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수첩 김승옥 소설전집 2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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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다섯개의 중편으로 구성된 김승옥 전집의 두번째 권.

김승옥의 소설은 봄비에 묻어나는 비내음마냥 몸으로 느껴지는 그런 촉촉함이 있다. 정말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게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그리고... 그의 소설은 너무 순식간에 읽힌다. (조금 다른 이유에서지만) 오스터의 소설처럼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재밌!고, 자연스럽고, 감탄스럽고 또한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녀려서 아프다. 이토록 '인간'이라는 존재에 예민한 사람이었다면 그의 구원은 정말 종교로의 귀의 밖에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집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다. 그걸 왜 나는 글로 써내지 못하는 건지. -.-;   4, 5번째 작품은 미완이라 아쉬웠다. 몽환적인 분위기에다 좀 난해하기도 하였는데, 그건 미완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위로한다.

그 중 3번째 이야기, [재룡이] 

성영감네 내로라 하던 머슴, 성실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던 그 사람 좋던 재룡이가, 강제로 끌려가서 '빨갱이'들과 싸우고 훈장달고 돌아오더니... 그 눈에 살기가 서렸다는 것이다. 어느 날, 이러나 저러나 매한가지인 일로 죽일듯이 두 패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마을 사람들... 이들을 지켜보던 재룡이 눈에는 그런 싸움질이 우스꽝스럽고, 어이없기만 하다.  이미 마을은 두 패로 나뉘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좌와 우. 옳고 그름. 사람들이 무서워서 피하고, '필시 무슨 죄를 지어서 몸쓸 놈이랑 혼이 바뀌어 버린 걸게다'라 믿는 엄니가 '니가 죄를 지었드나?" 고 묻는 말에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어요?!"라고 울먹일 밖에.

전쟁이 한 개인의 삶을, 한 가족을, 마을을, 국가를 송두리째 바꿔버린다는 사실에 몸서리쳐졌다.  "5천명이 사살당했다"라는 느낌과 "재룡이가 미쳐서 돌아왔다"라는 느낌이 너무나 다른 것처럼, 개인의 체험으로 연결되면 역사적인 사실은 더더욱이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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