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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ㅣ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강준만의 강남 좌파론
'강남 좌파'라는 용어는 강준만 교수가 2006년 5월 <인물과 사상>에서 '생각은 좌파적이지만 생활수준은 강남 사람 못지 않은 이들'이라고 정의하면서 사용되었지만, 노무현 정권이후에는 '보수 진영이 486 세대의 진보인사들을 꼬집어 사용'하면서 '정치적, 이념적으로는 좌파지만 행동은 '강남 주민스럽다'는 상당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아 주로 비판적으로 사용하던 용어였습니다. 물론 강준만 교수는 단순히 보수 진영에 부정적인 딱지 붙이기에 이용하라고 '강남 좌파'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서 기능하기 시작한 '강남 좌파'적 성향의 집단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정당한 평가와 비평을 하기 위한 시도를 한 것이라고 보아야 겠습니다. 이 책의 서론에 강준만 교수는 당시의 <강남 좌파: '엘리트 순환"의 수호신인가?>라는 글에서 제시했던 강남 좌파 현상의 명암을 다시 싣고 있습니다. 긍정론으로는 '첫째, 상류층 사람이 진보적 가치를 역설하는 것은 그들의 파워를 생각한다면 하층 계급에 큰 힘이 된다', '둘째, 상층에도 진보가 있고 하층에도 진보가 있다면, 그 반대도 성립할 것이고, 이는 갈등의 양극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위선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류층에 속하면서도 하층계급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정론으로는, '첫째, 권력과 금력을 누리면서 양심과 정의의 수호자로 평가받는 상징자본까지 갖겠다는 것은 지나치다', '둘째, 진보를 더 많은 권력 및 금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셋째, 강남 좌파의 진보 프로그램은 말로만 강경한 속성이 있어 실천보다는 당위의 역설로 그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해낼 수 있는 실천마저 어렵게 만들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이어서 '강남 좌파에 대한 논의는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의 엘리트의 본질과 맞닿은 문제'이며, '강남 좌파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엘리트의 위선'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강남 좌파는 이념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엘리트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만이 생산적인 논쟁이 가능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르러서 강준만 교수는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다' 라고 선언합니다. '좌우를 막론하고 리더십을 행사하는 정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학력이나 학벌, 생활수준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어야 하므로' 정치 영역의 좌파는 모두 강남 좌파일 수 밖에 없고, '우파라도 서민을 상대로 포퓰리즘 자세를 취하고, 말로는 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이타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볼 때, 이러한 행태에 좌파의 요소가 농후하고 좌파적 행동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노무현과 유시민, 문재인, 조국 등의 당연시 되는 인물들 뿐 아니라, 박근혜와 오세훈 같은 우파적인 인물들에 대한 분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강남 좌파 (또는 우파)와 그들의 초상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것은 앞에서와 같은 강남 좌파의 실체에 대한 논의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3장 '노무현 시대의 강남 좌파 논쟁'에서부터 10장 '오세훈의 따뜻한 보수'에 이르는 각각의 인물에 대한 강남 좌파론에 입각한 분석 , 평가 및 비판에 담긴 내용 들이었습니다. 현재 우리 정치계를 뒤흔들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을 그들이 공인으로서 살아온 날 들의 무게만큼이나 쌓인 신문 등의 각종 자료를 통해서 날카롭게 분석하고 평가하고 비평한 내용은 그저 매스컴에 노출된 이미지를 통해 막연하게 형성된 그 인물들에 대한 나의 관념과 평가가 얼마나 허약한 바탕위에 부질없이 지은 것들인지를 새삼 느끼게 만들고 반성하게 하는 점이 있기에, 내게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던 듯 합니다. 국민들에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에 담긴 강남 좌파 논쟁,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의 실패한 정치실험과 오마이뉴스의 강남 좌파 띄우기,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통해서 다시금 부상하는 조국과 오연호, 그리고 오마이뉴스,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흔들림이 없는 박근혜의 인기비결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문제점, 분당 재보선을 통해 재기한 손학규의 과거와 미래의 정치역정에 대한 담론, 노무현 정신을 팔고(?) 다니는 노무현의 후계자(?) 유시민의 마키아벨리적인 이중성과 강약점, 최근 '문재인의 운명'이란 책으로 국민들의 관심의 중심으로 돌아온 문재인의 가능성과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과거의 역할에 대한 반성 및 미래의 능력에 대한 평가의 부재, 무상급식 찬반 투표를 몰아붙이며 장렬히 전사(?)한 우파의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오세훈의 전투적 프레임 전략 등의 이야기에는 새로운 정권을 탐내는 -노무현 대통령과 아마도 문국현을 제외하고- 우리 시대의 강남 좌파들에 대한 모습-적어도 신문 등의 매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던 그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자신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거나 비판했던 이들에 대한 상당히 낯선 모습과 비판을 마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의 강남 좌파 (또는 우파)의 초상이라고나 할까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벽' 대신 '다리' - 소통하는 정치를 위한 저자의 고언
