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 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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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목요일이었다.

새벽까지 과제를 하다가 2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니 하루 종일 졸렸다.

몸은 움직였으나 의식은 희미했다.



저녁 수업을 마치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고민했다.

영화를 보러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상영시간 40분 전에 이런 고민이 든다면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영화관이 가깝지 않는 이상 망설이다가 후회할 수도 있다.  

 

밤 10시 30분에 구로CGV 5관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를 보았다.

개봉 첫날이었지만 늦은 밤이라 관객들은 많지 않았으나,

내가 앉은 열과 앞 뒷열 두 줄은 거의 다 찼다.

영화 보다가 짜증났던 것은

내 앞자리에 앉은 관객의 앉은 키가 너무 커서 자막이 반쯤 가렸다.

어떻게 말할 수도 없어서 할 수 없이 몸을 비틀어가며 자막을 봐야 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요즘 나에 대한 소문이 너무 많군."

 

영원한 젊음을 찾으러 '청춘의 샘'으로 향하던 캡틴 잭 스페로우는,

해적 토벌단에 잡힌 동료 갑판장 깁스를 구하러 영국 런던에 도착했지만,

영국 왕실과 옛 연인 안젤리카 등 '청춘의 샘'에 대한 야욕을 가진 세력들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바다의 무법자 '앤 여왕의 복수'호의 선장 검은 수염과,

대영제국 해적 토벌단 선장 바르보사도 '청춘의 샘'을 위해 잭을 찾는다.

위기에 처한 잭은 상황에 따라 적과의 동침을 하면서 막판 반전을 준비한다. 

 



 

"나는 내가 고통과 죽음을 느낄 때만 신의 존재를 느껴!"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히어로 조니 뎁(Johnny Depp)은 변함없이 돌아왔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이전 작들과 달리 전개되는 이야기들의 중심에 있었다.

어떻게 이런 매력적인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꼭 보아야 할 영화들이 되었다.

 

<쿵푸팬더>의 '타이렁' 이안 맥쉐인(Ian McShane).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들이 많아서 실제 그의 연기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반에 등장하여 그의 캐릭터가 주는 압도감에 비해,

후반으로 갈수록 평범한 악당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아쉽다.

 

<샤인>, <킹스 스피치>의 제프리 러쉬(Geoffrey Rush)는,

조니 뎁과 더불어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에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이번에도 그가 맡은 '바르보사 선장'은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움이었다.

그의 연기는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는,

주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했고,

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그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의 장점인 섹시하고 당찬 연기가 영화와 잘 맞았지만,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아서 애매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007>시리즈의 대모 주디 덴치(Judi Dench)가 잠깐 출연하였다.

 

롭 마샬(Rob Marshall) 감독의 영화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이 

집에 있는데도 볼 기회를 미루다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그가 감독한 영화들 중 보게 된 첫 영화가 되었다.

뮤지컬, 멜로,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제작하는 감독이라 흥미롭지만,

아직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다만 그는 이전 작들과는 다른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 주었다.

 



 

"영생은 오직 믿음으로만 가능하지!"

 

"그러나 믿음만으로 삶의 수수께끼들이 풀리지는 않지!"

 

이전 작들과 달리 새로운 스토리와 구성으로 제작되었다.

가장 큰 특징으로 이전 작들은 잭 스페로우, 엘리자베스 스완, 월 터너 등 

세 사람이 중요 역할을 맡으면서 비중을 나누어 가졌다면, 

이번 작에서는 잭 스페로우에게 집중되어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그래서 이전 작들과 다른 구성에 낯설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당연한 결과라 생각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큰 공백을 채울만한 캐릭터가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특징으로는 바다보다 육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시원한 해상전은 많지 않아 바다는 형식상 배경에 불과했다.

덕분에 검은 수염을 비롯한 해적 배역들의 역할이 인상적이 못해 캐릭터가 살지 못했고,

스펙터클한 해적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 모험 영화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새로운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를 여는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제는 잭 스페로우를 중심으로 영화가 제작될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은 새로운 시즌의 시작으로 어느 정도 과도기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 이전 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에도 엔딩 크레딧이 끝나면 보너스 영상이 있으며,

흥미로운 암시를 준다.

