 

내가 '나'로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우리는 주위의 눈치를 본다.

나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지만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살짝 벗어나더라도 삶이 크게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보통 사람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우리다.

[같이 걸어도 나 혼자]를 읽으면서는 특히나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특별한 여성들의 이야기임에도 물 흐르듯 담담하게 이어지기에 책이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졌기 때문이다.

얼굴 찡그리며 고민하지 않아도 스르륵, 그녀들의 입장에 내 감정이 대입되었던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여성인 듯 보이는 두 여주인공이 나온다.

두 달 남짓 후면 80 인생의 반환점이라는 마흔을 맞게 되는 유미코.

직장에서 집적거리는 상사에게서 벗어나려 드디어 퇴사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카에데.

둘은 이웃사촌지간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앞서 의기투합한 이들은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카에데의 퇴사 파티 겸 만난 자리에서 튀김을 나눠 먹으며, 유미코와 카에데는 유미코의 남편 히로키를 찾으러 섬으로 가기로 한다. 히로키가 예전에 살던 섬에 있는 것을 누군가 보았다는 것이다. 이혼을 하려고 해도 남편을 만나야 이야기가 진척이 되는 것이라서...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담담하고 아무 맛도 없어서 내 일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담백한 문체는 담백한 인물들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알맞다.

전처와 전처 사이의 딸 때문에 유미코에게 소홀했던 남편 히로키는 섬으로 도피했다. 현실에 맞서지 못하고 언제나 피하려고만 하는 소극적인 남편.

그에 반해 유미코는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내세우는 편이다.

 

도대체 왜 형편없는 남자의 성적 댓ㅇ이 되는가 안 되는가에 따라 여자로서의 가치가 정해질까. 나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84

 

어떤 남자에게도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번 대상을 바꾸는 카에데는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긴다. 가장 최근의 남자와 헤어졌지만 그를 아직 못 잊는 눈치다. 게다가 직장 상사의 집착은 이어지고...

 

답이 없는 이들의 일상 속에 내가 끼어들어 버려도 되는 건가 싶어 최대한 숨을 죽이고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 본다.

여자들의 우정은 오래 갈 리 없어, 라든지 남자 없이 여자 혼자 세상을 살기는 어렵지, 여자가 꼬리를 치니까 남자가 붙는 거야. 등등.

여자라는 카테고리에 따라 붙는 쓸데 없이 피곤한 꼬리표들을 책을 읽으면서 하나씩 떼어버리고 싶어진다.

평판 같은 거 상관 없이.

여자라도 상관 없이.

같이 걸어도 나 혼자라는 사실을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홀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원하는 것을 원할 권리가 있다. 얻으려고 할 권리가 있다. -254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내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분명히 선 긋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 평판에 상관 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

용기 있는 여성의 한 걸음을 지켜보면서 마음 속에 단단한 것 하나가 생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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