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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음 -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김승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따로 또 같이 & 은둔과 참여, 공공 도서관
김승수 전(前) 시장의 『도시의 마음』은 지나온 내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주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전주 시민으로 수십 년 살면서 가장 좋았던 공간을 뽑자면 심신이 지칠 때마다 베이스캠프가 되어준 공공도서관과 영화거리의 영화관이었다. 그 공간에서 나는 따로 또 같이, 은둔과 참여, 더불어 숲이 되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했다. 도서관과 영화관은 - 함께 있으되 숨기 좋은 - 각자의 다락이다. 과거의 책과 현재의 내가 함께 미래를 꿈꾸는 벙커이다. 그곳에서 몇 시간씩 먼지 아이가 되어 이란성 쌍둥이 같은 주인공들과 연대하며 내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가 꺼내든 유년의 책에 관한 이야기도 반가운 까닭이다.
전주의 도서관과 영화관의 변천사를 함께하는 것은 정주민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시민들은 추억의 지층을 중첩으로 두텁게 하며 집합 기억과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 공간은 성장과 치유의 공간으로 회복하는 삶을 살게 해 준다. 방학과 휴일, 시험이 끝난 마지막 날, 도서관과 영화관은 – 특히 자기만의 방이 없던 청소년에게 – 합법적으로 숨어있기 좋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세계의 넓이를 가늠하며, 보편성관 특수성이 공존함을 배워 나간다. 함께 있으나, 침묵이 공증되는 곳에서 책과 영상을 매개로 타인과 세계를 끌어안는다.
『도시의 마음』은 정확히 도시의 마음만이 아니다.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에 새긴 마음결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찾아낸 서사의 기록이다. 다정다감했던 한 시장이 8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우선하여 보살폈던 공적 실행의 결실에 관한 이야기다. 그에게 사회 인프라는 물리적 기반 시설뿐 아니라, 낮은 자리에 정주하여 살아가는 서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기제이다. 그가 만들고 지켜온 도시에 대한 마음은 신자유주의가 고집하는 주체인 고객의 자리를 시민에게 내주고, 재화의 자리를 문화로 옮긴다. 발전의 자리에 회복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전을 필요조건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힘을 내는 용기를 충분조건으로 가져온다. 『도시의 마음』은 주체로서 시민을 호명하고, 시민 모두를 끌어안는 도시를 꿈꾸는 리더의 마음이다.
트랜스스페이스, 전주 작은 공공 도서관
어릴 때 우리는 안방 하나가 거실, 침실, 식탁, (심지어 요강을 두면) 화장실로 무한 변신하는 삶을 살았다. 거리 두기의 미덕이 사라진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눈이 마주치고, 몸이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었다. 반면 현대의 건물과 주택은 공간을 나누고, 공간을 용도와 용법으로 규정짓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계획과 구획 없이 공간을 내버려두는 것이 전 근대인 것 같지만, 그 빈 공간은 빔으로써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축제의 장이었다가, 집회장이 되기도 하고, 시장이 되기도 하며,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빈 공간만이 매번 트랜스 하면서 가족, 친구, 마을의 연결을 만드는 중심이 될 수 있다.
트랜스포머, 트랜스퍼스널, 김승수
김승수 시장은 트랜스포머다. 아폴론적 시선으로 구성되어 발전한 산업사회 도시의 시간과 공간을 디오니소스의 눈으로 바라본다. 공간은 섞이고, 무한 변화하면서 새로운 관계와 의미를 생성한다. 니체의 자기 초월을 반복하는 영원회귀를 꿈꾸며 새로운 의미를 무한 생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 옥토 주차장, 대한 방직이 있던 중심지가 오랫동안 공터일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옥토 주차장은 평상시 주차장이지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은 축제의 베이스캠프, 영화인과 시민의 만남의 광장이었고, 야외 영화관으로도 충만한 기능을 해왔다. (그 공간이 최근 지목이 정해져 공사에 들어간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고, 한없이 아쉽기도 하다.)
공간은 사건과 함께 시간 안에서 서사와 역사를 만든다. 그때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일직선으로 계열화지 않고, 위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넘나들며 비동시성의 동시성으로 존재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는다. Find meaning of the life. 도시는 다시, 의미를 생성하는 마을이어야 한다.