 



 

"무엇보다 사람은 자기가 죽는 날을 모르는 것이 좋아."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는 할리우드의 상업성 모험 영화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각 편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해적' 잭 스페로우보다 '인간' 잭 스페로우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하는 말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진정 모험을 즐기고 최악의 순간에도 여유가 느껴지는 말과 행동이,

영화이지만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잭에게서 '청춘의 샘'에 대한 미련은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바르보사 역시 '청춘의 샘'에 대한 집착보다 복수의 수단이었으며,

검은 수염과 영국 왕실만이 '청춘의 샘'에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

아마 잭은 '청춘의 샘'을 향한 모험이 즐거웠을 것이고,

바르보사는 복수를 위해 치밀한 계획에 집중했을 것이며,

검은 수염과 영국 왕실은 오직 '청춘의 샘'을 목적으로 그 외 것들은 수단으로 삼았다.

이런 인물 군상들은 우리 사회에서도 찾아 볼 수 있으며,

나 자신이 이미 이 군상들 중 한 곳에 속해 있는지도 모른다.

 

어떠한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행동하고 싶다.

고정되어 있는 현실보다는 모험과 변화 가득한 미래를 꿈꾼다.

무엇을 얻기보다는 깨닫기 원한다.

이미 난 삶을 유랑하는 해적선의 선장이 된 것일까?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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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사건 - The Shinjuku Inc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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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자를 주제로 한 영화에는 현 사회와 인간이 가지는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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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사건 - The Shinjuku Inc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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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 출연한 영화는 코믹하고 그의 대역없는 스턴트 연기가 볼만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없다.

오히려 진지한 성룡의 모습과 그의 내면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빨간 딱지에 성룡이라는 이름이 어색한 이 영화는,

그만큼 성룡의 새로운 모습과 파격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주제로 한 영화에는

현 사회와 인간이 가지는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볼 수 있다.

목숨을 걸고 배 밑창에서 숨죽이며 밀항을 하는 일은

배부른 나라사람들이 보기에 조롱거리겠지만,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을 걸은 도박이자 유일한 희망이다.

 



 

"여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형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가질 수도 있어요."

 

때는 1990년대 일본.

가난한 중국인들이 돈을 벌고자 일본으로 밀항이 잦았던 시절에

일본으로 돈을 벌러간 애인이 소식이 없자, 철두는 애인을 찾으로 일본으로 밀항한다.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 도착하여 애인을 찾았지만 야쿠자 에구치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현실을 수긍하고 일본에서 새출발하는 철두, 그러나 일본의 생활은 만만치 않다.

어느 날, 타이완 갱들로부터 아재가 참혹하게 당하고 철두는 복수를 준비한다.

복수를 하러간 철두는 복수를 하려다가 우연히 에구치를 구하게 되고,

그로 인하여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비리는 정치계에서 영원히 존재할 것이야. 순진하게 굴지마. 깡패, 야쿠자, 쇼 비지니스

 이 세개는 절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지. 그것이 자본주의다."

 

대부분의 성룡영화들은 성룡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지만

이 영화에는 성룡과 더불어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

성룡의 코믹하고 현란한 액션 연기를 보다가 진지하고 내면적인 연기를 보니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으며 그는 정말 대배우임에 틀림없다.

일본영화의 감초적 배우 타케나카 나오토도 전작들과 달리 침착한 형사역으로 열연했다.

<야연>의 다니엘 우는 이 영화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캐릭터를 보여줬다.

선함과 악함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강하게 몰아갔다.

<색정남녀>의 이동승 감독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데, 전달하고 싶은 주제는 단순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는 그의 수작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게감 있는 배우들을 너무 많이 등장시켜 집중이 잘 안된다.

성룡영화는 성룡이 알아서 다해버리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성룡급의 중량감이 각 배우들에게 골고루 나눠졌고,

그로 인해 영화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정리가 안된 채 급하게 스토리가 끝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성룡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억될만한 문제작이고,

쉽게 폄하할 수 없는 문제의식과 작품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켜요."

 

실제로 1990년대 일본에는 150만명에 육박하는 불법체류자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이들은 일본에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일을 하고 있고 문제는 여전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서양인에게는 관대하고 아시아계 사람들은 적대적인 일본인들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중국정부는 중국 영화계의 상징인 성룡이 나오는 이 영화를 자국 내에서 상영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일본에 중국인 불법체류자가 급증하는 것은 분명 중국 사회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이제 서로 다 갚은 거예요."

