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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월 인문/사회/과학/예술 신간 추천합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일이 가볍지 않습니다.

1년의 시작은 1월일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시작은 3월입니다.

새 학교, 새 학급, 새 친구를 만나는 학생뿐 아니라, 그들을 자녀로 둔 부모, 교사의 심정도 을씨년스럽기는 마찬가지겠지요.

햇살은 봄이어도, 바람이 매운 초봄이란.

다시 마음 다잡고, 읽고 쓰는 일에 매진할 때입니다.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낸시 프레이저 외, 케빈 올슨 엮음, 이현재, 문현아, 박건 옮김, 그린비, 2016. 2.

 

이 책은 프리즘 총서 24권에 해당한다.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와 주디스 버틀러 등 여러 석학들의 의견을 함께 묶은 책이다. 낸시 프레이저의 책을 읽어 본 적은 없다. 다만 그녀가 의견을 주고받은 석학들의 이름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프레이저는 논쟁과 대화에 능숙한 정치철학자라고 한다. 정의(正義)가 각자에게 제 몫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했을 때, 불평등은 부정의와 동어반복이다. 우리의 삶이 힘든 것은 가난해서가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존감의 상처는 필연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쟁점을 가지고 어떻게 논쟁하는지 꼭 읽어보고 싶다.

 

 

 

 

 

 

 

 

 

 

 

 

 

 

도덕감정론 애덤 스미스 지음, 김광수 옮김, 한길사, 2016. 2.

 

이 책 또한 한길그레이트북스 142권이다. 세상이 하수선하면 할수록 다시 돌아갈 곳은 고전이다. 애덤 스미스를 안다고 착각하는 내가 일독해야 할 책이다. 주로 애덤스미스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정의 없이 경제 행위를 설명할 수 없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철학체계 전반에 대한 고민 끝에 자유주의를 이야기한다. 위대한 사상가의 원전을 읽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 사회평론, 2016. 2.

 

버트란트 러셀의 위대한 저서를 다 나열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영어가 안되는 내가 단기 어학연수를 가서, 끼고 살았던 책은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었다. 얇은 책이니,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읽고 해석하리라 목표도 세웠다. 어려운 건 영어가 아니라, 러셀의 사상이다. 내겐 노동으로 부터의 소외가 빼앗아 간 여가를 되찾아야 한다는 정도로 이해되었다. 자기계발의 시대에 자발적 게으름은 가능한가? (이번에 본 영화 <풍푸 팬더>에서 무술을 가르칠 줄 모르는 아버지가 아들 팬더에게 요구하는 것이 늦게 일어나기, 오래 자기 등등이다. 아이들은 여기에서 웃음이 터진다. 사실 우리가 꿈꾸는 삶이 그렇지 않은가?)

니체적으로 사유하자면, 결혼과 도덕은 시대의 담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대한 통찰을 위해서 다시 또 고전이다.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지그문트 바우만

 

신간평가단이 되기 전부터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을 꾸준히 읽어 왔다. 석학이 던지는 현대 사회에 대한 통찰은 놀랍다. 그는 정주하지 못하는 현대사회를 액체 근대로 규정하고, ‘도덕 불감증에 걸린 현대 사회가 어떻게 불평등을 극복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진로 희망 조사에서, 1위 교사, 2위 공무원, 3위 의사, 4위 건물주라는 응답이 나왔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생존 자체가 심적, 물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바우만에게는 이미 낯선 사회학의 주제는 없다. 시민은 사라지고 소비자만 남은 세계화 속에서 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술은 어떻게 거짓이자 진실인가조경진 지음, 사람의무늬, 2016. 2.

 

예술에 관한 책을 소홀히 읽었다. 매번 추천하지만, 선택되지 않는 것을 보면, 독서가가 줄고 있기도 하지만, 예술 분야의 도서 판매가 위협을 받을 듯도 하다. 올해는 예술 서적을 좀 더 집중해서 읽어볼 참이다.

