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청년 바보의사>를 리뷰해주세요.
그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포크라테스 선서라는 것이 있다. 의학의 아버지인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인 지침을 의사가 되면서 선서함으로써 의사가 지킬 기본적인 서약을 맹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계의 윤리적인 서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계는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돈'을 쫓고 신봉하는 일그러진 의사선생님들로 넘쳐나고 있다. 양학, 한학의 갈등, 의료 민영화, 건강보험관련 비리들이 종종 터져나오고 아픈이들이 믿고 따라야할 그들에 의심의 눈초리가 던져지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되었다.

 

여기 한 청년이 있다. 짧지만 굵은 삶을 살았던 한 청년의사의 이야기를 통해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의료의 윤리적 가르침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 그 선서에 따르면 의사가 가져야할 가장 근본적인 마음자세는 바로 '인류봉사' 라는 측면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 물론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서비스를 환자인 소비자에게 판매한다는 방식에서는 비슷하겠지만 - 그것을 넘어서 단순히 판매-소비로 이어진 공식이 아닌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의사와 환자사이에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과연 나는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환자들 한 사람 한사람의 얼굴이 내게 환자로 오신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내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하나님을 섬김과 동시에 환자들을 함께 섬길줄 알았던 한 젊은 군의관의 갑작스런 죽음, 그가 죽음전에 남긴 작은 일화들, 가슴찡한 이야기들이 <그 청년 바보의사>속에 담겨져있다. 요즘 보여지는 의사와 환자라는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뚫고 가슴으로 환자들을 맞았고, 하나님의 말씀과 믿음으로 그들의 상처와 마음속 아픔까지 치유하려 기도하고 노력했던 젊은 그 바보의사의 짧지만 강건하고 진실한 삶이 오늘 우리의 가슴속에 다시한번 커다란 울림을 선사한다.

 



10여년전 갑작스럽게 쓰러지신 어머니를 부둥켜 안고 찾아간 응급실에서 의사와 다투던 기억이 문득 스친다. 모든 환자의 가족들이 그렇듯, 갑작스럽게 맞닥드려진 상황에 당황스러웠고 모든것이 의아하기만 했다. 의사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병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귀찮다는듯, 이런일은 한 두번이 아니라는듯, 물건 찾으러 들어간 가게의 주인이 할법한 말투와 태도가 너무나 화가 나게 만들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겪는 일일테니 의사의 입장에서 그럴만도 하지만 그 수십번 수백번중 한번인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정말 특별하고 놀라운 일이기에 의사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관계 도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링컨의 연설을 조금만 바꾼다면 '환자의,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병원과 의사가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그 청년 바보의사>는 믿음과 종교라는 측면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거부반응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종교라는 틀안에서도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 강조한 봉사와 사랑으로 환자를 대하는 청년의사의 진실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부재 중'이지만, 그의 사역은 '진행 중'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그의 인생은 미완성 교향곡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를 '명반'으로 남기셨습니다.   [P. 263]

 

