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 배부른 세계의 종말, 그리고 식량의 미래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전은경 옮김 / 알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결의문 발표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도우려면 배만 불릴 것이 아니라 배를 불릴 수 있는 사람으로, 자기 소유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기 자신과 이웃을 부양할 수 있는 농민들로 만들어야 한다.' 자립을 위한 지원, 즉 낚시질을 가르쳐야 한다는 가난한 자들의 격언이 회의장에 퍼졌다. 배고픈 사람에게 생선 한 마리를 주면 그는 하루 동안만 배가 부르지만, 낚시질을 가르치면 늘 배부르다는 격언이다....(하지만) 세계식량회의는 어스름한 회랑이나 로비에서 일의 전개에 영향력을 미치는 다른 신호와 다른 관심사를 따랐다. 식량농업기구의 방향을 뒤에서 조종하는 정치적, 경제적 로비스트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p315

 분명 아직까지는 곡식의 생산량이 세계를 먹여 살릴만큼은 되는 듯 한데, 왜 인류의 절반은 굶주리고 있고, 기아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이 책이 제기한 인류의 식량문제를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먼저는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제목처럼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또는 '최근 곡물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탓던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물을 수도 있겠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21세기에는 인류의 식량난이 해결될 것인가?'라는 순진한 의문에서부터 현재의 세계가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분명 '21세기는 새로운 기아의 세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비관적인 생각까지 다양한 의문들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주변에 식량문제로 인한 위기가 닥치지 않았기에 마음에 여유가 조금 있을 수는 있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지구상의 곡물 - 즉 식량-이 사라지게 되는 이유들을 들어보면, 분명 식량문제에 대한 인류의 미래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식량은 왜 사라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많은 부분은 이미 우리가 들었던 이야기들의 반복입니다. 꼭 식량과 연관된 주제가 아니였고 또한 단편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후의 변화와 땅의 사막화, 육식의 증가에 따른 사육을 위한 곡물 사용의 증가, 바이오 연료와 경쟁하게 된 곡물시장의 사정, 대형화와 기계화 된 농업방식으로 인한 소농의 몰락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저런 문제들과 얽혀서 우리들의 귀에 익은 이야기들입니다. 다만 그것들이 이 책에서처럼 심각해지는 식량문제와 연관되어 한꺼번에 독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적이 많지 않았을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는 현재와 미래의 식량 위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가져오는 환경변화가 결국 많은 지역에서의 수확량 감소를 초래하고 직접적으로 기아와 연관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바람과 물에 의한 침식과 염분화로 인한 비옥한 토양의 감소, 농업에 필요한 물 비축량의 감소 및 낭비, 고성능 작물이나 대량 축산 등으로 인한 물사용량의 증가 및 종의 다양성 소멸, 그로 인한 질병에 대한 취약성 증가, 인류의 육식 소비 증가로 인한 곡물을 사용해야만 하는 대량 축산에 대한 의존성 증가, 바이오 연료에 대한 갈망과 환상으로 인한 곡물의 연료화 경향, 인구의 과도한 증가 등이 저자가 지적하는 최근의 세계 식량 위기의 원인들이자 미래 인류의 식량난을 부채질하는 원인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직접적인 원인들의 이면에 은밀히 존재하는 집권을 위해 식량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거부하고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이용하는 부도덕한 정권들, 지구 반대편의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녹색혁명 -농업의 대형화 상업화로 이해해도 될 듯-의 환상에 빠져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현실적인 개선안에 딴지를 거는 선진국들과 거대 농업 콘체른의 뻔뻔함, 선진국 등에서 식량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된 뒤에 농작물 등과 관련된 연구비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정상적인 연구를 시행할 수도 없고 획기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없게 된 현재의 상태, 식량문제를 해결했다고 환호했지만 결국 물부족 등의 문제를 더 부채질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진 자, 부유한 자들의 배만 불린 녹색혁명의 적나라한 실태 등에 대한 저자의 고발은 인류에게 닥친 식량문제에서 더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끔씩 식량 안보에 대한 논쟁이 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소한의 식량을 자급자족할 능력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식량이 넘쳐날 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곡물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꼼짝없이 거대 곡물 콘체른이나 식량 수출국의 횡포에 그대로 노출되어 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염려가 그러한 논쟁의 주요 요지일 것입니다. 그러한 문제 앞에서 각종 FTA 와 산업화의 진행으로 인해 갈수록 뒷걸음질하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리 희망적일 수는 없겠지만, 저자가 다룬 아프리카 등의 소농의 활성화 방안이나 임업과 농업의 혼농 성공 등의 다양한 사례들이 우리의 현실에서도 좀더 튼튼한 농촌의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08년의 식량위기가 우리에게 큰 생채기를 낸 것은 아닌 듯하지만, 그러한 영향력에서 우리나라라고 안전하게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설탕이나 밀가루 등의 몇몇 식료품의 가격 문제를 통해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그런 개별 문제를 난감하게 바라보던 우리의 시선을 더 근본적인 부분에 다가서게 하고, 그 문제가 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문제 제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선 미래의 식량 위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과 성공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저자의 성실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또한, 냉정하게 외면하는 것보다 나을수도 있지만, 우리가 가난한 나라를 돕겠다고 별 생각없이 보내는 헌옷가지가 그 나라의 영세한 사업가를 파산하게 만들수도 있고, 우리가 보내는 빵 한덩어리, 고기 한 조각이 현명하게 계획되지 않는다면 온갖 어려움 속에서 버티는 그 나라의 영세한 농부를 절망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항상 기억할 수 있기를....

 국제정치는 성경공부 모임이 아니다. 여기서는 영향력과 돈과 지위가 중요하다. 식량농업기구도 마찬가지다. 온갖 수단이 동원된다. -p327  

 (출판사 제공도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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