이 책은 예술 체험의 구체적인 느낌과 과정에 집중한다. “우리 모두 예술이 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예술은 진실을 일깨우는 거짓이다.”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예술은 우리 삶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한다. 저자의 책을 읽은 적이 없어 아는 바는 없지만, 저자 소개가 참으로 진솔하다. 화가를 꿈꾸었던 공대생, 제대 후 예술학 전공, 철학과 박사를 거친 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무엇인지 호기심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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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 사이언스 클래식 25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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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리사 랜달(Risa Randal), 사이언스북스, 2016. 1.

 

우주와 과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라는 부제에 꽂혀 이 책을 추천했다. 서문에서 이 책은 현재의 이론 및 실험 물리학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 건전한 과학적 사고의 원칙 및 현대 과학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것(10)” 이라고 언급한다. 리사 랜달이 대중 강연을 열심히 하고,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과학서를 쓰는 것을 보면, 독자와의 대화가 과학을 발전시킨다고 보는 듯하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진화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논쟁은 불가피하다. 과학의 놀라운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 또한 엿보인다.

 

과학은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오랜 시간을 견뎌대는 잠정적 진실이다. 절대적 진실을 찾기 때문에 훨씬 더 불확실설과 대면한다. 앎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과학은 진화한다. 귀납적으로 사유한다면, 과학은 예외가 나타나면 기각되는 잠정적 진실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 셜록 홈즈에게 그가 사용하는 수사 방법이 연역적인 것이 아니라, 귀납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저자의 농담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론 물리학자인 저자 리사 랜달은 기본 입자에서 우주론까지 연구 범위가 따로 없다. 미시와 거시가 교차하며 우주를 알고자 노력한다. 극미의 스케일에서 우주 전체라는 광대한 크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어떻게 서로 맞물리고 결합되는지 큰 그림(12)을 그린다. 리사 랜들은 1962년 생으로, 뉴욕 과학 영재를 위한 스투이버슨트 고등학교,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엘리트 과학자다. 2006년 대중을 위한 숨겨진 우주을 출판하면서 스타 물리학자가 되었다. 이후 2011년 이 책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가 출판되었다. 입자물리학 연구를 질적으로 바꿔 놓은 LHC의 성과에 집중하면서 과학 연구를 전 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입자물리학의 기초에서부터 우주까지 시공간을 막힘없이 넘나든다.

 

이 책은 크게 여섯 장으로 구성된다.

 

1. 지식에 접근하는 몇 가지 서로 다른 방법의 비교

2. 물질세계를 이루는 물리적 구조

3. LHC의 작동 원리 및 실제 가동

4. 힉스 보손 탐색과 이 입자와 관련된 각종 모형

5. 우주, 정체불명의 존재인 암흑 물질, 입자 물리학과 우주론의 연관성

 

책을 읽다 보면, 굳이 각각의 장에 연연하며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는 사라진다. 동일한 주제가 중복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한다. 과학 문외한 또한 항상 궁금했던 주제를 아주 쉽게 설명한다. 물론 이 책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 개념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몇 가지 개념을 복기하며 보면 훨씬 편안하다. (예를 들어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스케일(scale)이다. 스케일은 규모 또는 척도다. LHC(Large Hadron Collider)은 대형 하드론 충돌기 또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를 의미한다. 이 정도는 과학에 관심 없는 대중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나는 무엇보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Konkin’s on heaven’s door)’인지 궁금했다. 저자는 이 제목을 밥 딜런과 락 그룹 그레이트풀 데드가 함께 한 콘서트에서 처음 들었다고 한다. 왠지 성경의 뉘앙스가 풍기는 문구다. 이 책의 표지와 제목만 접한 독자는 우선 이 책이 종교 서적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과학자가 정한 제목 치고는 참으로 역설적이다 싶었다. 역시나 리사 랜들은 철학, 종교와 달리 과학은 수동적이거나 맹목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제목을 선택했다.

 

과학이 다루는 것은 수동적으로 얻은 지식이나 믿음이 아니다. 우주의 진리 그 자체가 목적이다. 과학자는 적극적으로 지식의 문을 두드린다. 이 문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영역의 경계에 해당한다. 우리는 묻고 탐구하고, 사실과 논리에 따라 우리의 견해를 바꾼다. 우리는 오로지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나 실험적으로 확인된 가설로부터 추로한 것들만을 믿는다(104).”

