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더 하우스 1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한 달전쯤 읽은책인데.. 임시저정이 되어있네.

사실은 [군인은...]의 사샤와 같은 느낌의 글일거라고 생각했다. 분량이 많아도 금세 읽힌다거나 재밌다거나 이런 후기들 때문에. 그런데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사실 당연한데..) 첫장에서부터 확 휘어잡는 느낌은 없지만 이상하게 책에서 손을 못떼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자동차 놀이하는 옆에서도, 아빠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옆에서도, 뉴스를 틀어놓고도 전혀 방해받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남편말마따나 "이런 데서 책이 읽어'진다. 

처음에는 '낙태'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 (꼭 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어쨌거나 아픈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불편했지만 조심스럽게 극복하면서 읽었다. 이상하게 난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한 번도 운 적이 없고 그렇다고 소리내서 피식거리며 즐거이 웃은 적도 없다. 오히려 내내 사람들에 대한 안스러운 마음으로 전전긍긍했다. 윌버라치, 간호사들 그리고 멜로니나 자살?하는 로즈 씨나. 호머 웰즈를 찾았을 때의 멜로니의 반응은 조금은 예상밖이었고 그래서 가슴 아팠고 또 묵직하게 남았다.   

묵직한 세월들.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증거인지 근간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세월.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 우리는 자신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그런 사람들하고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충분한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들이 과거에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햇는지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들 건 한 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사람이 괄호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 

표지 뒷면에서 성석제는 이렇게 말한다.'들소처럼 튼튼한 몸, 활기찬 걸음으로 산을 넘고 들판 강을 건너 멀 길을 가는 소설이다' 읽고나면 참 맞는 말이다 싶을거다. 앞표지는 빨간 사과 하나. 참 이쁘다. 19개월짜리 딸아이가 '사과가 쿵'을 들고 와서 '이건 해원이 사과, 이거는 엄마 사과'한다. 사과 때문인지 이 책 두 권을 끌고다니며 두 아이가 좋아한다. 앞날개에서 존 어빙은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 나는 이야기를 짓는 목수다." 라고 말한다. 이 소설의 분위기와 그의 인상에 딱 맞는 멘트가 아닐까한다. 그 말이 참 좋다. 그의 얼굴은 괴팍하면서 끈기있고 인간애있고 천재적이지만 자신의 감정엔 충실하지 못한 미드의 주인공 의사...(역시 이름이 생각안나네_검색해서 빈칸을 채우기엔 난 그냥 너무 게으를뿐이고~)를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우리 윌버라치와 닮았다. 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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