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상실의 아픔을 아는 청춘에게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1위

#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1위

#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 20세기 폭스 영화화 확정

#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 전세계 30개국 번역 출간

#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소설

#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올해의 책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로 유명한 존그린의 새로운 작품이다.

운율을 맞추기라도 한 듯 제목도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다.

물론 내용은 완전히 다른 것이지만 청춘들의 일상을 그려 냈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하겠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주인공들은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다.

 

열여섯 살의 고등학생 에이자는 불안과 강박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는 아이다.

스스로 하나의 생각이 꽂히면 그 생각이 나선형으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가기에 그것을 '생각의 소용돌이'라고 한다. 친구라고는 에이자를 '홈지'라 부르는 데이지 뿐이다.

어느 날,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친 한 억만장자 러셀 피킷의 소식이 뉴스에서 들려왔다. 무려 1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는 소식도.

소녀스러운 호기심이 발동한 데이지는 에이자가 억만장자의 아들 데이비스와 아는 사이라는 걸 기억해낸다.

사실, 에이자는 데이비스와 초등 5학년과 6학년 여름방학 때 '슬픔 캠프'에 함께 다녔다.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죽은 아이들을 위한 캠프였다.

강을 사이에 두고 에이자의 집 맞은편이 바로 데이비스의 집이었기 때문에 가끔씩 학기 중에도 만나긴 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10만 달러라는 거액이 이들의 동력이 되어주었을까.

 

해조류가 뒤덮여 하수구 같은 냄새가 나는 화이트 강에 카누를 띄우고 이들은 모험을 떠난다.

강 건너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데이비스를 만나면서 에이자의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스스로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에이자는 데이비스라는 '남자친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맞닥뜨린다.

친구라 하면 혼자 생각에 빠져 있는 에이자를 팬픽의 주인공 삼아 글을 써대고 주절주절 떠벌리곤 하는 데이지 외에는 없었는데...

이성으로 다가오는 데이비스와 키스 한 번 하면서도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떠오르고 강박에 사로잡혀 금세 입술을 떼어 버리곤 하는 에이자.

점점 데이비스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생각부터 정리해야만 한다.

데이비스는 예전에 어머니를 잃었고 지금은 아버지가 없고 어린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처지에 있으며 현상금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해야만 한다.

에이자 또한 현상금 사냥꾼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으며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것 같다.

그 와중에 데이지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전혀 '친구'답지 않은 자세로 대응하는 에이자에게 결국 화를 내며 그동안에 쌓인 것을 터뜨리고 마는데..

 

억만장자의 실종,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이성과의 만남, 친구와의 불화.

나선형 소용돌이 속에 빠져 살아가던 에이자에게 갑자기 닥쳐오는 모든 사건들이 에이자에게는 버겁기만 하다.

이 상황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어른은 물론이고 청춘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아이들 역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엄지손톱으로 손끝을 누르는 습관은 내가 실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내가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손톱으로 손끝을 눌렀고 고통이 느껴지면 잠시나마 내가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기생충의 조종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 알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119

 

실존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이 불안 강박증 환자인 에이자는 어쩌면 고민을 속으로 꽁꽁 싸매 안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주위의 친구를 통해 상처받았지만 위로 또한 받을 수 있는 존재다.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가진 데이비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 한 순간부터는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스스로 갇힌 알에서 빠져나오려 노력한다.

길고 긴 어둠의 터널에서 탈출하려는 에이자의 시도는 그래서 더욱 박수받아 마땅하다.

어떤 사건으로든, 어떤 자극으로부터든 에이자는 들쑤심을 당했고 더 움츠러드는 대신 밖으로 성큼 나서길 선택했다.

빨간 머리 앤,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고전과는 결이 다르지만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인 것 같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라는 문장은 소설의 어디 쯤에 나오는 걸까, 궁금해 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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