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과 전설의 섬 브리튼으로의 여행
모리타 지미 지음, 김경화 옮김 / 푸른길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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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만 잘빠졌어도 좀더 사지 않았을까? 흔하지 않은 영국 전설 모음집인데. 특이하고 신비로운 일러스트에 지방별 전설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가고 싶어! 이런 젠장. 스코틀랜드, 웨일즈, 잉글랜드. 요정과 마녀와 아더왕과 기사들과 수도사와 성인과 악마와 기타등등이 지금도 여전히 살아숨쉬고 영향을 줄 것같은 이미지이다. rpg는 하지도 않으면서 이거 보고 세븐스씨를 떠올린 난 오덕인가? orz. 아니 세븐스씨가 아니더라도 마법사 노렐과 조나단 스트레인지, 해리포터, 유명항 아더왕 연대기 등등의 원초적인 모습이 담긴 영국판 전설따라 삼천리. 실제 여행기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간 동선을 참고해서 정말 전설따라 삼천리 여행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약도랑 교통편 따위를 넣었으면 좀더 리얼한 전설따라 삼천리가 되었을 것을.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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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고래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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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와 미즈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나 orz.
아무튼 츠지무라 미즈키의 차가운 학교~ 나, 밤과 노는 아이들로 말미암아 잔뜩 기대를 품고 보았던 책. 역시 재밌고, 그치만 무척 우울한 이야기였다. 말기 암에 걸린 채 사라져버린 아빠, 그리고 하나 남은 엄마마저 말기암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디에도 '조금 부재'인 '나'는 유리 다리를 건너듯 조심조심 세상을 겪어간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우울하다. 이 사람이 그려내는 인물상들이 실제 내 자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 꽤나 많아서 좌절하고 후벼파이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그래도 끝까지 읽어냈다.
오죽하면 미투데이에 "츠지무라 미유키의 얼음고래를 읽고 있는데 아 짜증난다. 이 사람의 글은 너무 내 마음을 파고들어서, 화가 나고 우울해지고 만다. 아침에 출근길에 읽을만한 책은 아니야."라고 올려놨을까.. orz
다 읽고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어서 일단 엄마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줬는데, 엄마도 한 50페이지정도 읽고는 나에게 말했다.“세상 살기도 팍팍한데 이런 우울한 건 읽지마.” “엄마, 끝은 나름 해피 엔딩이야.” “사라진 아빠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니?”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가.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거야.” 뭔가 대답이 마땅찮은 듯 했다.

그러고보니 지금 우리집 사정이랑 겹치는 부분이 좀 있어서 엄마가 읽기에도, 좀 힘겨울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응. 나도 그래서 읽기가 너무 힘겨웠다.

그렇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열심히. 열심히. 많은 상실과 절망과 괴로움과 '조금 부재'를 이겨내고서 아직 '조금 부재'인 나로선 부럽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기분이다.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읽어내면 나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라도 조금쯤은 괜찮지 않을까, 인생이란 게 어차피 '그래도 살아감'으로써 몰랐던 가치를 발견해나가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들, 친구들, 아이들,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고 하찮게 여겼던 그 인간 군상들에 사실은 모두 의미가 있고 개성이 있고 마음이 있음을 알게되는 장례식 때. 와 눈물났다. 사실은 그렇다. 그들은 '나'를 위한 들러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와 완전히 동떨어진 인간들도 아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기댈 수밖에 없다. 음.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없는 '함께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ps. 왠일로 미스터리가 없을까. 생각했던 나에게 반전으로 뒤통수를 쳐주시는 츠지무라 미즈키님. 이것으로 훌륭한 판타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힌트는 엄마와 나의 대화에서 내가 무척 찔렸다는 사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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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발레리 줄레조 지음, 길혜연 옮김 / 후마니타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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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라도 남겨놓자. 영풍문고에서 선 채로 후루룩 읽었던 책. 그렇게 어렵지 않고 흥미진진한 사회학 책이다. 논문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 아파트란 무엇인가. 아파트의 커뮤니티와 일반 단독주택이 모인 곳의 커뮤니티는 어떻게 다른가. 왜 우리 나라에서는 아파트가 현대 문명의 상징처럼, 중산층의 상징처럼 자리잡게 되었나. 왜 이나라에는 아파트가 그렇게나 우후죽순처럼 인기 만점으로 건설되고 있을까.

모든 답변을 주는 건 아니고, 이방인에겐 신기하고 미스터리한 일이지만 우리에겐 당연한 현상인 것도 있고 해서 새로운 지식의 수용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알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외부자의 시선으로 우리의 삶을 파헤치는 행위에는 너무 몰입해 있어서 스스로는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깨닫기 어려운 삶과 현실에 거리를 두고 성찰하게 하는 그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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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독일사 - 게르만 민족에서 독일의 통일까지 이야기 역사 10
박래식 지음 / 청아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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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냥 참고삼아 읽은 책은 리뷰를 잘 안하지만 혹시 몰라서 기록으로 남긴다. 그림이 많고, 지도가 많아서 나처럼 공간 지각이 부족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달까. 원래는 독일 농민전쟁의 토마스 뮌처를 조사하려고 한 건데, 그렇게 많은 내용이 들어 있지는 않고 게다가 그 사람자체가 약간 미스테리한 인물인 모양이어서 여기저기마다 학설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또 이것말고 다른 독일사 책들도 보았는데, 대부분 프로이센 제국이 등장한 이후의 이야기가 반이상이라서 중세시대, 종교개혁 당시의 이야기는 그리 자세하지 않다.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 같은 애들이 더 인기 많은 거야 이해하지만 말이지... 중세 독일의 대학들이나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좀더 많은 책이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그쪽 자료를 찾고 있으니까 부족해서 그런 거겠지. 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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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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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의 구조적 모순, 사회의 부조리에 일그러지고 파멸하고 마는 서글픈 사람들의 이야기와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앞을 보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중심을 가지고 빛을 발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서민들 이야기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미야베 미유키다운 작품.

추리 소설 아님. 시대 소설이며 괴기 소설임. 잊지 말 것.

오하쓰가 귀엽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쿄노스케가 정말 귀여워서 좋았다. 오하쓰+우쿄노스케 콤비시리즈를 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쿄노스케의 산학 실력을 보면 가히 QED의 토마 같은 느낌도 든다. 수줍고 일반 상식에 약하고 머리는 좋고 허약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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