 

 

- 스케일과 재다

 

과학은 불확정 요소를 가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조직적이다. 우리가 이해하는 길이와 스케일이 다양해지면, 이론은 진화한다. 현상을 보다 근본적으로 설명하고, 통찰을 가져오는 것이 바로 과학의 진보이다. ‘생각하다의 라틴어 어원에는 무게를 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어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를 고찰하는 것을 재다(weigh ideas)’(57)라고 한다.

 

리사 랜들은 대표적인 과학자로 갈릴레오를 언급한다. 그는 가 아니라, ‘어떻게를 고민했다. 관측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했기 때문에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 스스로 망원경을 만들고 이용해서 더 작은 세계와 우주를 관찰했다.

 

과학에 대해 과학자마다 무수히 많은 자기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넘어 서서 저자가 설명하는 과학은 독자의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과학의 엄밀한 규칙의 지배를 받으며 작용하는 물체를 기술하고, 그러기 우해 정량적 예언 능력을 갖춘 개념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72~73). 과학은 언제나 온갖 관측을 설명할 수 있고 온갖 현상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가장 단순하며, 다른 변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해석을 찾는다(73) 사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무수히 많은 변인들이 배제된다는 과학의 한계에 대한 오명을 벗기도 어려울 것이다.

 

- ‘무관심한 우주

 

우주는 우리에게 무관심하다. 좋은 나쁨의 척도가 될 수 없다. 객관적 과학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우주를 무관심한 것으로 다루는 것(84)이다. 이 지점에서 과학과 신학의 차이가 발생한다. 궁극적인 목적이 다르다. 종교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를 함의한다. 종교인들이 하나님께서 인간의 물질세계에 관여한다고 말하는 것의 불편함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성찰하게 된다. 그것이 일상에서 나를 매우 불편하게 하기 때문에 더욱 통쾌했다.

 

경험을 기반으로 한 논리 중심의 과학과, 계시를 바탕으로 한 신앙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102).”

 

- 입자의 성질, 질량을 이해하는 열쇠

    

내부 세계로의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자 물리학은 근본적인 구성 요소와 그들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데(123) 있다. 입자를 밝히는 기술적 한계 너머에는 물리학 이론이 존재한다. 실험적인 결과를 바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이러한 이론들이 측정 가능한 스케일에 적용되는 아이디어들을 새롭게 고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148)고 한다. 대표적인 이론이 끈 이론으로, 기본 입자 대신 기본 끈을 채용해 물질의 기원을 설명(147)한다.

 

입자 충돌과 검출을 하는 LHC는 입자의 성질, 질량을 이해하는 열쇠다. 힉스 메커니즘은 힉스 장이 아닌 곳에서 입자들의 질량이 0이었다가 0이 아닌 값이 되는지를 설명해준다. 질량을 갖지 않고 날아다니는 입자들이 힉스 장과 관련하여 상전이가 일어나면 질량을 가지게 된다. 반면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것이 점점 느리게 움직이다. 암흑 물질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빛을 흡수하지도 방출하지도 않는 물질(183)이다. 암흑물질을 포함해도 지구상의 물질 중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27%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73%는 암흑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결국 옳고 그름의 판단은 믿음이 아니라 실험(190)일 것이다. 과학의 힘은 거기에 있다.

 

저자는 LHC가 발명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입자의 내부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LHC가 처음 구상된 것은 1984, 최초 충돌 성공은 2009년이다. 걸린 기간만큼 수많은 과학자들이 관여했고,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었다.(LHC의 가격 90억 달러, 실험에 참가한 과학자가 약 1만명이라고 한다.)

 

위험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스케일이다. 이 입자의 척도를 사회에 적용하여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데 활용한다. 기후, 금융과 같은 세계에도 스케일이 적용된다. 100%는 아니지만, 확률로 재앙을 예측하고 대비한다. 과학은 불확실성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범위를 정하는(304) 것이지 완벽한 측정을 할 수는 없다.

