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 세상을 지배하는 브랜드 뒤편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나오미 클라인 지음, 이은진 옮김 / 살림Biz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출간 10년을 맞아 재출간된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 다 읽은 후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 옆에 꽂아 두었다.

ㅋㅋ 이 무슨 악취미인가? 복거일의 책과 조정환의 책을 같은 박스에 배달 시키고, 김규항 책과 공병호 책을 나란히 두는 꼴이다.

No Logo의 후속작인 '쇼크독트린'에서도 나오미는 제프리 삭스를 맹렬히 비난한 바 있는데, 이 책에도 제프리 삭스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

왜 이 명석한 저널리스트는 경제계의 슈퍼스타를 비난하고 있는가? 600여 페이지에 담긴 내용은 그럴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나오미 클라인은 70년생의 여성 저널리스트이다. 10년 전이면 이 책을 만 서른 살에 쓴 셈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브랜드를 통한 경영활동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 들고 있다.

현장 취재를 통한 충분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면서 훌륭한 저널리즘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600페이지가 넘게 하는 이야기를 간단한 논리로 설명해 보면 이렇다. (내가 이해한 것들을 나의 언어로 각색하여 적어 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온갖 브랜드로 넘쳐난다. 상업공간이 아닌 학교에도 브랜드 로고를 붙인 자판기가 설치될 정도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생긴 이유는 우리가 익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익명의 시대에는 누군가 엉터리 물건과 서비스로 나를 속일지 모른다. 예전 작은 골목 안에 공존하던 빵집 김씨 아저씨나 나물을 파는 이씨 아줌마, 두부집 박씨와 같은 상인이자 이웃들은 고객들을 속일래야 속일 수 없다. 장사 하루이틀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량생산 대량소비 익명의 시대가 되자 이런 소규모 가게들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익명의 생산/판매자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브랜드에 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다. 브랜드가 주는 가치는? 신뢰다.

(브랜드가 발전하면서 그 브랜드가 갖는 특정한 이미지와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하는 소비의 단계까지 이르렀다.)

 

이제 기업들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주력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 엄청난 자원을 투자한다.

그런데 이 당연해 보이는 과정에서 맹점이 생긴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데...

브랜드를 알리고 발전시키는데 자원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제품 자체에 대해 들어갈 자원이 줄어 들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마침 정보통신과 운송이 발달하고, 세계화가 충분히 진행되어서 제조를 위한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슈퍼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가장 싼 인건비를 가진 나라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크리스마스 선물로 장난감을 받은 아이가 Made in China가 찍힌 장난감을 보고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는 중국 사람이야?" 물었다는 유머가 생각난다.)

 

가장 큰 이윤을 위해서, 가장 싼 노동력을 찾아드는 자본의 논리가 그 잔인한 칼날을 드러내는 지점은 브랜드의 로고였던 것이다.

나오미 클라인은 그래서 책 제목을 No Logo라고 지었다. 이 책이 성공하자, 사람들이 No logo라는 상표권을 획득하라고 조언을 했단다.

물론 나오미 클라인은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역시 차갑고 무서운 자본의 논리에 또 한번 놀라고 만다.

(일본에서는 무지루시=무인양품이 No Logo의 철학으로 성공했다. 물론 이 브랜드는 "브랜드가 없다"는 브랜드를 가졌다.)

 

이제, 나오미 클라인이 제프리 삭스를 비난하는 대목을 살펴보자. 나오미 클라인은 세계의 공장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이 허리를 펴지 못하고, 아디다스 축구공을 꿰매고, 나이키 운동화의 접착제에 중독되는 것을 취재했다. 초기의 제조업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중화학 공업과 IT 산업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던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나라는 비교적 빨리 경제 발전의 사다리에 오른 것임도 깨달았다. (물론 몇몇 예외적 국가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고된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금전적 보상도, 교육을 받을 시간도 없는 그들에게 제프리 삭스가 주장하는 단계적 경제 발전론이 일종의 허구라는 것을 직시한 것이다.

(이후 자본의 논리가 자본의 자유가 세상을 뒤덮게 되는 과정을 그린 '쇼크 독트린'을 집필하면서, 그러한 신자유주의가 퍼져나가는데 제프리 삭스가 일조했다는 것을 알고는 더욱 분노했을 것이다.)

 

난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를 10년이나 지나서 읽었다. 왜 그랬을까? 나오미 클라인이라는 브랜드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을 찾아 읽는 사람으로 규정되고 싶은 것일 지도 모른다.)

그녀의 책은 믿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뢰는 그녀의 책이라는 상품 자체가 훌륭했기에 생기는 신뢰이다.

이럴 경우 브랜드는 훌륭한 구매 가이드 역할을 해 준다.

쏟아지는 정보와 한정된 인간의 인지적 용량을 고려할 때 브랜드가 갖는 아주 긍정적 측면이다.

 

우리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돈이 투자된 브랜드와 로고의 이면에 내재할 수 밖에 없는 무서운 논리에 공감한다면....

자나깨나 브랜드 조심~! 꺼진 브랜드도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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