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C이라는 생물학자들의 커뮤니티에 뜬 글입니다.

Name    한소리 

Subject 황교수와 애국의 길


지금 돌아가는 나라꼴을 보면 무섭군요.
조만간 이 사이트도 폐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트래픽이 아닌 다른 사유로 인해.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그 전에 이 사이트의 전문가 의견들을 자료로 카피해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래 트래픽님 말씀대로 다른 사이트로
옮겨 여론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이야기입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역부족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더욱이 현재 진실 된 전문가 분들은 이제 이 곳에다 글을 쓰지
않는 분위기가 안타깝습니다. 황교수팀의 구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보다 앞으로의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군요.

첫째,
정말 무지의 내셔널리즘이 몰아치고 있군요. 어느 분의 말대로 벼랑 끝으로 몰려가는
들쥐떼처럼. 이런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을 언론사나 기자들의 침묵과 도를 넘는
왜곡은 결코 국익이란 핑계로 면죄부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의
주치의인 안규리 교수 등 믿었던 과학자들도 이런 진실을 외면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퀴리부인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되라고 이름까지 Curie 지어주신 안규리
교수님의 부친도 결코 이런 비양심적인 과학적 방법으로 안교수님이 노벨상(?)을
타길 바라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당장의 국익이 중요하고, 이번 논문의
데이터 오류나 조작 의혹이 사소하다고 생각할지라도 말입니다. 정말 슬픈 일입니다.
안교수님이 이 상황을 아직 파악 못하셨다면 직접 나서야 될 것입니다.
안 교수님조차 이러한 공작(?)에 참여했다고는 아직은 차마 믿고 싶지 않군요.
하물며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는 이 분야의 다른 원로나 학자들이야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
노통을 비롯한 이 정부의 오명 과기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의 부정직성 또는
무책임성도 나중에 반드시 조롱의 무대위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결코 국민이나
무지한 대중들의 여론 때문이었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작금의
정치인은 더 말할 가치도 없겠지요. 제발 더 늦기 전에 진상을 조사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노통의 말대로 이 정도 선에서 논란을 중단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좀 지나면 외국의 언론과 학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 것입니다.

셋째,
황우석팀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무한가치의 특허를 얻어 경제적 이익을 조만간
가져다준다고 기대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 누구나 희망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이유로 황교수팀 2005년 논문의 사소한 데이터 오류나 조작은 개인들의
명예욕 때문이 아니라 빗나간 애국심(?)의 발로 때문이었다고 덮어두고자 하는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지금의 방식으로 나간다면
결국은...되레 미국, 영국, 독일을 비롯한 생명과학 선진국들의 역공을 조만간
받아 돈도 신뢰도 모두 잃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민들은 어쩌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생명과학분야만이 아니라 한국이 이루어 놓은 모든 분야에서. 단지 맹목적인
애국심의 광풍 탓에. 우리를 노리는 경쟁국들은 때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이언스가 황교수팀의 사진 4쌍 또는 5쌍의 실수(?) 정정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수가 아닌 고의라는 이유로. 그리고 논문을 취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된다면 미국의 장난이나 사이언스의
음모로 몰아붙일 수 있을까요. 우리 내부가 아닌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변명이
통할까요.

넷째,
이런 말이 있습니다.
We confess our little faults to persuade people that we have no large ones.
인간은 큰 잘못이 없다고 남들에게 믿게 하려고 작은 잘못을 고백한다.

황우석 파문의 핵심은 윤리문제였습니다.
그리고 PD수첩을 통해 사실임이 밝혀졌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황교수팀의 데이터 조작 의혹입니다.
2005년 논문의 전체 결과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남녀노소와 환자용 맞춤 줄기세포가 11개가 아니고 3개가 나온 것을 효율성을
강조하기 위해 11개가 나왔다고 주장한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 수개로 다시 축소 정정 요청을 하였지만.

그리고 관련 사진을 실수로 잘못 게재한 것이 아니라
배율 등을 편집 조작해서 사용하였다가 전문가들이 문제를 지적하자,
황교수팀이 뒤늦게 사이언스에 정정을 요청했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황교수팀은 실수라고하나 전문가들은 고의가 아니면 그런 실수가 일어날 수 없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문제가 되자 정정요청을 한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냐면 11월 말에 있은
사이언스와의 논문 수정 때는 아무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조만간 사이언스측이 정정요청을 접수한 날을 밝히게 되면 자연히 알려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인의 양심을 지켜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되찾아야 합니다.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더 늦기 전에 우리의 힘으로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합니다.
황교수팀이 고의로 일부 사실을 숨기고 있다면, 대한민국을 일시 속일 수 있더라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또 지구촌 모두를 오래 속일 수는 없습니다.
국내의 과학자가 입을 닫으면 해외의 양심적인 한국인 과학자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황교수가 다시 세계줄기세포허브 소장직을 복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거의 온
국민이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은, 어쩌면
논문의 모든 문제점(윤리문제, 데이터 조작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황우석
교수가 정말 물러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연구만 하는 것입니다.
황교수를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 큰 손실이고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그 분은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재검증을 거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추후 재현이나 연구결과로 검증받겠다는 것은
의혹해소와는 아무른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왜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동문서답인 것입니다.

아직도 언론플레이가 통하지 않는 말없는, 양식있는 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 단계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단시일 내에 끝낼 수 있는 재검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황교수팀은 DNA샘플이 망가졌다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궤변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재검증을 위한 진짜 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없을
것(3개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은 이 연구의 총 책임자인 황교수가
책임지는 것입니다. 추후 연구결과로 검증 등의 핑계로 통할 사안이 아닙니다.
이제 과학에게 정직성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5년, 10년후에도 후학들을 바로 쳐다보고 당당히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황교수 자신이 음지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동료 후학들의 이름으로
결과물을 생산하고 그 결실을 국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이 아닌 황교수 자신이 논문을 취소하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스스로 희생양(?)이 되어 한국 생명과학의 진정성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이 세계적으로 앞선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 선도할 수 있도록
음지에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황교수가 진정 나라를 위한 애국의 길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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