아마도 강남 좌파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는 '다음 정권은 어디로 넘어갈 것인가' 관심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 대부분도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의 유력한 후보들이라는 면에서, 그리고 우리의 정치가 언급된 정치 엘리트의 문제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끊임없는 관심과 논쟁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논점은 강남 좌파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우리 정치권의 유력한 인물들을 분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강남 좌파라는 용어가 담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고, 그 안에 담긴 가능성과 부족함을 극복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번 정권이 바뀌면서 우리가 확인하고 또 확인한 사실이 정당과 정치인들이 표방한 이념과 노선보다는 각기 생각이 다른 정치 세력과 유권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타협과 화합을 이뤄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음을 지적하면서, 엘리트 정치의 연장으로서의 강남 좌파론이 가지는 문제점이자 우리 정치의 문제점이 '인물중심주의'와 '승자독식주의'에 있다고 보고, 저자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통과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승자 독식에서 자유로운, 권력자의 자의에서 자유로운 인사와 예산 영역의 투명한 제도화를 통한 비무장지대의 확대', '전부 아니면 전무인 인물 중심형 참여에서 벗어나 모든 정치 세력과의 소통을 배제하지 않는 목적 지향형 참여로의 인식의 전환', '권력 중심적인 인정 투쟁-세상사람이 알아주는 맛을 목적으로 입신양명을 추구하는 방식-문화에 대한 성찰 및 극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정치에서는 집권을 위해서는 이미지화된 스타 정치인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열성적인 지지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소통이 거부되는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편향성(당파성)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엄연한 현실임을 부인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저자의 말처럼 그의 소통을 위한 고언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수 밖에 없을 수도 있지만, 대중의 입장에서는 '결코 체념해 버릴 수 없는 꿈'이기도 하지 않을는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다음 대선에서는 대권을 위해 허망한 공약을 부풀리는 정치인들 보다는 대결과 갈등보다는 소통과 화합을 이루어가는, 그리고 과거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할 줄 아는 그런 강남 좌파 (또는 우파)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젠 그 누구건 더 이상 진보의 집권을 말하거나 보수의 집권을 말해선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역설하는 문재인 등 친노 세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권이 나라를 망친다"고만 외쳐댈 게 아니라, 왜 노무현 정권 시절 반대파들도 그런 말을 했는지, 이명박의 지지율이 그래도 노무현의 재임 때보다 더 높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게 모두 조중동 탓인지, 우리는 선이지만 그들은 악이라는 것인지, 양쪽이 더불어 살 수 있게끔 하는 비전은 무엇인지, 이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진보건 보수건 그들은 이미 집권을 통해 처절한 실패를 온 국민에게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국민은 그들이 무슨 이유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인지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 '우파들의 반대와 저항 때문에' 또는 '좌파들의 반대와 저항 때문에'라는 이유만 지겹도록 들었을 뿐이다. 그게 진실이라면 양쪽 모두 어떻게 앞으로 그런 반대와 저항을 넘어서겠다는 말을 할 법도 한데, 또 이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다. 그저 양측 모두 목숨 걸고 상대편을 적대시하도록 부추기는 '증오 마케팅'의 현란한 쇼만을 원 없이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제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 보수건 진보건 집권을 말할 게 아니라 집권 이후 어떻게 소통과 화합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말해야 한다. -p405~406, 맺는말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 중에서
(출판사 제공도서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