 

세계 어디서나 불법체류자들의 삶이란 치열하다.

그들은 하루가 불안의 연속이고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사람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지극히 개인적으로 돌변한다.

그것은 살기 위한 마지막 이기심이자 모든 것을 걸은 도박이다.

불법체류자들의 목표는 일단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그 돈은 고스란히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있어서 돈은 모두의 연명을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극히 불리한 입장에 있고,

경찰들은 그들을 붙잡으려고 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지만 아무도 그들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얼마 전 인천지방법원에 필리핀계 외국인 노동자들 중심으로 노조가 설립됐다는 말을 들었다.

대략 6~7명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 낯선 땅에 노조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길게는 1~2년, 짧게는 지금 당장 본국의 돌아가야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인권은 존중보다는 무시와 탄압에 고통받는다.

우리나라도 50~70년대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 걸고 외국에 나갔는가?

그들의 후예들이 지금 교포사회를 만들었고 세계 곳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간다.

 

합법적인 출입은 아니지만 불법체류자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사는 세계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그 어느 곳을 가든지 사람은 늘 불안하며 마음대로 머물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과,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우리는 늘 나그네이고 뭔가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약 80~90년의 유효기간을 가진 장기 체류자들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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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 The housem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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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나는 왜 전태일이 떠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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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 The housem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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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주일날, 오후 늦게 잠이 들었고 일어나보니 밤이었다.

잠에 취한 의식을 깨우기 위해 운동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역시 달리기는 의식을 깨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운동 후 간단한 목욕과 휴식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근래에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여 읽다보니,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던 영화를 보기가 만만치 않다.

책은 내 것이 아니기에 대여기간 내에 읽어야 반납할 때 기쁨이 있지만,

컴퓨터에 저장된 영화는 언제라도 볼 수 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유난히 영화가 보고 싶었고,

1960년의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리메이크한,

2010년의 임상수 감독의 <하녀>를 보았다.

 



 

"아줌마는 착해요. 불쌍하구."

 

식당일을 하던 이혼녀 은이는 부유한 집의 가정부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완벽한 주인집 남자 훈과 쌍둥이를 임신한 안주인 해라.

그리고 어린 딸 나미와 집사인 병식, 이들 앞에 나타난 은이.

성실하고 착한 은이는 차차 집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일의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주인집 딸 나미를 돌보면서 더욱 행복해 한다.

그러던 중 주인집 남자 훈은 은이를 보며 호감을 느껴 불륜관계에 이르고,

은이 역시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다가 훈이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해서.. 아더메치."
 

<눈물>,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

난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뭔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그가 사회를 바라보는 특이한 시각은 흥미롭지만,

그 시각을 영화로 제작할 때는 잔혹한 복수극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복수는 마치 일방적으로 당하는 전쟁에서

당하는 쪽이 마지막 반격을 시도하는 처절한 전투같다.

항상 그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은 주연 배우가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이다. 

 

<접속>, <해피엔드>, <밀양>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 전도연.

몇 편을 제외하고는 나는 그녀의 영화와 드라마를 거의 다봤다.

그래서일까? 젊었을 때의 그녀와 지금의 그녀를 보면 감회가 새롭다.

항상 강한 여성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녀지만,

최근에는 안타까운 결말의 주인공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내가 생각하는 그녀의 매력은

언제 보아도 행복한 기분이 들게하는 그녀의 미소이다.

 

<불새>, <흑수선>, <오 브라더스>, <태풍> 등 원조 꽃미남 이정재.

내가 그를 처음 보았던 것은 드라마 <모래시계>였고,

다양한 영화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한 그를 보며 내심 많은 기대도 했었다.

그러나 뭔가 그를 대표하는 강렬한 영화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정우성이나 장동건보다 더 뛰어난 연기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이정재는 그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말 미스터리한 연기인생이다.

나는 그가 언젠가는 대종상, 청룡 영화제 등 대형급 영화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파주>의 서우는 안주인 역을 맡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고 보지만,

특유의 시크한 목소리와 표정연기로 그럭저럭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녀의 성장이 별로 기대되진 않는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바람난 가족> 등 관록의 여배우 윤여정.

주로 영화에서 어머니, 할머니 등 중년 여성 이상의 나이대를 소화하지만,

그녀에게는 고두심, 김혜자, 김해숙, 박정수 등과는 다른 이미지가 숨겨져 있다.

