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통 글을 쓰지 못했다. 마음이 떠나서 그런 건 아니었다. 정말로 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내겐 없었다. 예전과 달리 학교에서 글을 쓰는 게 힘들어졌다. 하지만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니다.
문제는 그놈의 술이었다. 최근 2주간 난 겁나게 많은 술을 마셔댔다. 내가 마시고 싶은 날도 있었고, 친구의 사정 때문에 마신 날도 있었다. 한가지 분명한 건 술자리에서마다 늘 최선을 다해 마셨다는 것. 그래서 그저께는 오후 8시에 이미 뻗어서 잠자리에 들었고, 어제 역시 9시 반,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드러누워 자버렸다. 글을 쓸 시간이 있을 턱이 없지만, 이렇게 마셔대는데 몸이 성할 리도 없었다.
지난주 수요일, 몸의 이상을 느끼고 일찍 들어가 잘 생각을 했다. 하지만 친구가 네팔에서 귀국했다며, 그리고 미녀인 후배 작가를 데리고 나온다고 전화를 하는 바람에 12시까지 달렸다. 그 다음날은 친한 동료가 고민이 있다고 해서 간단히 저녁만 먹자고 했다가 내친김에 2차를 갔고, 결국 소주 4병을 나누어 먹고 뻗었다. 금요일은 밀양을 봤고, 영화가 주는 여운 때문에 또 소주를 깠다. 그리고 그날은 타이레놀 ER을 여덟알이나 먹었는데 별반 효과가 없어서, 몸을 덜덜 떨고 코를 풀어대면서 술을 마신 날이기도 하다.
토요일 아침, 몸은 너무도 안좋았다. 다음날 제주도에 가야 하는데 이 상태로 어떡하나 걱정이 됐다. 아이고 아이고 하며 집에 누워 있다가 불현듯 일어나 동네 병원을 갔다. 주사 한 대를 맞고, 거기서 주는 독한 약을 먹고 잠에 빠져들었고, 땀에 흠뻑 젖어 일어나보니 한결 기분이 나았다. 그때부터 몸이 좀 아파지려고 할 때마다 병원서 받은 약을 먹어댔고, 그 결과 일요일과 어제의 술자리도 무난히 견뎌낸 것 같다.
오늘이라고 술자리가 없을까. 평소의 술자리가 내가 원한 거 절반, 상대가 원한 게 절반이었다면 오늘의 자리는 내가 원하는 게 4분의 3에 육박하는, 쉽게 말해 간절히 바라던 그런 자리다. 그러니 오늘은 즐겁게 술을 마셔야 한다. 단 한가지 문제가 있다. 토요일날 받은 약이 다 떨어졌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