 

-  영감과 상상력, 그리고 무한한 노력

 

저자 리사 랜들은 과학자이기 전에 작가인 듯하다. 예술적, 문학적 감수성 없이 쓸 수 없는 대단한 필력을 자랑한다. 또한 수도자의 자세와 별로 다르지 않은 그녀의 삶을 태도를 알 수 있다. 몰입과 집중, 더 진실에 다가가고 싶은 강렬한 지적 욕구를 지닌 한 과학자의 삶과 마주하게 된다. 과학도 철학과 마찬가지로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자아에 대한 탐색이다. 인간의 탐구 정신은 지구의 가장 작은 입자에서 시작하여 무한의 우주 끝에 존재하는 물질까지 탐구한다. 이러한 성과를 추동한 것은 인간의 영감과 상상력이고, 그 과정에는 인간의 엄청난 노력이 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는 과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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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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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저출산, 취직 빙하기 무업사회

구도 게이, 나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 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펜타그램, 2016.1.

 

무업사회는 일본 청년 지원 기관인 NPO법인 소다테아게넷 이사장인 구도 게이가 쓴 청년 실업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 청년 무업자들의 사례를 통해 무업이 그들 개인의 문제가 사회 시스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청년 무업자가 된 원인과 양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의 필요성, 일을 시작한 청년 무업자들이 말하는 일한다는 것에 대해서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실질적인 구체적인 사례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통계 자료에서 읽을 수 없는 삶의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려는 연구자의 자세가 빛난다.

 

저자는 청년무업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문제임을 지적한다. 낙오자, 실패자라는 시선으로 무업자를 바라보는 사회 담론을 해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청년들이 무업자 상태인 원인과 양태에 대한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 일하지 않는 청년들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동경하던 비전과 괴리된 현장

2. 불합격 메일 100통에 좌절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에 면저을 볼 수 없어

3. 초보자를 환영한다고 하고는 교육도 휴일도 없더니 갑자기 날아든 퇴직 권고

4. 어려운 세무사 자격을 취득했건만 면접에 서툴러 히키코모리 생활

5. 두 번이나 해고 경험, 무엇보다 망하지 않을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6. 친구와 회사를 설립했으나 다투고 결별, 자신 있던 재취업에 거듭 실패

7. 꿈도 일할 의욕도 없지만, 사람들과 소통만은 하고 싶다.

 

이 시대 청춘들은 보람 있게 일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 말씀처럼 착취당하고 싶어도 착취당할 곳이 없다. 고성장 시대가 끝나고, 저성장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베이비붐을 지나 지속되는 출산 하락세, 여기에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AI와 같은 컴퓨터의 발달 등이 일자리를 축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세계관은 사회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한다. 일자리가 없는 이유를 개인의 문제로, 노력이 부족해서, 자기개발이 덜되어서라고 환원한다. 이제 세상에는 공부 중인 젊은이가 가득하다. 도서관은 나이 불문, 청년 무업자의 가장 안전한 장소다. 이상적인 목표와 준비 사이의 간극은 계속해서 벌어지고,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한 것은 더욱 많아지고, 늘어나는 나이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갖추어지기 전에 시작하는 법을 더는 알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2010년부터 39세까지 청년으로 보고 있다. 15세에서 39세까지 청년 무업자다. 여기에 고립 무업자는 40대에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어디 일본만 그러하겠는가?)

 

일도, 사랑도, 결혼도 안착할 수 없는 이십대를 두고 가능성의 시기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가혹하다. 여기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언급하는 것은 무업 사회와 잠시 무관한 이야기가 될 듯도 하지만, 그 시기 나는 평생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힘들었다. 철들고 벗어나본 적이 없는 학교를 떠나 세상에 나와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당시 나는 학력에 걸 맞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좋기만 할 수 없었던 그 시기의 불안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이 드라마가 모든 남녀노소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각각의 세대를 공략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십대, 이십대 아이들에게는 밀고 당기는 연애를, 삼십대 이후 세대에게는 추억이라는 강력한 장치가 드라마 성공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90년대로 이어지는 각자의 추억이 갖는 보편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들이 있었던 거다. 90년대는 적어도 무업 사회는 아니었지만, 일할 수 없다는 것이 주는 무기력은 정말 컸다. 몇 달 일하지 않는 것이 1년처럼 느껴지는 무게감이었다. 집 밖을 나가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자신감과 자존감은 떨어지고, 대인관계에도 서툴러졌다. 밤낮이 뒤집어 지고, 세상에 대한 피해 의식이 커져 갔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원망의 화살을 겨누었다. 그 시기를 잊는 것은 평생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잊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 정규직, 연금 대상자가 된 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느끼며 살아간다. 나의 취업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능력은 필요조건일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정규직이 되고,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자 석사를 시작했다. 도서관에 아는 얼굴이 있을까 싶었으나, 함께 공부했던 동기와 선배들은 여전히 자판기 커피에 의존하며 사법고시가 7급 공무원으로, 7급 공무원을 9급 공무원으로 조절하며 <여고괴담>의 주인공처럼 학교(도서관) 귀신이 되어 가고 있었다.

