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읽은 베르베르의 소설(집)이다. 총 18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이하게 씌여져 있고 책이 가볍기까지 하므로 침대에 누워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후딱 읽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한계가 없어 보이는 상상력과 꽤 진지하고 거대한 주제들의 무게는 그리 가벼이 볼 수 있지만은 않다. 다만, 그 소재들이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 적쟎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종종 빠져들곤 했던 환상적인 상상과 많은 부분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에 담긴 많은 상상력의 산물들은 굉장히 고전적이기도 하고 진부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최소한 그 소재와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은 기발하고 산뜻해 보인다. (경미한 스포일러가 있음)

내겐 너무 좋은 세상 - <블레이드 러너> 풍의 반전과 일렉트로닉스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전망이 공존한다. 물건들의 골때리는 수다를 들을 수 있다.

바캉스 - 한 여름의 몇 주를 바캉스로 보내는 프랑스인다운 시간 여행 바캉스 에피소드. 불결하고 야만적인 몇 백년 전의 세계보다 현대의 자본주의가 더 무섭다고 역설한다.

투명 피부 - <플라이>처럼 본인을 대상으로 과학 실험을 하여 끔찍한 괴물로 변하는 과학자의 이야기. 한국 독자에 대한 배려 내지는 아첨을 볼 수 있다.

냄새 - <맨 인 블랙>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하고, 우리보다 훨씬 거대한 지적 존재에 대한 유머러스한 야유.

황혼의 반란 - 노인의 모습을 한 체 게바라가 젊음을 숭상하고 늙음을 경멸하는 세태에 결연히 맞선다. 그러나 수많은 여느 반란 이야기와 마찬가지의 결말을 맞는다.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 <털없는 원숭이>의 외계인 판본.

조종 -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내전을 끝내려면 반란을 일으킨 몸의 일부분을 어떻게 조종할 것인가, 또는 조종당할 것인가를 해설한다.

가능성의 나무 - 저런 나무를 만드려면 전 우주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의 신비 - 10 이상을 무시하려는 사람들을 통하여 파시즘의 정신 박약을, 그러나 그 무모한 막강함에 밑줄을 긋는다.

완전한 은둔자 - 면벽 수행을 끝까지 밀고 가는 극단적인 예를 보임으로써 선불교적 수행에 대해 짖궂은 조롱을 던진다.

취급 주의: 부서지기 쉬움 - '냄새',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에서 주객만 전도된 버젼.

달착지근한 전체주의 -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조지 오웰의 예언이 근본적으로는 옳았음을 100년 후의 세계와 지금의 세계 사이의 다른 그림찾기를 통해 신랄하게 보여 준다. 독특한 접근법과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모호하고도 풍부한 주제가 돋보이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

허깨비의 세계 - 기표와 기의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만들다.

사람을 찾습니다 - 심각한 말기 공주병의 증례.

암흑 - 시각의 종말은 세상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 주인에 그 사자 - 현대에는 이 에피소드의 사자보다 더 고약한 자본의 발명품이 많다. 물론, 이 에피소드의 전갈보다 더 고약한 것도 많다.

말 없는 친구 - 엔트 이후로 가장 드라마틱한 '행동'을 한 나무의 이야기.

어린 신들의 학교 - <블랙 앤 화이트>라는 게임을 하다가 쓴 단편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 <문명> 시리즈와도 닮았군.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에서도 영향을 받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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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시큼해져 간다면 발효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시간의 섣부른 종종걸음에 치이다가 짜투리 시간에 쪼그리고 앉아 시금털털한 공간을 맛보며 상념에 젖는다. 혼자 채우고 앉아 아무런 물결도 일어나지 않는 휑한 공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무의미한 독존의 세계. 이런 곳에서 곰팡이처럼 우두커니 앉아 공간을 발효시킨다. 홀아비 냄새나는 퀘퀘한 묵은지로 변한 공간은 그래서 더욱 깊이 알싸하게 혀를 쏘아댄다.