판매자와 소비자사이에서도 소비자는 왕이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을 거래하는 의사와 환자의 사이에서는 더말할 나위가 없을 줄 믿는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환자를 마음으로 진찰하고 처방했던 젊의 바보의사의 짧은 생을 뒤돌아 보면서 아직 우리곁에서 타오르고 있을 그 건강하고 믿음 가득한 수많은 젊은 의사들이 이 책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삶에서는 끝났지만 계속이어질 그가 전해준 참의사가 가져야할 마음과 길을 이 작품속에서 새롭게 되새길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 청년 바보의사를 기억할 것이다. 그리워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꼴찌를 일등으로>를 리뷰해주세요.
꼴찌를 일등으로 - 野神 김성근
김성근 지음, 박태옥 말꾸밈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SK와이번스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팀 최다연승인 17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그 중심에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이 있다. 그의 자서전을 읽고 그 느낌을 적어 내려가는날 그는 우리 야구사에 또 다른 기록을 세우고야 말았다. SK 와이번스를 2007년 2008년 한국 시리즈 2연패라는 대기록 앞에 우뚝 서게 만든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선 그의 야구 인생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야구의 신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야구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그의 묵묵한 두 어깨, 꽉 다문 입술을 우리는 주목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축구에 빠져있는 관계로 야구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하지만 작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 처음으로 야구장이란 곳을 다녀올 기회를 얻게되었다. 두산과 삼성의 잠실경기가 바로 야구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야구 자체도 즐겁지만 스포츠와 함께하는 사람냄새가 무척이나 생동감 넘치는 경험이었다. 축구장은 수도 없이 찾았지만 축구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그곳에서 느껴졌다. 축구가 선수와 함께 호흡하는 운동이라면 야구는 선수와 관중이 하나되어 즐기는 그런 스포츠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느끼게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야구 역사의 신화처럼 기록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역사가 또 한번 야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언제까지든 나는 야구를 할 것이다. 나는 완벽한 야구를 추구한다. 완벽한 야구는 무지개와 같다. 항상 손에 잡힐 듯만 할뿐,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완벽한 야구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도전이다. 그래도 완벽한 야구를 추구하려고 도전한다. 실패하겠지만 또 도전한다. 죽을 때까지. 그게 인생이다.'  [P. 295]

 

<꼴찌를 일등으로>는 일구이무(一球二無)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다. 2008년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의 긴박한 상황속에서 야신 김성근 감독의 일구이무(一球二無)에 대한 표현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편견과 가난 속에서도 자신의 꿈과 자신이 좋아한 야구를 위해 살아왔고 지금도 그 꿈을 이루기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그의 인생 발자욱이 일화들속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우유배달을 하면서 가난과 싸웠던 그는 가난이 오히려 그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원천이었다고 말한다. 재일교포로서의 삶, 고국으로 돌아와 쪽바리라는 말을 들으며 참아온 야구 열정은 그렇게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만다. 



국가대표로, 부상으로, 감독으로, 병실에서, 다시 코치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연착륙을 통해 그는 지금의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우뚝 서게 된다. 야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의 야구 스타일을 두고 사람들은 재미없는 야구, 일본식 야구를 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런 그의 야구에 대한 오해는 책을 읽어가는 동안 씻은듯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야구에 깊숙히 빠져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떼 야구, 스파이크 야구, 매너론 등에서 항상 도마위에 오르는 그의 야구 스타일을 이 작품으로 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겠지만...

 

김성근의 성취는 재일교포들을 위한 성취이자 세상 어느 곳에서도 뿌리내리지 못한 망명자들을 위한 성취이기도 하다. [P. 303]

 

야신(野神) 김성근은 어쩌면 여전히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재일교포로 태어나 지금까지도 인터뷰 때마다 제대로된 한글 발음을 하지 못하는 그는 아직도 우리에게 이방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그런 이방인들도 성공과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내가 꿈을 이루면 그것은 또 누군가의 꿈이 된다는 말이 있던가? 그는 이미 비주류, 혹은 이방인들의 꿈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쳐진 대한민국, 더더구나 스포츠계에서 그가 완성해가고 있는 성공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성근의 성취는 재일 교포들을 위한 성취이자 세상 어느 곳에서도 뿌리내리지 모하는 망명자들을 위한 성취이기도 하다'라는 발문이 가슴 찡하게 만든다. 그리고 야구속에서 보여지던 그의 모습과 더불어 야구 밖에서 또 다른 그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하는 목소리도 이번엔 그가 들어주기를 바래본다. 야구와 함께 했고 야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하는 야신(野神) 김성근을 만났다. 편견과 가난을 뚫고 이겨낸 그의 지나온 발자욱과 앞으로 그가 걸어갈 한국 야구사의 새로운 이정표와 수많은 기록들을 기대하면서 앞으로 내딛을 그의 발걸음을 주목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트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조금은 낯선 이름의 작가들을 만나는 일이 이제는 말그대로 낯설다. 일본문학, 국내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스티그 라르손과 같은 유럽작가들의 작품들도 이제는 익숙하지만, 이번에 만난 작가는 베트남 태생이다. 베트남,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을 넘나들며 소설가의 꿈을 키운 스물아홉의 '남 레' 라는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 제3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기회는 좀처럼 쉽지 않다. 헐리우드 영화의 공습과 천만을 넘나드는 국내 영화의 틈속에서 작품성있는 유럽과 제3세계의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영화계의 현실과 비슷하게 보인다.

