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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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실컷 우리책을 읽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이건만 남편은 한 쪽 팔에 깁스를 하고, 딸래미는 독감 끝이라 어딜 나갈 엄무도 못내고 집에서 삼시세끼 하느라(집밥이든 배달이나 인트턴트든 꼬박꼬박) 힘들어죽겠지만, 그래도 내일도 쉰다는 것에 다행스러워하면 연휴를 즐기는 중. 

 

주인공 포포와 바바라 할머니와 5살 큐피와의 우정이 부러웠다. 부러 꾸미지 않으나 적당한 예의를 차리는 관계가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관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일본 전통 풍습에 관한 내용이나 지명이나 식당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서(이상하게 일본어는 우리말로 써 놓으면 그게 그렇게 눈에 탁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성가셨는데, 나중에는 그 정취를 느껴보고 싶어서 책을 읽다가 지명을 찾아서 이미지를 검색해보기까지 했다. 세밀한 음식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참으로 일본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편지를 통해서 선대와 화해하는 포포를 보면서 엄마에게 못되게 굴지 말고(난 아직까지도 가끔은 불량소녀 주인공같은 말을 내뱉을 때가 있다) 나도 생전에 잘하자는 반성을 하면서는 울컥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했고, 다양한 사연을 갖고 대필을 의뢰하는 사람들을 읽으면서는 세상사는 거 다 똑같구나 싶기도 했다. 여러모로 연말에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바라 할머니처럼 그냥 오늘을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거 잊지 않고 살았음 싶다.

 

종이를 고르고, 필기구를 고르고, 우표를 고르고, 인장을 세심하게 고르는 주인공. 글귀 하나에도 고민하고, 마음에 쏙 드는 글이 떠오르지 않으면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내 일과 겹쳐 있는 부분이 있어서 공감되어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내 자세도 새삼스럽게 다짐해보게 되었다.

 

올해는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어서인지, 어떤 장르의 책을 읽더라도 작가가 하는 말에서 내가 올해 경험한 것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뭔가를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그만큼 또 얻은 것들이, 또는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 나만의 신념들이 많았던 해인가 보다.

 

정성을 다하면 상대가 그것을 알아채는 것 같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최선으로 배려해주니 또 그 대가가 따르는 것 같다. 올해, 같이 일을 하게 되어서 고맙다고 카드까지 보내주어서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아주 간만에 받아보는 손 편지글도 함께. 이 책을 읽고 보니 정말 예쁜 펜으로 손편지를 쓰고 싶어지기도 한다.

 

올해 시작한 일을 내년에도 즐거이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뭐 그건 나한테 달려있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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