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꽤 두꺼운 책이었지만 정말~ 술술 읽히는 책이다. 1차 세계 대전과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츠바이크가 바라보았던 세상을 이야기한다.

"1914년부터 18년까지 영국·프랑스·러시아 등의 연합국과 독일·오스트리아 등의 동맹국 사이에 벌어진 .... "라는 식의 백과사전식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일상의 변화에 대한 묘사이기 때문에 훨씬 더 '전쟁'을 실감할 수 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던 당원들도, 인권과 평화를 말하던 종교가들도, 세계 평화를 그리도 갈망하던 작가들도 언론들도.. 전쟁이 나자 어느 새 모두 '자기 나라'만세를 외치며 이리 저리 몰려다니는 것이다. 어떤 다큐멘터리보다도, 어떤 세계사 책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게 '전쟁'과 '인간'과 '대중심리'에 대한 잔혹한 면을 낱낱이 보여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츠바이크가 말하기를, 자신이 글쓰기에서 뛰어난 것이 있다면, 말하고자 하는 것 중에서 80%는 체에 걸러서 버리고, 20%만 남기는 기술이라고했다. 그래서인지 군더더기 같은 단락이나 장은 없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와 관련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별반 언급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자서전의 형식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당시 유럽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재미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로댕, 로맹 롤랑, 고리키, 슈트라우스, 프로이드 등이 그과 참다운 우정을 나눈 친구로써 등장한다는  것이다. 작품이나 '거장'라는 타이틀만으로만 보아왔던 그들이 츠바이크의 친구로써 인간적인 면들을 드러내는 모습들은 인상적이다. 그들이 나누는 우정과 선견지명과 천재성은 부러움을 넘어선다. 

심지어는 무솔리니와 히틀러까지도 서신이나, 옆집 사나이로서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이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게 되는 과정도 보여진다. 결국은 각 당파의 이기적인 계산과, 국민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한 병사일 뿐이라는 상류층의 과소평가가 전 유럽의 운명을 뒤바꾼 것이다. 전쟁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자만심'이었음을 확인한다.   

철저한 자유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였던 츠바이크는 그렇다고해서 대책없는 낙관주의에 우호적이지는 않다. 그의 어투는 독설적이거나 비판적이지 않고, 오히려 성찰적이고 겸손하고 차분하다. 그래서 더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건, 그 때에 비해서 지금이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는 불안감이다. 전쟁을 몸으로 겪었던 그는 아마 이런 불안감을 더더욱 견딜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성급하게 먼저 갔는 지도 모른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고 미국이 세계 대전에 참전한 그 날, 그는 그의 부인과 같이 자살했다.

-이 책이 우리를 좀 우울하게는 만들지언정,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츠바이크 그 자신도 원했습니다. 운좋게도 그는 전쟁자료과 같은 곳에서 복역을 하게 되어 다행?이었지요. ^^ 병약했던 릴케도 병사로 징집되지는 않지요. 릴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은 어디에 있거나 감옥입니다."

정리가 잘 안 됩니다. 연습해야겠습니다.  ㅠ..ㅠ    2004,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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