 

청년 무업자는 국가 차원에서 고려되지 못한 채 가족이 그 문제를 온전히 떠안는다. 무업 상태가 몇 년간 지속되다 보면, 본인의 체념과 가족의 해결책 부재 상태에 이른다. 무업자는 계속해서 노부모의 연금에 기대어 살아간다. 자녀 교육에 목숨 거는 우리 사회 현실을 생각한다면, 노후를 제대로 준비한 노인이 드물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무업자 가족의 상태가 어떨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없는 사회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매우 유사하다.

 

일본은 가족을 사회 공동체의 기본 단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상황을 가족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며, 단지 개인의 일로만 보는 경우가 적다. 유럽의 한 청년 지원 단체 활동가에게 질문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선 청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그 부모가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부모의 경제적 조건과는 상관없이 처한 상황에 따라 누구나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정이 소득이나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지원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이다(106).”

 

 

이 책은 청년 무업자에게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하여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말이다. 그 해법을 한권의 책으로 진단할 수 있다면, 그 많은 무업자들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가 지속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몇 가지 매뉴얼로 무업 사회에서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 문제다.

 

청년 무업자를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회 시스템(175)이 필요하다. 무업자 지원 기간을 통한 자신감을 확대해야 한다. 지원의 핵심 기조는 포섭성, 연속성, 재도전의 지원(176)이다.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들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에코시스템을 만들어(190)야 한다. 청년 무업자의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며 각자의 입장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가치를 통해 협조할 수 있는지를 제안(191)해야 한다.

 

청년 무업자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세상 밖으로 내몰리지 않는 것이다. 본인의 의지박약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100% 본인 탓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 뒤집는 것이 태산을 옮기는 것처럼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것을 삶의 경험으로 안다. 계속되는 좌절로 낮아진 자존감은 우울증이라는 질병으로 이어진다.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책무성으로 책을 읽는 내내 힘이 들었다. ‘무업인(無業人)’이 아니라, 무업사회(無業社會)‘라는 점에서 이는 우리 공동체 전체의 문제다. 청년이 무업 상태인 것에 일정한 경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한다. 이는 사회 문제가 개인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이해와 포용을 바탕으로 한 사회시스템이어야 한다. 무업 사회는 결코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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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을유문화사, 2016. 1. 20.

 

2014년 출판된 책이 다시 독자와 만난다. 9년에 한번 인간의 세포 하나하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꾼다. 그렇다면, 내 몸의 주인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생물은 연결을 통해서 살아가는 공집합의 공생체 아닐까? 영혼과 육체의 이분법이 불가능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인식과 배려의 출발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의식하거나 극복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베셀 반 데어 롤크는 30년 이상 외상 후 스트레스를 연구하였다. 트라우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해결책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나와 주변을 이해하는데 도움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메를로-퐁티의 지각현상학 읽기

류의근 지음,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2016. 1. 15.

 

앞서 주목한 몸은 기억한다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메를로 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을 읽으며, 육체에 대하여 성찰했던 시기가 있었다. 부인과 진료를 앞두고 고민이 많던 시기이기도 했다. 내 나름의 해석은 몸의 맥락이었다. 내 몸은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면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무한성으로 느껴졌다. 의사와 접속하는 순간은 환자로, 수영코치 앞에서는 수강생의 몸으로, 남성 앞에서는 여성으로 끝없이 변환한다.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은 의식이 아니라 육체로 철학을 전복한다. 삶은 육화된다. 의식에 비해 열등하게 취급받던 육체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던 메를리 퐁티의 출발점으로 의미있을 것이다.

