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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고전문학 에세이
김영숙 지음 / 파든(FARDEN) / 2024년 9월
평점 :
절기의 변화를 실감했던 여름의 권태가 끝날 즈음, 가을과 함께 찾아온 철학자의 고전문학 에세이가 우리를 시간 여행자로 만든다. 아니 추억 여행자라고 해야 더 적합하겠다. 시공을 초월한 친구가 있다면 고전문학이라 답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 대한 호기심 가득한 앎의 욕망, 자신을 조금 더 알고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철학이라면 고전을 다시 보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 될 것이다. 인간의 삶에 ‘보편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나의 고통과 불안은 시간을 초월한 인간 존재의 필연임을 새삼 확인한다.
가을 휴가차 나흘 동안 강원도 차박 여행을 떠나면서 이 책을 배낭에 넣어 갔다. 비 내리는 강릉 해안가 카페에서 책을 펼친 오후, 이어지는 밝음이 사위어 가는 내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책에 다루는 열두 편의 작품을 복기하는 동안, 그 책을 읽고 있던 여러 명의 ‘나’와 조우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저자가 작품 속에서 사이사이 풀어내는 사적 삶이 작품과 연결 고리가 되어 페이스츄리나 바움쿠헨처럼 다양한 서사와 서정 사이를 산책하게 된다.
SNS나 OTT, 쇼츠가 이끄는 대로 흘러가다 보면 시간은 순삭이고, 열패감 비슷한 정서가 마음에 스밀 때, 이 상황을 불어일으킨 것이 자본의 욕망인지, 주체의 선택인지 혼란스럽다. 그때 고전 리라이팅을 읽는다면 자신과 세계를 메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얻게 된다. 『철학자의 고전문학 에세이』를 읽음으로써 성인이 추억 여행자가 된다면 십 대, 이십 대를 통과하는 독자는 시간 여행자로, ‘about time’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철학자의 고전문학 에세이』는 청소년과 청춘들에게 일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