 

<보트>는 호주에서 성장했고, 미국에서 소설가의 꿈을 키운 청년의 단편들을 엮어놓은 작품이다. 책의 소개에서 그렇듯 수많은 수상 경력으로 그의 이번 작품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낯설다는 것은 그 말 자체로 그리 쉽게 친근해지기 쉬운 일은 아닌듯 싶다. 짧게 짧게 써내려간 글들은 읽기에는 쉽지만 재미와 반전, 스릴과 공포에 익숙해있던 나 자신을 책속으로 빨아들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만듯하다. 선입견 때문일까... <보트>의 첫 페이지를 열면서, 책을 내려놓으면서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은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의 전쟁 등을 담으면서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주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이 단편집은 콜럼비아 슬럼가, 뉴욕, 일본, 이란, 베트남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참혹한 전쟁, 가족과 수많은 관계속에서 보여지는 인간들의 감정을 조금은 어두운 색으로 덫칠하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표류하는 보트위에 놓인 나약한 사람들의 모습속에서 공간적, 시간적 거리감속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종이 위해 그려넣는다.



처음 시작에서도 언급했지만 <보트>는 좀처럼 쉽게 읽혀지는 작품이 아니다. 소설을 좋아하게 만드는 가장 우선된 즐거움인 '재미'가 빠져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좀처럼 쉽지 않는 작품이다. 낯선 나라, 낯선 작가의 세계속에 빠져들었다는 선입견이 작용한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고, 너무 재미에만 치중하면서 작품을 편식해왔던 개인적인 습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품 속에서 작가가 담아내려고 하는 특별한? 것들을 찾아내기에는 조금 어렵기도 한것이 사실이다.

 

소설은 재미가 담보되어야 하지 않을까? 계속 책을 손에 들게 만드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출생에서 성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적 이동이 이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자신의 틀에 맞춰진 자신의 모습을 되밟아가는 그런 작품적 평이함이 우리가 기대했던 특별한 매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작품이 태어나기 위해 그것을 품고 있고, 만들어 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을 폄하하고픈 맘은 없다. 오히려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낸 작가의 땀과 열정에 기꺼이 박수를 던지고 싶다.

 

새로운 시간과 공간속에서 날아온 새로운 작품과 함께했다. 낯설음으로 시작했고, 친숙함까지는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넓게 자리했던 괴리감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한 편식과 집중이 얼마나 심했는지 깨닫게한 작품이기도 했다. 쉽게 읽는것이 습관이되어 작품속에 담겨진 깊이있는 작가의 속내까지 무심히 지나져 버린것이 아닌가 미안해지기도 한다. 조금더 시간을 두고 두번 세번 깊게 음미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할것같다. 또 다른 낯선 시간과 공간들을 선물해준 '남 레'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빛>을 리뷰해주세요.
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해운대'라는 영화가 쓰나미처럼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자연재해가 만들어낸 거대한 공포,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 인간이 만들어내는 따스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여름극장가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 것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 발생한 강력한 쓰나미(tsunami)로 약 23만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다른 나라들을 포함한다면 당시 쓰나미로 30만명이상의 인명이 무참하게 자연앞에 굴복하고야 말았다. 인간들은 이런 자연재해를 이제 단순히 천재지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 낸 자연파괴가 불러온 부메랑처럼 자연은 더이상 우리에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듯 그들의 야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연이 쏟아내는 수많은 위험, 폭력속에서 새롭게 빚어지는 또 다른 폭력의 계속되는 굴레를 작가 미우라 시온은 <검은빛>을 통해서 우리에게 여과없이 보여준다. 미하마 섬에서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아이들에게 찾아온 예기치 못한 검은빛이 다가온다. 중학생인 노부유키, 그리고 미카는 서로의 몸에 탐닉하는 시간을 보내고 노부유키를 따르는 다스쿠는 그의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다. 방갈로 손님 야마나카는 미카에게 음흉한 시선을 던지고 그렇게 섹스와 폭력이란 조합속에서도 미하마 섬의 시계를 평범한 일상속에 흐른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만의 밀회를 즐기기위해 신사를 찾은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그들을 따라온 다스쿠.그들이 마을을 떠난 사이 작은 섬마을을 공격한 쓰나미는 그들과 세명의 어른들만을 남겨둔채 섬을 삼켜버린다. 다스쿠가 그토록 미워하던 아버지, 미카를 주시하던 야마나카, 그리고 등대지기 할아버지... 평범한 일상을 살던 그들에게 그날의 악몽은 전혀 다른 삶의 시간을 던져준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어느날, 섬을 떠난 노부유키는 아내와 딸아이를 둔 아빠로, 미카는 유명한 여배우로, 다스쿠는 프레스공장에서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한다.