싱그럽고 아삭아삭한 공기가 그립다. 마요네즈를 바르지 않아도 전혀 비리지 않은 파릇한 채소처럼 푸릇한 공간. 가까이 가기만 해도 청량한 풀내음이 코를 감싸고 돌아서 시냅스가 즐거운 전류를 찌릿찌릿 외쳐대는 건강한 마약, 그러니까, 다른 누군가가 그립다. 미묘한 감정의 편린들을 서로 나누며 포지티브 또는 네거티브 피드백을 공유하면서 풍요로와지는 '삶'.

그러나 이미 내 공간은 시큼해져 있다. 숙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봄나물처럼 활기어린 삶의 뜀박질은 없다. 고요하게 침잠할 뿐. 단전에서의 깊은 숨쉬는 소리만이 보다 더 깊은 숙성을 향한 느릿한 리듬을 이끌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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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08-1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다녀왔더니 전자인간님이 나타나셨네요! 방가와요~~~

전자인간 2006-08-1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딸기님.. 여전히 저를 반갑게 맞아 주시네요. ^^
 

http://www.hani.co.kr/kisa/section-002007000/2005/12/002007000200512071444312.html

[필진]어느 물리학자가 바라본 황우석 논란

몇 달 전 SCI급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발표하는 세미나를 한 적이 있었다. 끝날 무렵에 누군가가 이렇게 질문했다.

“그 계산 결과를 내가 도대체 어떻게 믿을 수 있죠?”

한편으로 생각하자면 남의 계산 결과를 의심하는 것이 상당히 무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질문은 사실 학계에서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만약 내가 거기다 대고 “이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인데...” 라고 대답한다면,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더라도 아마 질문자에게 충분한 해명이 되지는 않았을 터이다. “제 계산 노트 보여 드리죠.” 라는 한마디로 상황은 끝났다.

물리학을 전공한 내가 박사과정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것이었다. 흔히 교과서라고 불리는 출판서적들은 물론 유명 학술지의 ‘검증된’ 논문조차도 자기가 직접 확인해 보기 전에는 “절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의 하나였다. 실제로 과학이 발전해 온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의심과 회의야 말로 과학의 성공을 보장해 준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심과 회의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권위와 상식에 대한 도전일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도전받는 권위는 이런 갖가지 도전을 이겨냄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해 낸다. 그래서 귄위에 대한 도전과 의심, 공격과 방어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학 활동의 일부분이다.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양자역학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과학자로 남았다. 스스로가 생애 최대의 실수라고 인정했던 우주상수는 근래에 와서야 그 중요성이 다른 이유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존 최고의 물리학자라는 스티븐 호킹도 블랙홀에서의 정보 상실이라는 자신의 주장이 무수한 공격을 받았지만 아무도 그런 의심과 도전을 ‘흠집내기’라는 식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에 그는 자신의 이론을 일부 수정하기에 이른다. 실험과학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비교적 큰 규모로 이루어지는 실험 결과를 놓고서도 저건 잘못된 실험이라는 주장들이 언제나 제기된다. 그 결과가 어느 학술지에 얼마나 비중있게 실렸나 하는 사실 자체는 과학적인 근거와 관련해서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과학자가 자신의 양심과 과학적 근거에 비추어 납득되지 않으면 의문을 제기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그들의 본능에 가깝다. 과학자들은 수년에 걸쳐 그렇게,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믿지 않도록” 철저하게 교육받기 때문이다. 과학이 지금까지 성공한 학문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과학적 방법론이 그 활동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관철되기 때문이다.

최근 황우석 교수팀의 인간 배아줄기 세포와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 한 가지 매우 안타까운 점은 그 어디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한 과학적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사이언스나 네이쳐라는 학술지가 연구결과 혹은 진실의 최종 잣대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과학자들에게는 그저 이름있는 학술지 중의 하나일 뿐이다. 단지 거기에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그 논문을 믿는 과학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래서 논란의 초기에 황우석 팀에서 ‘사이언스에 실렸으니 검증이 다 되었는데...’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어도 과학자의 상식으로 봤을 때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그런 주장을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자 집단에서 했다는 사실, 과학계에서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권위에 대한 도전과 의심과 회의를 흠집내기로 몰아가는 태도 등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일반인들의 여론과는 달리 젊은 과학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들(scieng나 kids, 혹은 bric)에서는 황우석 팀의 이런 대응방식에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정말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윤리를 위해 취재과정에서의 최소한의 윤리를 어겨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논란을 해결하는 과정이 비과학적이거나 심지어 반(反)과학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젊은 과학자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국민 대다수의 여론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왜 황우석 팀은 이 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하지 않는가.

