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잤다는 한 서재인의 글을 보다보니...괜시래 옛생각이 났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었을까? 외국에 있던 K군이 한국에 왔었을 때다. 항상 떨어져 있던 때라, 만나기만하면 평소때 못하던 남녀친구 노릇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연애한다면 가장 흔한 꺼리인 영화를 보러갔다. 별반 영화에 흥미가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 K군. 해리포터를 보러갔었다. 나는 책에서 본 내용이 그대로 재현된 것만 같아서 무지 들뜨고, 신나 있었다. 근데... 이 K군이 옆에서 잠깐씩 자는 거다. 그러다 쌔끈거리는 고른 숨소리를 내면서 깊은 잠에 빠지려는 순간 나는 부끄럽기도하고.. 해서, 쿡쿡.. 깨웠다. 그런데도 계속 자길래 그.만. 코를 잡아당겨버렸다. 갑자기 잠이 깬 K군이 막 화를 냈다. 그래서 나머지 시간동안 썰렁하고, 어색하게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왜 그 장면은 두고두고 나를 미안하게 만드는지.
생각해보니, 쓸떼없이 아이 같기만 하던 K군은 나를 본다고 설레서 밤잠을 못잔거다. 그리고 뱅기타고 와서는 피곤한 아이를 내가 빡세게 여기저기 델구 댕기면서 괴롭힌거다. 졸음이 몰려올만도 한데... 그거 하나 이해못하고, 내 하고 싶은 대로 한 거다. 첫사랑 이었으니까,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래서 해해년년 어떤 일에 마주치면 K군에게 못한 것들만(정말 잘한 일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무섭게도)이 생각나서 새록새록 미안하고 아프기만 하다. 왜 그렇게 어렸던지. 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