 

'이 세상 어디에도 안식의 땅은 없다. 폭력에 상처 입는다는 것은 바로 그런것이다.' [P. 263]

 

미하마 섬에서 노부유키의 시선, 노부유키의 아내 나미코의 시선, 다스쿠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전해진다. 자연이라는 폭력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던 그들과 그로인해 새롭게 전해지는 또 다른 폭력의 그림자들을 미우라 시온의 잔잔한 시선속에 담겨진다. 살인사건, 폭력, 섹스, 불륜, 아동성범죄 등 정말이지 끔찍한, 인간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어색한 이야기들을 쏟아놓으면서도 작가는 잔잔한 파도처럼 작은 일렁임만을 내보인다. 거대한 쓰나미와 같은 감정의 동요나 사건의 긴장감은 없지만 평범한 일상속에 숨겨진 폭력의 잔인함이 그 일렁임속에서 쓰나미보다 커다란 충격을 전해준다.





 

미우라 시온은 인터뷰에서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은 사람들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에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쓰나미 라는 자연의 폭력, 어린시절부터 이어진 다스쿠 아버지의 폭력,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이라는 폭력은 계속해서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계속해서 폭력을 낳게 된다. 그리고 결국 헤어날 수 없는 검은 빛에 휩싸이게 된다. 폭력이라는 검은빛은 희망과 사랑 모두를 그들에게서 송두리째 빼앗아 버리고 만다. 미우라 시온은 폭력이라는 검은빛이 가진 연속적인 굴레를 거대한 임팩트없이 잔잔하면서도 밀도 깊게 써내려가고 있다.

 

"소리도 없이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 모든 것을 삼키고 어딘가로 휩쓸어가버렸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을. 내 안에 어렴풋이 남아 가까스로 나를 지탱해 온 희망과 기대와 사랑을."   [P. 316]

 

<검은빛>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검은빛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노부유키의 검은빛은 바로 폭력과 살인이다. 사랑앞에 눈먼 그에게 이미 세상은 검게 변해버리고 만다. 미카의 검은빛은 바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무자비하게 다른이를 이용하는 어두운 마음이다. 노부유키에 대해서도 야마나카에 대해서도 그렇다. 다스쿠에게는 비뚤어지고 어긋난 사랑이 바로 검은빛이다.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면서 겪었던 고통을 누군가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그였지만 결국 그 검은 빛으로 인해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검은빛>의 원제는 단지 빛(光) 이였다고 한다. 물론 영문 타이틀은 다크 라이트(The Dark Light)이지만 '빛' 보다는 '검은 빛'이라는 이중적인 이미지와 느낌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는듯 보인다. 미우라 시온이란 작가의 작품은 사실 처음이다. 이전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기에 작가가 드러내는 작품의 색깔이 어떤지 잘은 모르지만 매 작품마다 새로운 색깔과 분위기를 가진 작가라니 그의 이전 다른 작품들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폭력에 휩쓸린 인간, 그 인간들이 낳은 또 다른 폭력들, 그리고 그 폭력에 대응하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폭력의 벗어버릴 수 없는 연속적 굴레에 놀라움을 느끼기고 하고 그런 폭력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게도 된다. 미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폭력을 폭력으로 되갚는 사람은 인간 세계에 더이상 존재할 수 없을지도 몰라'(P. 238) 라는... 폭력앞에 놓인 잔인한 인간의 본성, 폭력에 대응하는 모습속에서 삶을 살아갈 수많은 고민과 다양한 변화를 모색해보게 된다. 잔잔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 미우라 시온의 펜끝을 통해서 검은 빛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끝' 이라는 말은 다시는 없다는 의미를 갖는다. '영원'의 뜻은 끝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 두 단어는 그래서인지 고사성어의 '모순'과도 맞다아 있어 보인다. 우리 사는 세상의 끝을 죽음이라 말한다면 죽음 이후에는 진정 모든것이 끝이 나는것인지, 아니면 어느 종교적인 말과 같이 영원토록 살 수 있는 새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인지... 우리는 수많은 물음속에서 주어진 삶의 흔적들을 그려내고 있다. 끝과 영원사이에서 수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작은 느낌표가 손안에 들어온다.