[관련게시판] 바로가기
[관련그림] 바로보기

온 국민을 며칠간이나 혼란에 빠뜨린 이번 사건은 전 세계는 물론 인류 전체의 과학 발전에 중대한 획을 그은 위대한 성과에 관한 것임에 반해 그 대응방식에서 ‘과학’ 혹은 ‘과학적 방법론’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더군다나 해당 연구집단이 일반 대중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반면 같은 과학자 집단으로부터는 큰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다.

혹자는 <피디수첩>이라는 비전문가가 세계적인 과학적 업적을 검증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이 또한 그리 과학적인 주장이 못된다. 과학적인가 아닌가는 그 주체가 누구인가와는 상관없이 주체가 벌이는 행위가 얼마나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 과학자들은 다소 어설픈 <피디수첩> 제작진들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과학자 집단으로서의 황우석 팀이 이번 기회에 과학이란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한 수 지도’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황우석 팀은 오히려 스스로 합의한 방법론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전혀 과학적이지가 않다. 기존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제시하면 된다. 황우석 팀의 뒤이은 언행은 이 땅의 많은 과학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줄기세포를 다시 시연해 보이겠다는 말은 예컨대 화살을 과녁의 퍼펙트 골드에 한 번 더 꽂아 넣어 보겠다는 말인데, 누구도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과녁에 꽂혀 있는 화살의 지문검사만 하면 그냥 끝날 일이다. 새로운 연구 성과를 내보이는 것으로 검증을 대신한다고 하는 말도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앞으로 나올 연구 결과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의 진위여부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이건 과학의 문제 이전에 상식의 문제다.

황우석 팀은 과학적인 방법론의 정도를 걷기보다는 언론플레이만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같은 과학자의 입장에서 매우 서글픈 일이다. 젊은 과학자들이 찾아낸 사이언스 논문의 동일한 세포사진도 황우석 팀의 주장과는 달리 이미 사이언스에서 검토 중인 게 아니라, 논란이 있고 나서야 황우석 팀에서 정정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었고, <피디수첩> 때문에 세계최초를 빼앗겼다는 일본의 그 논문은 취재 들어가기 전인 5월말에 벌써 제출된 상태였다. 연구팀의 핵심 관계자들이 과학의 정도를 걷는 대신 연이어 거짓된 주장들을 언론에 계속 내놓는 한 과학자 사회에서의 학자로서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문제의 배아줄기 세포가 진짜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그러나 과학은 종교가 아니다. 과학적인 믿음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 국익에 비추어 본다면 매우 매몰차 보일지 몰라도 과학자들은 매사에 의심하고 회의를 품고 0.1%의 의혹에도 문제제기하도록 그렇게 교육받고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저자 중 한 명이 논문의 진위에 의혹을 제기한 점, 문제의 배아줄기세포 DNA를 공정한 제3자(사이언스를 포함해서)가 검증했다는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 후속 연구와 이 문제는 전혀 별개라는 점은 생명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다 알 수 있는, 이미 알려진 ‘사실’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어도 ‘본능적으로 의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행위다. 그리고 이처럼 그다지 심오하지도 않은 뻔한 사실들을 놓고서 ‘과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을 하기가, 또 받아들여지기가 이렇게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면, 나는 아마 과학자의 길을 걷지는 않았을 게다.

황우석 교수는, 나 또한 존경해 마지않는, 대한민국 최고 과학자 제1호다. 그런데,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대한민국의 과학이 실종되어 버리는 지금의 상황이 나는 너무나 안타깝다. 팀내 안규리 교수는 이번 일로 후배 과학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많은 염려를 하셨지만, 정작 젊은 과학자들은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선배 과학자들의 태도와, 의심하고 문제제기하는 과학자로서의 본능과 양심을 사회적으로 거세당한 참담함에 괴로워하고 있다. 이를 짓밟고 성취한 국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학입국을 꿈꾸는 대한민국을 정말 가치있는 나라로 만들 수 있을까...

