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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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우선 순위를 돌아보다 [시간을 멈추는 법]

 

 

 

 

 

 

"첫 번째 규칙은 사랑에 빠지지 않는 거야."

"다른 규칙도 있지만 이게 가장 중요해.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 사랑에 계속 빠져 있으면 안 된다는 것. 백일몽 속에서도 사랑하면 안 된다는 것. 이 규칙만 잘 지켜도 아무 문제 없을 거야."-7

 

 

 

톰은 핸드릭으로부터 들은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다.

439살의 톰이 900살 가까운 사람에게 들은 말이니 그 무게가 엄청나다.

다른 많은 규칙들 중에서도 어떻게 사랑이 금기 일순위가 될 수 있을까?

일단은 '사랑'이 금기가 되는 그들의 삶에 궁금증을 느끼며 [시간을 멈추는 법]을 읽어나간다.

 

길어봐야 100년을 사는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들에게 '하루살이' 같은 존재다.

한 정신과 의사가 '에너제리아' 라고 명명한 이들은 정상인들보다 15배쯤 성장 속도가 느리다.

에너제리아를 앓는 사람들은 몇 천 명쯤 되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비밀을 잘 모른다.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라는 조직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핸드릭은 그 조직의 수장이다.

톰은 핸드릭의 관리하에 들아오고 나서는 8년마다 거처를 바꾸로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가끔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에이브러햄이라는 개와 함께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톰 스미스는1581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에스티엔느 아자르였다.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외모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마녀로 몰려 물에 빠뜨려졌다. 어머니의 유품인 류트를 메고 터벅터벅 걸어 런던에 도착한 그는 로즈라는 여인을 만난다. 가정을 꾸리는 그는 매리언이라는 딸도 낳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늙지 않는 그는 오히려 로즈와 매리언의 삶을 힘들게 할 뿐이라고 느꼈다. 어렵사리 아내와 딸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는 딸인 매리언이 쥐어준 징표인 동전 하나를 소중히 챙겨 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가 떠나 있는 사이 로즈는 병사했고 매리언은 어딘가로 떠났다. 지난 몇 세기 동안 톰은 딸 매리언을 찾으러 다녔다.

딸을 찾으러 다니면서 절망에 빠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인간이 백 살을 넘겨 살지 못하는 이유는 심리적으로 기진맥진하기 때문이다. 계속 살아 나갈 의지가 없기 때문에. 지겹게 반복되는 생각과 인생에 지쳐 버리기 때문에.-52

 

모든 것이 영영 깨지지 않는 사이클에 갇혀 버린 것 같다, 스스로 귀를 뜯어 버리고 싶을 만큼 진절머리 나는 후렴을 가진 노래 속에 갇혀 버린 기분이다. 죽을 만큼 외롭다.

정신적 지주가 사라진 톰은 방황하기 시작했지만 매리언을 찾아야 한다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

핸드릭으로부터 새로운 미션을 받기 위해 톰은 런던으로 돌아와 역사 선생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한다.

공원 산책을 할 때 만났던,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를 읽고 있던 프랑스어 악센트의 여성을 학교에서 다시 만난다.

카미유는 첫 만남 때 그를 간파해냈던 것 같다.

파리의 시로스라는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는 묘한 남자의 사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1920년대에 촬영된 흑백 사진 속의 남자.

카미유에게 진실을 말한 톰은 이제 그녀에게 마음을 열려 하고 있는데 바로 그 순간 핸드릭에게서 전화가 온다.

1891년부터 핸드릭과 그의 조직에 가입된 톰은 자신과 같은 에너제리아 오마이를 포섭하러 가야 한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영원히 죽지 않아. ...그들이 우리의 구원이 될 수 있다.-445

 

카미유에게 진실을 말하면서 사랑의 싹을 틔워가던 톰은 오마이를 다시 만남으로써 이제까지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막을 걷어내게 된다.

안정적인 삶을 제공하고 딸인 매리언을 함께 찾아주겠노라며 자신을 포섭했던 핸드릭이 사실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다가온다.

놀라운 반전이 나타나면서 톰은 결국 깨닫는다.

 

다 부질없다는 것을. 제각각의 페이스로 나이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것을. 시간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 해도. 우리가 아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뿐이다.-458

 

시간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시도인지도 모른다.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는 하루살이에 불과할 뿐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사랑 없이 '하루살이'처럼 살아야 하는 에너제리아의 삶을 일부 훔쳐보면서 또한 깨닫게 된다.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미래라는 것을 깨달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몇 세기를 무료하게 살아가던 톰이 그래도 잠깐 시간이 멈추는 것 같다고 느끼던 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 키스. 그리고 음악.

 

"키스. 그것도 음악이랑 비슷해. 시간을 멈추게 하니까."-211

 

톰은 차이콥스키와 빌리 홀리데이를 제치고 1985년 빌보드 차트 52위에 올랐던 추억의 노래 돈 헨리의 <보이즈 오브 섬머>를 골랐지만 나는 왠지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을 듣고 싶어진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키스와 음악도 좋지만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라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시간을 멈추기보다 시간의 지배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하는 질문도 던지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https://youtu.be/gxEPV4kol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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