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언 에듀케이션
론 셰르픽 감독, 캐리 멀리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An Education>은 비틀스가 나오기 직전인 1961년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옥스퍼드 대학 입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십대 소녀 제니의 질풍노도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보수적인 중산층 부모는 명문대학 입학을 위해서 딸의 사생활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상승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부모의 압력을 수용하던 모범생 제니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데이비드와 우연히 만난다. 오케스트라 연습을 마치고 비에 젖은 채 첼로를 메고 가던 제니의 옆에 값 비싼 자동차 브리스톨이 멈춘다. “비싼 첼로를 비에 젖게 할 수 없다.”는 남자의 호의에 잠깐 망설이지만, 제니는 그가 가지고 있는 묘한 매력에 이끌려 브리스톨을 탄다. 경제력, 유머, 배려심을 갖춘 데이비드는 제니와 상당한 나이 차이가 나지만, 그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혼란스러운 세계로 제니를 끌어들이다. 데이비드의 물질적 풍요, 자유로운 기질과 미적 감각 때문에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제니와 그녀의 부모는 데이비드에게 사로잡힌다. 십대 소녀가 결코 알 수 없는 데이비드의 세계에서, 제니는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화려한 유혹을 경험한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 세계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제니의 옥스퍼드 진학의 꿈과 학교생활은 엉망이 되어간다.

 

<An Education>은 영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린 바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09년 독립영화계의 화제작이었던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 슈팅스타상,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아카데미상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미 어른이 한 남자와 이제 어른이 되려는 한 소녀의 로맨스에서 출발한 영화는 소녀의 혹독한 성장 과정을 거쳐서 성숙으로 마무리된다. 여성 감독 쉐르픽(Lone Scherfig)은 사건의 진행을 제니의 관점에서 접근해 나간다. 쉐르픽은 규격화된 일상 안에 갇혀 있는 십대 소녀가 꿈꿀만한 세계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감독의 현실감 있는 연출 덕분에 관습적인 성장 영화가 될 뻔한 이 이야기는 삶 전체를 사유하게 하는 힘을 갖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벗어나서 경험하기를 꿈꾸는 ‘욕망’은 끊임없이 미끄러지며 우리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은 그 실체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제니가 학교 밖의 일탈을 겪고 나서 자기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녀가 선망하는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 역시 제니의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있다. 그것은 선망의 대상이지, 현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탈로 구성된 물질세계인 데이비드의 삶과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치의 벗어남도 허용되지 않는 제니의 삶이 절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이 영화가 ‘교육’ 그 자체에 집중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관객에게 이 영화가 갖는 의외성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공교육과 교육문제 자체에 집중하며, 교육 담론을 펼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학교라는 공간이 갖는 폐쇄적인 구조를 잘 보여준다. 제니의 친구들과 교사가 보여주는 반응은 지금 한국의 학교와 별로 다르지 않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여전히 ‘학교’는 억압의 메타포로 사유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 청소년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는 자유 보다는 ‘일탈’로 규범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학력과 학벌의 성공 신화가 여전히 유효한 담론으로 유통되는 한국 사회의 입시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모범생의 일탈과 방황은 진정한 ‘교육’에 대한 성찰을 이끌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캐리 멀리건(Carey Hannah Mulligan)이라는 여배우를 기억해야 한다. ‘제니’라는 설정된 인물도 매력 있지만, 우리는 캐리 멀리건이라는 배우의 매력에 반할 수밖에 없다. “연기 이외에는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다.” 는 캐리 멀리건은 ‘제니’라는 인물에게 생명력을 부여하여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그녀의 연기 덕분에 열여섯 제니의 선택과 행동이 설득력을 갖는다. 영화에서 멀리건은 ‘헵번 스타일’의 올림머리와 선글라스와 드레스를 하고 상큼한 매력을 과시한다. 그 덕분으로 ‘제2의 오드리 헵번’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멀리건은 헵번의 1964년작 '마이 페어 레이디'의 리메이크작 주인공으로 결정되었다. <오만과 편견> <퍼블릭 에너미> <브러더스>, 다수의 TV시리즈 등에 조연으로 출연한 경력이 전부였던 그녀는 이제 세계적인 배우로 입지를 세우고 있다. 캐리 멀리건은 이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했고, <네버 렛 미 고>(2010), <드라이브>(2011)도 그녀의 화려한 필모그래피의 한 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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