과학도로 첫발을 내디딜 때 가슴에 품은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진리는 나의 빛이니(VERI TAS LUX MEA)!"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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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이라는 생물학자들의 커뮤니티에 뜬 글입니다.

Name    한소리 

Subject 황교수와 애국의 길


지금 돌아가는 나라꼴을 보면 무섭군요.
조만간 이 사이트도 폐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트래픽이 아닌 다른 사유로 인해.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그 전에 이 사이트의 전문가 의견들을 자료로 카피해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래 트래픽님 말씀대로 다른 사이트로
옮겨 여론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역부족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더욱이 현재 진실 된 전문가 분들은 이제 이 곳에다 글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황교수팀의 구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보다 앞으로의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군요.

첫째,
정말 무지의 내셔널리즘이 몰아치고 있군요. 어느 분의 말대로 벼랑 끝으로 몰려가는
들쥐떼처럼. 이런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을 언론사나 기자들의 침묵과 도를 넘는
왜곡은 결코 국익이란 핑계로 면죄부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의
주치의인 안규리 교수 등 믿었던 과학자들도 이런 진실을 외면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퀴리부인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되라고 이름까지 Curie 지어주신 안규리
교수님의 부친도 결코 이런 비양심적인 과학적 방법으로 안교수님이 노벨상(?)을
타길 바라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당장의 국익이 중요하고, 이번 논문의
데이터 오류나 조작 의혹이 사소하다고 생각할지라도 말입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안교수님이 이 상황을 아직 파악 못하셨다면 직접 나서야 될 것입니다.
안 교수님조차 이러한 공작(?)에 참여했다고는 아직은 차마 믿고 싶지 않군요.
하물며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는 이 분야의 다른 원로나 학자들이야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
노통을 비롯한 이 정부의 오명 과기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의 부정직성 또는
무책임성도 나중에 반드시 조롱의 무대위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결코 국민이나
무지한 대중들의 여론 때문이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작금의
정치인은 더 말할 가치도 없겠지요. 제발 더 늦기 전에 진상을 조사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노통의 말대로 이 정도 선에서 논란을 중단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좀 지나면 외국의 언론과 학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것입니다.

셋째,
황우석팀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무한가치의 특허를 얻어 경제적 이익을 조만간
가져다준다고 기대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 누구나 희망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이유로 황교수팀 2005년 논문의 사소한 데이터 오류나 조작은 개인들의
명예욕 때문이 아니라 빗나간 애국심(?)의 발로 때문이었다고 덮어두고자 하는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지금의 방식으로 나간다면
결국은...되레 미국, 영국, 독일을 비롯한 생명과학 선진국들의 역공을 조만간
받아 돈도 신뢰도 모두 잃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민들은 어쩌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생명과학분야만이 아니라 한국이 이루어 놓은 모든 분야에서. 단지 맹목적인
애국심의 광풍 탓에. 우리를 노리는 경쟁국들은 때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이언스가 황교수팀의 사진 4쌍 또는 5쌍의 실수(?) 정정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수가 아닌 고의라는 이유로. 그리고 논문을 취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된다면 미국의 장난이나 사이언스의
음모로 몰아붙일 수 있을까요. 우리 내부가 아닌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변명이
통할까요.

넷째,
이런 말이 있습니다.
We confess our little faults to persuade people that we have no large ones.
인간은 큰 잘못이 없다고 남들에게 믿게 하려고 작은 잘못을 고백한다.

황우석 파문의 핵심은 윤리문제였습니다.
그리고 PD수첩을 통해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황교수팀의 데이터 조작 의혹입니다.
2005년 논문의 전체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남녀노소와 환자용 맞춤 줄기세포가 11개가 아니고 3개가 나온 것을 효율성을
강조하기 위해 11개가 나왔다고 주장한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 수개로 다시 축소 정정 요청을 하였지만.

