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질문입니까? -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최고의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던지는 60개의 질문과 천재적인 답변들
존 판던 지음, 류영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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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거 아는가? 세상이 정말로 흥미로워지는 시점은 바로 겉보기에는 무해한 일상적 질문 뒤에 숨겨진 생각과 쟁점을 탐구하기 시작할 때라는 것을. - p9,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달팽이도 의식이 있을까? 60여개의 질문 중에 가장 흥미롭고 눈에 뜨였던 질문이지만 막상 내 생각을 정리하려니 머릿속에서 "있을까? 없을까? 어떻게?" 등의 생각만이 이리저리 맴돌며 그럴 듯하게 정리된 생각이 만들어지질 않습니다. 저자가 말한대로 먼저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답을 해야 할 것이고, 또한 '그런 의식을 어떻게 우리가 파악할 것인가?'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의식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잔뜩 늘어 놓은 뒤에 '결국 우리는 달팽이의 의식에 관해서는 달팽이만큼도 모른다'고 손을 들어 버립니다. 분명 달팽이 나름의 세계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또한 우리가 의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어요'라고 간단히 넘어가 버리는 셈입니다. 무척 솔직한 답변이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사과란 무엇일까? How would you describe an apple? 처음 대할 때, 이 문제에 대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 듯 합니다. 빨간 모양의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물론 훨씬 큰것도, 더 작은 것도 있고, 청사과도 있지만...- 동그란 과일, 안은 하얗고 과즙은 달콤하기도 하지만 완전히 익지 않으면 신맛이 나기도 하는... 등등의 실제 과일로서의 사과에 대한 표현이 나의 대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사과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 사고의 단순함과 내 대답의 순진함(?)에 이내 부끄러움(?)이 솟아 납니다. 성경속에서는 인간을 유혹하기 위한 선악과였고, 뉴튼에게는 만유인력의 문제였으며, 빌헬름 텔에게는 아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한 과녁이었던 과일. 화가에게는 너무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정물의 대상이고, 수학자에게는 기하학적 관점에서 결코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는 '사과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복잡성을 지닌 대상이며, 식물학자에게는 배과 과일로 장미과의 사과 나무속에 속하는 ...이라는 설명으로 시작할 수 있는 과일. 요리사에게는 돼지고기 요리와 찰떡 궁합을 과시하는 과일이고, 과일 장수에게는 자신의 일용할 양식을 채워주는 상품이고, 아이폰의 애플에게는 세상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자신들이 상표..... 가장 고귀한 과일임에 틀림없지만, 인간의 역사 속에 아로새겨진 사과는 단순히 과일로서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넒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스스로 영리하다고 생각하나? 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옥스브리지의 면접관들이 입학 논술시험을 치르러 온 수험생에게 낸 60개의 문제들을 모아 놓고, 저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적절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 물음들에 대한 답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저자가 적은 대답은 차치하고서, 출제된 문제들만 먼저 들여다 보면 첫 질문이 풍기는 포스(?)처럼 까다롭고 이상하고 기이한 문제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 누군가가 그런 질문을 했다면, 조금 이상한 녀석 또는 엉뚱한 녀석으로 취급했을 수 있는 것들, 심하게 말하면 어딘가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을 만한 질문들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옥스브리지의 논술시험에 나왔다고 하니 감히 그런 식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일이고, 세상을 바라보고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 접근하는 우리 식의 방식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여하간 주어진 질문들이 교묘하고 기이한 만큼 수학 문제를 풀듯이 딱 떨어지는 답이 있을 수는 없는 문제이고, 중요한 것은 이 문제들을 대하면서 얼마나 다양하고 깊이있게 생각을 하고 주어진 주제에 대해 얼마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때로는 질문만큼이나 기이하고 교묘하며 재치있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런 기묘한 질문을 쏟아내는 면접관들의 관점도 정답을 찾아서 공부만 한, 성적은 좋지만 평범한 학생들 중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사고체계를 작동하여 깊이 있고 창의적인 사고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정신적인 예리함을 지닌 학생을 찾아내는 데 주안점이 주어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잠시 멈추어서서 생각하는 여유를 갖는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자신이 답한 질문들의 난해함과 그런 문제에 그럴 듯한 대답을 써 내려간 자신의 박학다심함이 아닌, 기묘한 문제들 앞에 서서 잠시 생각하며 그 문제들을 바라보노라면 세상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흥미로움을 갖는 것은 우리가 일상을 타성에 젖어서 흘려보내는며 무료하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그런 일상을 조그만 비틀어서 생각하고 호기심을 보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 주어진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지식과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의 문제라는 이야기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 나라에서 이 책이 흥미를 끌고 인기를 얻는다면, 결국은 생각의 즐거움을 얻는 신선하고 자극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는 의미에서보다는 입시와 면접이라는 지식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방편으로서의 기대감 때문이지 않을는지 하는 노파심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노파심과 별개로 이 책을 대하는 모든 이들이 -어른들도, 학생들도, 아이들도- 긴장을 풀고 마음 편히 자신만의 대답을 찾으며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독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만약에 영리함으로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없다면 허풍으로 당혹케 하라. - 미국 코미디언 '필즈' 

 (출판사 제공 도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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