    

 

 

 

 

 

 

 

 

 

 

 

 

 

자아 연출의 사회학- 일상이라는 무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연기하는가

어빙 고프먼 지음, 진수미 옮김, 현암사, 2016. 1. 27.

 

감정사회학을 공부하던 시절, 어빙 고프만의 저서는 미시 사회를 이해하는 중심축이 되었다. 일상을 탐구하는 분위기가 드물었던 시절, 고프만의 사회학은 구조에 국한해서 공부했던 학부와 전혀 다른 사회학이라고 느꼈다. 망원경으로 세상을 진실을 보고자 했더 나에게 고프만은 세포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현미경과 같았다. 고프만은 일상을 하나의 무대로 설정하고, 타인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자아를 연출하는 것이 사회하고 이야기한다. 비판없이 내가 맡은 지위에 따른 패르소나, 역할, 역할에 따른 행동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값싼 음식의 가격표에 가려진 자연, 사람, 문화의 값비싼 희생

마이클 캐롤런 지음, 배현 옮김, 열린책들. 2016. 1. 30.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싼값의 비정상성을 밝히고 있다. 불가능한 가격은 누군가의 가혹한 희생을 대가로 한다. 사회학 교수인 저자 마이클 캐롤런은 상생할 수 없는 자본주의 상품 생산 과정을 밝힘으로써,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는 식품 체계를 구성해야 함을 주장한다. 싼값에 대량생산된 음식 이면에는 개발도상국의 수백만 소농들의 착취를 바탕으로 한다. 아프리카의 빈곤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효율성만을 강조함으로써 토지 오염과 환경 파괴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저자 식품이고, ‘먹거리 앞의 평등은 가능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옥상의 미학 노트- 파국에 맞서는 예술행동 탐사기

이광석 지음, 현실문화, 2016. 1. 11.

 

이 책은 벼랑 끝에 작업실을 짓다’, ‘눈먼 스펙터클의 도시에서’, ‘벌리고 잇고 가로지르다’, ‘변경의 목소리와 감수성의 미학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평론가 이광석과 청년 창작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담고 있다. 인터뷰에 참가한 23팀의 예술행동가들은 절망의 시대, 좌절 대신 사회 현실을 재료로 문화 정치적 실험을 통해서 그들이 꿈꾸는 에술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예술은 사회와의 경계에서 예술그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한다. 예술과 사회참여(또는 개입), 예술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창작 행위를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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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2016-08-12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최근에 사회학입문서로 <나를위한 사회학>이란 책이 나왔던데요. 일본의 사회학 교수가 일상의 사회학에 대해서 쓴 책이였습니다.
이 책도 추천드리고 싶네요~^^

더불어숲 2016-08-13 11:01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꼭 구입해서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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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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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모든 행위에 대한 성찰

 

야전과 영원, 사사키 아타루 저, 안천 옮김, 2015. 11. 자음과모음.

 

집필하는 동안 직면하는 기댈 곳 없음(15)’

 

안다면, 쓸 필요가 없다는 저자 사사키 아타루의 태도가 리뷰를 쓰게 한다. 아타루의 저작은 - 학문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자체 - 학문하는 과정 그 자체다. 읽는 행위는 저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일 텐데, 쓴다는 것은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는 과정이다. “계획 없이 써나간 글이기 때문에, 이 책의 쓰기 전 계획은 쓰는 과정에서 무너진다. 쓴다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저자에게 타자라고 간주되는 글들은 독자와 접속하며 영원한 생성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푸코, 라캉, 르장드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사키 아타르가 푸코, 라캉, 르장드르를 통하여 바라보는 인간의 삶이다.