그리고 관련 사진을 실수로 잘못 게재한 것이 아니라
배율 등을 편집 조작해서 사용하였다가 전문가들이 문제를 지적하자,
황교수팀이 뒤늦게 사이언스에 정정을 요청했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황교수팀은 실수라고하나 전문가들은 고의가 아니면 그런 실수가 일어날 수 없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문제가 되자 정정요청을 한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냐면 11월 말에 있은
사이언스와의 논문 수정 때는 아무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조만간 사이언스측이 정정요청을 접수한 날을 밝히게 되면 자연히 알려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인의 양심을 지켜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되찾아야 합니다.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더 늦기 전에 우리의 힘으로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합니다.
황교수팀이 고의로 일부 사실을 숨기고 있다면, 대한민국을 일시 속일 수 있더라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또 지구촌 모두를 오래 속일 수는 없습니다.
국내의 과학자가 입을 닫으면 해외의 양심적인 한국인 과학자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황교수가 다시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복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거의 온
국민이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은, 어쩌면
논문의 모든 문제점(윤리문제, 데이터 조작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황우석
교수가 정말 물러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연구만 하는 것입니다.
황교수를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 큰 손실이고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그 분은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재검증을 거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추후 재현이나 연구결과로 검증받겠다는 것은
의혹해소와는 아무른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왜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동문서답인 것입니다.

아직도 언론플레이가 통하지 않는 말없는, 양식있는 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 단계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단시일 내에 끝낼 수 있는 재검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황교수팀은 DNA샘플이 망가졌다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궤변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재검증을 위한 진짜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없을
것(3개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이 연구의 총 책임자인 황교수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추후 연구결과로 검증 등의 핑계로 통할 사안이 아닙니다.
이제 과학에게 정직성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5년, 10년후에도 후학들을 바로 쳐다보고 당당히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황교수 자신이 음지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동료 후학들의 이름으로
결과물을 생산하고 그 결실을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이 아닌 황교수 자신이 논문을 취소하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스스로 희생양(?)이 되어 한국 생명과학의 진정성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세계적으로 앞선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 선도할 수 있도록
음지에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황교수가 진정 나라를 위한 애국의 길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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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일본 논문 발언은 완전 개구라'라는 제목으로 KIDS (http://kids.kornet.net) anonymous 게시판에 뜬 글. 황교수 건에 대해서는 이처럼 황교수 측에서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거대 보수 언론에서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인 후 과장 보도하여 황교수 옹호 여론을 만드는 일들이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다.

(원문을 그대로 인용했으므로 글이 조금 거칠다. 참고로 KIDS는 10년 이상된 BBS로서, 이공계 학부/대학원생/연구원 등이 많이 활동한다.)

 

황우석이네 팀이 PD 수첩의 취재에 시달리는 동안에 일본에서

개 줄기 세포에 대한 논문을 먼저 발표했다는 조선일보 기사다.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512/200512050449.html

그런데, 이거 완전 개구라다.

PD 수첩에 최초로 제보된 때는 6월이고 PD 수첩에서 취재를

시작한 것은 6-7월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발표된 문제의 논문

"Isol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embryonic stem-like cells

from canine blastocysts"는 5월 29일에 submit되어서 8월 22일에

accept된 논문이다. 한마디로 PD 수첩에서 취재를 시작하기도 전에

완성된 논문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논문은 돈을 내야 볼 수 있지만, 그 abstract는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www3.interscience.wiley.com/cgi-bin/abstract/112145345/ABSTRACT

혹시 site에 따라서는 안보일수도...


제발 황우석이네 팀은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안되냐?

무지한 국민은 속지만, 논문 검색할 줄 아는 이공계는 아무도 안속는다.

오히려 황우석이네에게 혐오감만 더 할 뿐이다.

참고로 나는 전산 박사고 이 논문 검색하는데 3분 걸렸고, 이 글 쓰는데

2분 투자하고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의 공돌이가 5분만에 밝혀낼 개구라를 떨면서

국민 과학자가 되면 제 자식들에게는 떳떳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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