 

두려움과 걱정! 이 두가지 감정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대변한다. 사랑과 행복이 현실의 감정이라면 두려움과 걱정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면서 버려야 할 감정들이 있다면 바로 이 두가지 감정이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여기 두려움과 걱정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삶이 그려진다. 막연이 아니기에 두려움과 걱정을 떨쳐내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한 사람, 그의 이름은 바로 '주니어'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음, 끝을 전해들어야 했던 주니어의 삶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엄마의 뱃속에서 들려오던 그 누군가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주니어에게 무서운 진실을 속삭인다. 삶의 시작과 함께 끝이라는 또 다른 시간의 시계소리를 듣게 된 주니어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막연한 감정이 아닌 현실이 될것을 알아버린 주니어는 그의 삶 속에서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전지적 시점의 목소리, 다양한 인물들에게 보여지는 시각과 시간의 사이에서 과연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낼 수 있을지... 모든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에 깨닫는 한단어가 과연 무엇인지 책을 통해 우리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소년이 끝없이 이어진 길 한가운데 누워있다. 아니 누워있는듯 싶었지만 사실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어떤 이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듯 싶기도 하다. 절망적 예언, 조용한 속삭임속에서 모든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을 아이는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해 나갈 것인가? 이것이 바로 그에게 다가온 질문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모든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이 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그 순간 우리에게 남게되는 것은 무엇이고, 아니 순간이 아닌 끝을 향하는 시간속에서 우리가 걸어야할 길들이 바로 우리 앞에 열리게 된다.

 

어둠속에서 별이 더 밝게 빛난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별빛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더욱 사랑스럽다. 어둠때문에 별은 빛을 더할 수 있는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어둠을 던져주고 있다. 칠흙같은 어둠을... 어둠속에서 우리는 그저 헤매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더 밝은 빛을 따라 길을 찾을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조용히 숨결을 모으고 두손을 감싸고 우리가 살아갈 소중한 시간을 갈망해야만 한다. 순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간을 이어갈 시간을 위해서 말이다.

 

'97'에서 시작되어 점차 줄어드는 숫자들을 바라보며 처음 들었던 마음은 안타까움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그런 감정들은 줄어드는 숫자만큼 작아기게 된다. 조금은 진부해보이는 인류멸망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통해 우리는 우리에게 던져진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위한 삶이 아닌, '가족', '우리'를 위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된다. 익숙했던 모습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시간이 그렇게 주어진다. 그들이 나의 곁에서 언제나 별처럼 빛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것이 중요해지는 순간>은 성장소설의 포맷을 따르면서 재미와 감동이 함께한다. 순간이라는 하나의 점을 통해 이어진 소중한 선이 담긴 시간을 전해준다. 쉽게 놓칠 수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새롭게 생각하는 시간을 만든다. 독특한 구성도, 인류 멸망이라는 극단적 소재도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해보인다. 대학생 시절 교양과목에서 처음 '유서'라는 것을 썼을때 느꼈던 충격과 특별한 느낌!이 주니어에게 다가온 특별한 '순간'을 이어줄 의미있는 '시간'을 통해서 새삼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