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황해 - The Yellow Se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새해 첫 영화를 조조로 보았다.

전날 밤에 예매를 하였으나 좌석을 알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극장에 가야 했다.

맥스무비는 매달 내게 할인권을 주었지만 어디서 보라고는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

추운 아침에 사람들은 일터로 출근했지만 나는 영화를 보려 극장으로 갔다.

 

<라스트 갓파더>와 함께 흥행몰이 중인 나홍진 감독의 신작 <황해>.

전작 <추격자>의 강렬함이 있었기에 이번 신작이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하정우, 김윤석 등 출연 배우들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구로CGV 1관에서 오전 9시 10분 표로 보았다.

조조였지만 은근히 관객들이 많았고

나는 표에 배정된 E열 끝 자리에 앉지 않고 E열 중앙 자리에 앉았다.

 



 

"그 사람 손가락 가져와야 된다, 손가락. 앰지."

 

조선족 김구남은 연변에서 택시운전을 하면서 아직 갚지 못한 빚을 갚고 있다.

결혼한 아내는 자신과 딸을 두고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갔으나 소식이 없고,  

낙심한 구남은 마작과 음주를 즐기며 무질서하고 생기 없는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같이 마작을 했던 연변의 재력가 면정학은

구남에게 빚을 청산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한국에 가서 자기를 대신하여 누군가를 죽여오라는 것.

살인을 하라는 그의 말에 구남은 고민했지만,

빚을 청산할 수 있고 아내의 소식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배를 타고 밀항하여 한국에 도착한다.

 



 

"여기서 제일 높은 놈이 누기야?"

 

<추격자>로 영화계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나홍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조선족 사회의 비정함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추격자>와 비슷하게 추격신이 많았고 다수의 등장인물들 간의 액션은 현란했다. 

그러나 <추격자>처럼 의미있는 폭력이 아닌 단순히 죽이기 위한 폭력만 있었다.

근래 내가 본 한국영화의 범죄, 스릴러 물들은 시각적으로 너무 잔인해진 것 같다. 

 

<추격자>, <국가대표>의 하정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영화의 여러 부분에서 고생한 흔적이 나타났고 조선족 남자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주로 스릴러 물에서 그의 진가가 나오는 것 같다.

 

<타짜>, <추격자>, <전우치> 등 매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 주는 김윤석.

이 영화에서도 그 강렬함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특히 집요하고 잔혹한 면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와 비슷했다.

김윤석은 한국영화계의 대표적인 악역 배우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더 다양한 배역을 맡았으면 좋겠다.

 

<거미숲>, <집행자>의 조성하는 기본에 충실한 연기를 했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의 첫 등장을 보면 그의 배역과 역할이 어떨지 빠르게 짐작이 된다.

그리고 거의 그 짐작에 맞게 연기를 하고 배역을 소화한다.

이 영화에서도 그랬다.

 



 

"그 새끼가 내 여자를 건드렸어."

 

영화는 상당히 어지럽다.

내용이 다소 복잡한 면은 있었으나

리얼한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 앵글을 일부러 흔들리게 잡아서

집중하고 보면 멀미가 날 정도로 어지러웠다.

또한 2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은 집중보다 인내를 필요로 했다. 

 

인상적인 장면들은 부산에서 찍은 장면들이었는데,

특히 김구남과 면정학이 대립하는 장면들은 박진감이 넘쳤다.

그리고 돼지뼈를 손에 들고 칼잡이들을 상대하는 면정학은 진정 몬스터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는 건 액션 밖에 없는 듯 하다.

 



 

"혹시 이 여자 아오?"

 

오늘날의 사회가 비정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고 그 반대 역시 가능하다.

대부분 돈과 명예가 그 이유로 따라오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치사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치사한 것을 알면서도 비정해진다.

 

빚을 청산하고 아내를 만나기 위해 배를 탄 조선족 김구남과

그 같은 사정을 알지만 더 큰 이익을 위해 김구남을 죽여야 했던 면정학.

그리고 자신의 명몌를 위해 김구남과 면정학 둘 다 죽여야 했던 김태원.

이 세 사람은 누가 살아남을지 모르는 비정한 도박판에서 자신의 삶을 올인한다.

그 과정 속에서 벌어진 것은 유혈충돌이었고 결론은 죽음이었다.

승자 없이 모두 패자가 된 것이다.

 

영화 도입부에 나왔던 나레이션처럼,

죽은 개를 불쌍히 여겨 묻어 주었지만

다음날 사람들은 무덤을 파헤쳐 죽은 개를 잡아먹는다.

비단 개 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인육을 먹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했고 이후에 있었던 변명들은 자기 합리화였다.

그러나 그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면 쉽게 비판하거나 판단 할 수 없다.

법과 윤리는 그것을 비판하고 판단 할 지라도

법과 윤리가 사람보다 앞에 있을 수는 없다.

 

그 어느 때보다 비정한 사회를 살고 있다.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인사를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속내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니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한다.

누구의 잘못이기 보다는 인간이 가진 본성이 그럴지도 모른다.

인간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 절박하고 치열한 생명체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인간이기에 희망도 있는 것이다.