 

독자는 사사키 아타루가 수없이 많은 밤을 밝혔을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영원한 야전에 참전한다. 사사키 아타루는 친절하다. 라캉, 르장드르, 푸코에게 적절한 지면을 안배 후, 각각의 철학자의 사상과 생애를 브리핑한다. 그리고 나서 세 사람이 만나는 지점을 상정한다. 하지만 푸코, 라캉, 르장드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충분하다는 역자의 말은 다소 무리가 있다. 라캉의 철학은 내게서 계속 미끄러졌고, 푸코를 읽는데도 수년이 걸렸다. 정신분석은 프로이드에 머물러 있다. 라캉으로 넘어가는 것은 항상 미끄러진다. 에메모호함, 라캉식 언어를 이해하는 일은 늘 좌절이다. 텍스트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독서모임과 세미나를 돌고 돌아서야 푸코 언저리를 서성일 수 있었다. 르장드르에 대한 지식은 아예 없다. 당연히 읽는 내내 곤혹스러웠다.

 

각각의 철학자 사이에, 철학자 자신의 생애에는 계보학적 단절이 존재한다. 푸코는 정신분석학을 비판하면서 라캉과 대립한다. 라캉학파를 이탈한 르강드르는 푸코와 라캉의 공명을 가능하게 한다. 라캉의 거울, 팔루스, 주이상스(대타자의 향락) 개념을 르장드르는 법·종교·제도의 물음을 받아 안는다. 르장드르는 라카의 개념을 계보학적 질문으로 재정립(20)하면서 푸코와 공명한다. 그렇게 세 사람의 철학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저자는 만년의 푸코가 걸었던 이로에서 도출한 결론이 라캉, 르장드르와 함께 공명(21)한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제1부 자크 라캉

 

거울 단계의 말을 모르는 어린 아이(인판스)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매료되면서 자신을 인지한다. 자기 모습에 상상적으로 동일화되면서, 최초의 자아가 형성된다. 자아는 이미지고, 전적으로 대상이다. 거울은 말과 이미지가 상호 침투하는 장치다. 겨울은 말과 이미지의 불균질적인 침투 상태로 구성된 장치이고, 이 장치는 말과 이미지 사이에 있는 그 무엇을 생산한다. 즉 표상을 생산한다. 주체라는 표상을, 자아라는 표상을, 타자라는 표상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상은 욕망을 표상하고, 광란한다(221). 이미지 주체는 말을 통해서 주체가 되고, 대문자 A 타자 역시 말하는 타자가 된다. 진리는 말씀의 형태도 존재한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라캉 개념은 원초적으로 알 수 없는 개념이다. 거울, 팔루스, 대타자의 향락은 늘 잉여성을 지닌다. 이미지이면서, 언어이다. 그 언어는 늘 미끄러진다. 개념은 이해를 위해 끝없이 자기증식을 한다. 라캉은 향락과 쾌락을 구분한다. 라캉의 관심은 금지되어온 향락에 있다. 향락은 근본적으로 법, 금지,윤리, 즉 계율에 관계된 것으로, 발화하는 자에게 금지되어 있다(143). 하지만, 주체는 상상계에서도, 상징계에서도, 팔루스의 향락에서도 본래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것이 나다라는 단언은 공허(231)하다.

 

아타루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이 기독교를 극복하지 못한 것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여성의 향락, 대타자의 향락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우리가 행한 바는 증상이외라는 것 이외에는 없다. 신비주의와 정신분석학은 신체, 무의식, 언어화할 수 없는 것, 욕망의 법, 결여, 해석 등 많은 어휘를 공유한다(215). “사회를 창출하고 다시 짜내는여성의 향락, 대타자의 향락이 아니라면, 정신분석학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2부 피에르 르장드르

 

르장드르는 슬픔의 매매 시장 또는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답해주는 독트린이라고 정신분석학을 비판한다. 정신분석은 프로이트와 라캉을 성스러운 이름으로 받들어, 새로운 봉건제의 주교관구((主敎管區)를 생산하는 데 딱 좋은 각종 제도의 캐리커처를 정촤기 위해서 이를 대중용 엠블럼으로 개발하는 작업으로 타락하고 말았다(265). “앵무새처럼 반복할 줄 밖에 모르는정신분석학은 자기 자신에 대한 무이해를 심화시킬 뿐(266)이라고 보았다.