부디 다정한 것이 살아남기를... - 일은 ‘마음’으로 하는 것
청소년기 자녀를 둔 엄마, 교사들과 한동안 베스트셀러가 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가지고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 엄마가 AI가 가지지 않은 인류의 장점을 공감 능력이라고 했고, 토론에 참여한 대부분이 동의했다. 즐거운 토론 끝에 각자 자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평생 꼬리표가 될 내신이 중요하고 수능이 코앞인데, 방황하는 친구에게 마음 쓰느라고 제 할 일을 못한다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제발 AI처럼 제 할 일에만 집중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이유는 다정함이 사라졌음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류는 합리적이고 차가운 이성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에서 아빠가 하는 말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쁜 교육’은 위험을 만들어 주지 않아서 정말 위험하다.
작가, 전(前) 시장, 도시 전문가로서 김승수의 마음결은 겸손으로 수 놓여 있다. 낮은 포복 자세로 시민을 섬기는 겸양지덕을 갖추었다. 전주의 수많은 ‘작은’ 도서관은 그의 마음을 물리적으로 가시화한 공간이다. 그의 마음은 도서관으로 구체화되었다. 그가 꿈꾸는 도서관은 영화 <화씨 911>의 도서관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한 권의 책이 되어 텍스트 없이도 서로를 읽고 새기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시공이다.
도서관의 용법은 다양하다. 담는 내용에 따라 무엇으로든 변신 가능하다. 단지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이 아니다. 전주를 여행하는 사람들, 특히 작가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한다. 지금은 전국이 도서관 전성시대이지만, 전주는 그 시작점이었다. 전주만큼 각각의 특색을 가진 도서관을 가진 도시가 드물다. 도심 한가운데, 정원 도서관, <톰소여의 모험>과 같은 건지도서관, <빨간 머리 앤>들을 위한 학산숲속시집도서관, 관공서의 대변신 책기둥도서관, 예술 감수성을 깨워주는 서학예술마을도서관 등 모두 나열하기도 어렵다.
인습적 태도는 ‘답지 않음’이 정답이다. “~답다”가 “~답지 않다” 보다 우위에 있음은 본연의 역할 행동이 지위에 충실할 때다. 하지만 그 지위가 특권적 힘의 자리라면 “~ 답지 않음”은 겸양지덕의 정수가 된다. 지금의 시대 맥락에서는 ‘시장답지 않은 시장’, ‘의사답지 않은 의사’, ‘공무원 답지 않은 공무원’이 더 본질에 충실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전문가 이전의 보편성과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상징자본을 가진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행태의 디폴트 값으로 존재하는 ‘답지 않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승수의 사유는 힘이 세다. 얇거나 가볍지 않다. 그의 사유는 8년 전주시장의 결단, 기획, 실행을 거쳤기에 견고한 내실을 갖추고 있다.
사람과 사물의 이면과 심연을 들여다보는 김승수 시장의 마음을 읽는 일은 작은 떨림이었다. 청춘의 한 시절과 공간을 함께하며, 각자의 기억이 집합을 이루고, 공유 기억이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를 통하여 니체의 마음을, 고흐의 동생 테오의 마음을, 프로메테우스의 마음을 읽고 새긴다. 전주에 살면서 모든 도서관을 다 누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닿지 못했음을 느낀다.
여전히 나는 산책하는 이방인의 발걸음과 관점으로 전주를 여행한다. 작은 공공도서관과 독서가는 우로보로스의 띠처럼 순환한다. 그러다 보니, 특색 있는 작은 책방도 계속 늘고 있다. 책방 주인장의 전문성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도시는 매번 다시 사는 낯섬과 익숙함이 공존하며, 일상은 여행이 된다. 진심의 마음을 마음으로 엮어 가며 ‘도서관은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된다.
슬픔은 사람을 고립시킨다. 경험이 다른 사람과 공유될 때도 마찬가지다. …… 서로가 거친 감정에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마음이 있어서, 감정이 폭발할 때는 다른 사람들을 피하려고도 한다. 반면 나무, 물, 돌, 하늘은 인간의 감각에 무감각하지만, 우리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은 우리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정원의 쓸모』
현장에서 주목한 핵심적인 안목 세 가지 - 첫째 관점의 공유, 둘째 전문가에 대한 존중, 셋째 사회적 미학
문제가 되는 것은 긴급성 그 자체가 아니다. 긴급성이 우리 인생을 지배해 버리고 중요성이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우리는 긴급한 것을 ‘소중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스티븐 코비,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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