비정한 사회에도 온정이 있듯이,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간의 본성 속에서 선의 가능성을 찾고 회복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미덕일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갓파더 - The Last Godfa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구도 웃길 타이밍을 놓쳤고 나도 웃을 타이밍을 놓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갓파더 - The Last Godfa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심형래 감독의 신작 <라스트 갓파더>가 개봉했다.

사실 개봉 첫 날 보러가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다음 날로 예매를 했다.

이 영화는 홍보전략이 돋보였는데 개봉 하기 약 한 달 전부터 유명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했고,

심형래 감독이 직접 홍보전선에 뛰어 들면서 바람몰이를 했다.

나도 예고편을 몇 번 봤는데 묘한 기대감이 들었다.

어릴 때 '영구'는 그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캐릭터였다.

 

수요일 밤 9시 25분표로 구로CGV에서 보았다.

혼자 보는 것으로 예매를 했기에 가장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내 양 옆은 커플과 친구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앉았다. 

영화 상영 전 광고를 보면서 새삼 느낀 것이지만,

여자들을 위한 광고들이 너무 많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쉽다.

 



 

"무엇보다 가족이 중요해."

 

뉴욕의 마피아 대부 돈 카리니는 자신이 은퇴 할 때가 되었음을 조직원들에게 알리고,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아들의 이름은 "영구", 한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중 생긴 아들이었다.

영구는 성인이 되어 뉴욕으로 왔고 대부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조직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영구에게 마피아의 대부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느꼈고,

급기야 라이벌 세력인 본판테의 딸 낸시와 사랑에 빠져 곤란한 상황들을 만든다.

이런 영구의 특이한 행동에 조직을 맡기려던 돈 카리니는 고민하게 된다.

 



 

"영구씨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2007년 <디워>로 화려한 영화계 복귀를 한 심형래 감독.

그 당시 논란도 많았지만 그 해 청룡영화제에서 최다 관객상을 받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들고 나온 신작은 SF가 아닌 코미디 영화,

그것도 자신의 전성기 때의 캐릭터 "영구"였다.

어릴 적 향수가 느껴져서 굉장히 기대했고,

그가 가장 잘 하고 아는 장르이기에 어느 정도 대중성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직 그에게 감독의 자리는 어색하다.

 

<델마와 루이스>, <시스터 엑트>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하비 케이텔(Harvey Keitel).

나는 그가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영화를 보면서 마피아의 대부 역으로 범죄 영화에 나오면 진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이제 연륜이 담겨져 있고 분위기도 그럴 듯 하다.

 

<첫 키스만 50번째>의 블레이크 클락(Blake Clark)과

<페이스 오프>의 폴 힙(Paul Hipp)을 오랜만에 보았다.

 



 
"이 바닥은 베푸는 것보다 무조건 빼앗아야 해!"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 <슈퍼 홍길동>, <티라노의 발톱> 등등..

1980년대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심형래 감독은 개그맨에서 배우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 "영구"는 모든 세대들에게 큰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그가 진정한(?) 감독으로 다가온 영화는 아마 <용가리> 때부터 인 것 같다.

이미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을 감독하고 제작했지만,

우리나라 배우들이 아닌 외국배우들을 출연시키고

국내에선 보기드문 SF 장르의 영화를 제작하여 해외로 수출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질라>를 본 세계 영화팬들이 <용가리>를 보며 감탄할 수는 없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외 영화계에서는 해마다 코미디 영화가 끊이질 않고 개봉되고 있다.

멜로와 액션이 섞여서 코미디를 더욱 돋보이게 하거나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정통 코미디는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좋아야 하거나 캐릭터가 신선해야 한다.

<미스터 빈>이 성공한 것은 캐릭터와 시나리오 둘 다 통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라스트 갓파더>는 둘 다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

국내 영화팬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런지는 좀 지켜봐야 겠지만,

<미스터 빈>을 비롯한 어느 정도 코미디 영화들을  본 해외 영화팬들은, 

<라스트 갓파더>에 좋은 평가를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여자는 알 수 없어."

 

영화를 보는 동안 소리내어 웃을 수 없었다.

주변에 있던 몇몇 관객들은 소리내어 웃기도 했지만 나는 별로 웃기지 않았다.

내가 웃는 타이밍을 놓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늙은 것일까?

어릴 때는 TV에 영구와 맹구만 나오더라도 웃음이 항상 대기중이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영구도 웃길 타이밍을 놓쳤고 나도 웃을 타이밍을 놓쳤다.

영구도 늙었고 나도 늙었다.

 

고등학교 때 방송국 PD파트의 한 선배가 방송제를 준비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을 웃기는 대본을 쓰는 것은 정말 힘들어." 

그 때 나는 선배의 말을 듣고 지나친 겸손이라 생각했다.

선배는 지역에서도 소문난 재치 넘치는 PD였고 방송제를 할 때마다 그의 프로그램은 최고였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다.

대본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게 쉬웠다면 방송사들이 앞 다투어 개그 프로그램을 경쟁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유머에 관한 책들이 출판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쯤 난 자연스럽게 박장대소하며 웃어 볼까?

사람마다 웃는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웃음을 내기 힘들고 어렵다.

2010년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코미디 영화지만 크게 웃을 수 없었다.

2011년에는 나를 웃게 할 영화와 웃음을 서로 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1 | 32 | 3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