 

정신분석학에 사회를 끌어들인 르장드르는 사회적 거울엠블럼개념을 제시한다. 상징이고, 텍스트이고, 이미지이기도 하고, 향락을 제공하기도 하는 거울은 각각의 엠블럼이다. 그것은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고, 사회 그 자체이기도 하다. 엠블럼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이미지를 가능하게 한다. 사회인 거울은 개인을 넘어서서 정치적인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아버지는 신()이다. 말에 의해 아버지는 절대적이 된다. ‘절대적 아버지의 첫걸음은 말(파롤)과 언어(랑가주)의 제도적 차원을 승인하는 것(326)이고, 사회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를 세우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친자관계에서 불확실한 상태에 놓여 있다. 아버지로부터 의심받는 아이인 동시에, 내 아이인지에 대한 의심을 갖은 아버지다. 남자가 이런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아폴론적 시선으로 문화를 구성했다는 성의 페르소나의 논리가 떠오른다. 법학자인 르장드르는 언어인 법은 신을 닮은 아버지이다.

 

    

3부 푸코

 

권력과 푸코는 하나의 쌍을 이룬다. 르장드르와 달리 푸코는 미시 권력을 분석한다. 배분의 기술로, 활동의 통제로, 감시의 시선으로 권력은 효율적으로 개인을 통제한다. 규율은 의례나 감시가 아니다. 모든 것을 규격화하고, 타자의 시선에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통제하게 한다. 이 통제의 과정에서 정신분석은 정상과 비정상의 분류 기준이 된다. 마을에 함께 살았던 정신이상자들을 구분하고 분류하는 과학의 역할에 정신분석학이 있다.

 

푸코의 후기 저작은 어떻게 주체의 자기 통치가 가능한지에 집중한다. 푸코는 비역사적인 것을 역사화한다. 각자의 삶을 어떻게 미학적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바로 자기 삶이 통치성이다. 성의 역사에서 성이 중요한 주제라면, 주체의 해석학은 주체와 주체의 행위 방식을 다룬다. 주체화는 나와 내가 맺는 방식이다. 주체화는 자기 인식 뿐 아니라, 자기배려의 실천으로 외연을 확장한다. 기독교(또는 금욕주의)가 자기를 버리고 신(또는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이라면, 그리스에서는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복수 개념으로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재료 삼아 실존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아타루는 생존 미학이 저항과 사회 변혁을 도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후기 푸코는 마르크스주의 비판, 정신분석학 비판에 이어 자기에의 배려와 생존의 미학조차 경멸해야 할 오류로 취급(735) 하게 된다. 이란 혁명 당시 푸코는 존재 방식, 타인과의 관계, 사물·영혼·신과의 관계 등이 철저히 바뀌어야 하고, 자신들의 경험이 근원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현실의 혁명은 없을 것(709)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혁명의 찰나의 섬광은 사라지고, 사형 집행이 시작되면서, 시아파의 교의가 혁명적인 힘을 갖고 있다(709)고 언급한 푸코는 맹비난을 받는다.

 

오늘도 다른 날들과 똑같은 하루, 다른 날들과 완전히 똑같지 않은 하루(푸코)”

 

이 책의 매력은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도전하고 싶고, 더 길게 보고 싶고,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거장의 철학을 위해 무수한 밤을 밝혔을 저자에 대해서 감히도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기 위해서 여러 날을 보내고도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뿐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이 따로 없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영원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지식의 숲(909)이다.

 

책을 덮을 때쯤 되면, 우리가 읽은 것이 아타루의 철학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라캉, 르장드르, 푸코의 이명과 공명을 아우르며, 아타루 자신의 관심 영역으로 무한 확대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철학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 서평에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요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동안 책을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간을 읽다보면 새로운 것은 없고, 그 책이 그 책인 느낌인지라, 사서 꽂아두고 다시 살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신간은 쏟아지는데, 서재에 두고 싶은 책은 적어졌다. 이 책은 꼼꼼히, 촘촘히 읽고 나서도, 혼란이 여전한 책이다. 당연히 여러 번, 촘촘히 읽어야 한다. 이 전쟁이 영원한 까닭이다. 철학 공부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끌어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과 고군분투하시길.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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