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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현대사의 흐름과 세계
강철구 지음 / 용의숲 / 2012년 10월
평점 :
세계사 시간에 취한 숙면의 업보를 치르던 초보 독서가는 독서 중 역사적 무지로 인한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며 매번 검색하는 일에 지쳐버렸다고 한다. 이 인간은 편하게 책 읽으려면 흐름이라도 대강 알아둬야지 하면서 두꺼운 역사책(예: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 <서양사강좌>)을 펼쳐 도전할 때마다 늘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법 없이 노잼을 외치며 던져버리기 일쑤였다고 하는데.... 실패를 겪으며 자기객관화를 마친 인간은 처음부터 다 훑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그나마 덜 싫은 현대부터, 벽돌책은 읽기도 전에 지치니까 분량 부담이 적은 놈을 골라 읽기로 결심했고, 그 조건을 충족하여 선택된 이 책은, 아주 훌륭한 놈이었다고 한다. 일단 구성이 탁월한 듯. 제국주의에서 시작해 세계대전, 파시즘, 식민지 해방, 신자유주의 등 굵직굵직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되었는데, 쭉 따라가다 보면 광활한 무지의 밭-내 머리를 말한다-에 없던 씨앗들이 심어지는 건 물론이요 지금까지 그것도 씨앗이라고 흩어져 있던 쪼매난 지식들이 지들끼리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음. 서로 다른 관점과 해석을 짧게나마 제시하는 것도 좋았고, 중간중간 건조하게 때리는 저자의 팩폭이 웃기고 통쾌하기도 했다. 난 의무감으로 읽는 책은 매일 읽을 분량을 정해두고 딱 그만큼만 읽고 덮기 때문에 이 책도 원래는 하루에 2장(章)씩만 읽기로 했었다. 그런데 웬걸! 그날 분량을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서 계속 읽고 싶은 정도의 재미를 경험함. 결국 계획보다 빠르게 완독한 데다 ‘역사라는 거... 꽤 재밌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음. 저자분께서 머리말에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서양 현대사에 대한 지적 관심을 어느 정도라도 충족시킬 수 있다면 필자에게는 큰 기쁨이 될 것이다“라고 쓰셨는데요. 기뻐하십시오. 충족되었을 뿐만 아니라 추가로 생성되기까지 했습니다. 이 책이 역알못 탈출의 길을 열어준 듯. 그래도 여전히 고대와 중세로 관심이 미치진 않으니 현대부터 더 파면서 거꾸로 내려가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