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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ㅣ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읽고 나면 이미지로 남는 글들이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그랬던 것처럼 고등학교 언제쯤 ‘배웠던’ 것 같은
[무진기행]도 그런 기억으로 남아 있는 소설이었다. 그냥 뿌연 안개만 기억이 나는.
덩달아 옷까지 젖어드는 듯한... 느린.. 소설.
그러다가 알라딘에서 소설 쪽을 즐겨보는 분의 짧고도 강렬한 추천을 보고는
주저없이 주문했다. (사실은 바보같이 옛날 절판된 책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가
나중에야 문학동네에서 새로 김승옥 전집을 출간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전집이라는 건 언제나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런 것인지라, [무진기행]을
담고 있는 1권만 주문했다.
이 전집의 첫번째 책인 이 책은 60년대에서 70년대 초반의 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염소는 힘이 세다’처럼 결국엔 그 현실의 힘들에 끌려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들, 소년이
그렇게 ‘현실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혹은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연민,
회의, 도피, 혼란들이 느껴진다. 그 비릿한 시대에 대한 어찌할 수 없는 인식이었으리라.
그의 글이야 말로 무진의 안개마냥 ‘밤 사이에 진군해온 적군들처럼…’ 어느새 내 주변의
공기마저도 바꿔버리는 것 같다. 카리스마 있고 감수성이 넘친다.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
에 또 한번 감탄하였음을 물론이다. 그의 글을 아주 좋아하게 됐지만, 좋아할수록 더 조심
스러워하는 나인지라, 한 박자쯤은 쉬었다 그의 전집 2권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경고
그러나 약간은 들뜨기 마련인 12월에 읽기에는 너무 우울한 소설들이 아닌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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