어느 배역이든 담배를 피우며 우수한 찬 눈빛으로 스크린에 등장할 때면,

보는 것만으로도 부유층 안주인 이미지와 함께 연기인생이 느껴진다. 

 

<지구를 지켜라>의 순이역을 맡았던 황정민을 보게 되 반가웠다.

 

<장녹수>의 박지영은 이 영화에서 배역과 가장 잘 어울렸고,

<바람난 가족>으로 임상수 감독과 친분을 쌓은 문소리가 우정출연했다. 

 



 
"아줌마! 나 찍소리라도 내야겠다구요!"
 

나는 1960년에 제작된 원작 故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보지 못했지만,

리메이크작을 보니 영화 수준이 꽤 높은 영화라 짐작된다.

최근에 원판을 복원하여 DVD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구할 수만 있다면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리메이크작이지만 임상수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보인 영화였다.

이정재, 전도연을 제외하고는

성인 배우들의 배역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아니면 기존 배우들이 아닌 다른 배우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배역에 어색함이 좀 있었다.

 

그리고 전도연의 캐릭터가 조금 애매하다.

수상한 백치미와 순종적인 착한 이미지가 겹쳐서,

마지막의 비장한 모습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반전이라고도 볼 수 없고 복수라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냥 자폭이라고 해야 되나?

 

이정재의 비중은 너무 담백하다.

기름기가 거의 없는 돼지고기는 상상 할 수 없는데,

그의 비중은 기름기가 완전히 빠져서 싱겁다고 해야 하나?

그의 배역은 남자 배우 중 누가 맡아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명품 돼지고기인지라 그 맛을 잃진 않았지만,

맛을 느끼기도 전에 영업종료된 꼴이 되었다.

 

오프닝을 비롯하여 몇몇 장면에서 사회 문제를 제기한 것 같은데,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으나 영화 자체가 산만하게 느껴졌다.

특히 전도연 허벅지에 있는 화상자국은 감독이 의도한 것과 다르게,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진짜 화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더 들지 않았을까?

조금 더 시나리오를 날카롭게 다듬어서 집중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배경음악은 분위기에 잘 어울렸다.

 



 

"남이는 좋겠다. 천사같은 동생 둘이나 생겨서."

 

"그저 그래요."

 

"아줌마 뱃속에 애기는요?"

 

"내 애기? 죽었어."

 

"왜요?"

 

훈이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고,

해라 역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의 공통점은 사회 내 상위 1~3%급의 부유층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고상한 취미와 남들에게는 교양 있는 말과 행동을 하지만,

실상은 속물적인 인간 군상과 이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더구나 집사는 자기의 일이 '아더메치' 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어쩔 수 없는 복종을 하지만 이미 혜택은 톡톡히 받고 있는 상태이다.

즉 겉으로는 싫은 내색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만족해한다.

단적인 예로 아들이 대한민국 검사가 되었는데도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하녀인 은이는 훈의 아이를 임신함으로써 신분상승을 노렸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은이는 그냥 애가 좋았을 뿐이다.

이혼녀지만 열심히 일해서 돈을 저축하려는 은이가,

훈이와 해라가 모이처럼 던져주는 돈을 받으며

회의감이 드는 표정을 짓는 것으로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은이는 신변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그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다소 멍청하게 보이지만, 그게 어떻게 보면 서민들의 현실이다.

 

서민들은 부유층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 속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실제로는 부유층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는다.

서민들이 받는 월급은 부유층을 위해 한 달 동안 일해서 낸 수익보다 현저히 적으며,

실생활에서도 차이가 나고 이 차이는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부유층들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라도 대체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언제라도 바뀔 수 있으며 정과 의리보다는 최대 이익과 철저한 계약을 중시한다.

이 얼마나 토사구팽(兎死狗烹)적인 삶인가?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나는 왜 전태일이 떠올랐을까?

은이가 마지막에 보여준 복수는 훈이와 해라에 대한 경멸이었을 것이다.

즉 사회적 약자들이 위선적이고 속물적인 사회적 강자들에 대한 경멸인 것이다.

그리고 지위가 높더라도 인격마저 높은 것이 아니다.

인간은 인간답게 존중하고 권리를 보장 받으며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을 조금 비장한 표현으로 한다면,

 

"은이의 죽음을 헛되이 여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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