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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ㅣ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조금은 낯선 이름의 작가들을 만나는 일이 이제는 말그대로 낯설다. 일본문학, 국내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스티그 라르손과 같은 유럽작가들의 작품들도 이제는 익숙하지만, 이번에 만난 작가는 베트남 태생이다. 베트남,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을 넘나들며 소설가의 꿈을 키운 스물아홉의 '남 레' 라는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 제3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기회는 좀처럼 쉽지 않다. 헐리우드 영화의 공습과 천만을 넘나드는 국내 영화의 틈속에서 작품성있는 유럽과 제3세계의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영화계의 현실과 비슷하게 보인다.
<보트>는 호주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소설가의 꿈을 키운 청년의 단편들을 엮어놓은 작품이다. 책의 소개에서 그렇듯 수많은 수상 경력으로 그의 이번 작품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낯설다는 것은 그 말 자체로 그리 쉽게 친근해지기 쉬운 일은 아닌듯 싶다. 짧게 짧게 써내려간 글들은 읽기에는 쉽지만 재미와 반전, 스릴과 공포에 익숙해있던 나 자신을 책속으로 빨아들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만듯하다. 선입견 때문일까... <보트>의 첫 페이지를 열면서, 책을 내려놓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은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의 전쟁 등을 담으면서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주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이 단편집은 콜럼비아 슬럼가, 뉴욕, 일본, 이란, 베트남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참혹한 전쟁, 가족과 수많은 관계속에서 보여지는 인간들의 감정을 조금은 어두운 색으로 덫칠하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표류하는 보트위에 놓인 나약한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공간적, 시간적 거리감속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종이 위해 그려넣는다.

처음 시작에서도 언급했지만 <보트>는 좀처럼 쉽게 읽혀지는 작품이 아니다. 소설을 좋아하게 만드는 가장 우선된 즐거움인 '재미'가 빠져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좀처럼 쉽지 않는 작품이다. 낯선 나라, 낯선 작가의 세계속에 빠져들었다는 선입견이 작용한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고, 너무 재미에만 치중하면서 작품을 편식해왔던 개인적인 습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품 속에서 작가가 담아내려고 하는 특별한? 것들을 찾아내기에는 조금 어렵기도 한것이 사실이다.
소설은 재미가 담보되어야 하지 않을까? 계속 책을 손에 들게 만드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출생에서 성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적 이동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자신의 틀에 맞춰진 자신의 모습을 되밟아가는 그런 작품적 평이함이 우리가 기대했던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작품이 태어나기 위해 그것을 품고 있고, 만들어 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을 폄하하고픈 맘은 없다. 오히려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낸 작가의 땀과 열정에 기꺼이 박수를 던지고 싶다.
새로운 시간과 공간속에서 날아온 새로운 작품과 함께했다. 낯설음으로 시작했고, 친숙함까지는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넓게 자리했던 괴리감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한 편식과 집중이 얼마나 심했는지 깨닫게한 작품이기도 했다. 쉽게 읽는것이 습관이되어 작품속에 담겨진 깊이있는 작가의 속내까지 무심히 지나져 버린것이 아닌가 미안해지기도 한다. 조금더 시간을 두고 두번 세번 깊게 음미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할것같다. 또 다른 낯선 시간과 공간들을 선물해준 '남 레'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