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 인류 고전 15권에 묻고 스스로 답하다
박병기 지음 / 인간사랑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독법을 배우다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내 메일함에는 한국고전번역원으로부터 <고전산책>이라는 이야기가 도착한다.

고전명구를 제시하고 거기에다  글쓴이의 해설을 덧붙인 글이다.

공부와 관련된 글, 자기수양에 관련된 글, 눈오는 동짓날 밤의 정경에 대한 한시감상 등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전달된다.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아직 미숙하기에 고전명구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 구독 중인 것이다.

하나의 텍스트를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글쓴이들의 해석을 볼 때마다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어 꽤 공부가 된다.

책을 많이 읽는다지만 '많이'에 치중해서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내 현실을 반성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으려면 천천히 음미하고 질문하고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을.

내가 읽은 책들은 그저 꽂히는 문장이 있을 때에 책장을 꺾어 접어 놓는 것 외에는 본문이 너무나 말짱하니 나중에 다시 보기도 민망하다.

 

중학교 1학년 된 딸아이가 학교 국어 시간에 "한 학기 책 한 권 읽기"를 시작한다고 했다.

모둠별로 책을 골라 책 한 권을 정독하고 토론을 한다는 것인데

어떤 방식으로 할지 자못 궁금했었다.

딸아이는 책 본문에 질문을 써넣는다고 했다.

책 한 권에 "제대로 된" 질문 5개 이상일 경우에 수행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형식적으로 읽고 모둠 안에서 좀 똘똘한 아이가 발표를 하면서 대충 토론의 형식을 띌 것이라던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그렇다. 텍스트를 제대로 보려면 책을 읽고 의문을 품은 다음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도 간과했던 핵심을 국어 선생님이 딱 짚어 준 거였다.

무작정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라고 하면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아이들이 그걸 해 낼 수 있을까?

곰곰이 책을 읽고 자신만의 질문을 캐낸 다음 자신의 현실에 맞는 답을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토론의 물꼬가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는 어떤 장르의 책이든 겉핥기로만 일관해 온 내 책읽기 성향을 비판하며 보게 만들었다.

많은 책들 중에서도 인류 고전 15권에 묻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고전이 왜 중요한가, 하고 질문을 던진 다음  고전 자체가 목적인 우리 아이들과 그 길로만 아이들을 내모는 학부모들을 일깨우고 그 다음에야 고전을 내 삶과 연결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철학적 물음을 회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의 시작이다.

저자는, 철학적 물음에는 죽음 같은 심각한 것도 포함되지만, 삶의 지루함이나 일상적인 고통 같은 주제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왜 마음먹은 대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그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지와 같은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우선 자신의 사유를 전개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친구관계 같은 관계 속으로 확장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야 비로소 고전의 저자들과 만나는 게 좋다.-206

 

그런 연습을 거치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세월호나 촛불집회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보면서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고민을 할 때 [금강경] 읽기, 공부가 고통인 시절에 율곡의 [격몽요결] 읽기, 행복과 의미 상실의 시대에 [논어] 읽기, 상징폭력의 시대에 플라톤의 [국가] 다시 읽기 등, 소제목을 보면서 지금 내 고민과 관련된 부분을 펼쳐 읽으면 좋다.

 

고전을 많이 읽고 그 지식을 뽐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자는 한 권의 고전을 읽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겠다는 무모한 도전보다는 눈길과 마음이 가는 데 멈춰 서서 깊이 읽어가며 저자가 대화의 상대자로 나서주기를 기대해 보라고 말한다. 어느 순간 한 번만이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 그 때에는 고전이 지니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될 거라면서 말이다.

이제껏 관심 기울이지 않았던 고전독법. 아이로부터도 배우고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란 책을 읽으면서도 배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