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책 <무명천 할머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진우(제주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사무처장)
제주의 봄은 4.3과 함께 온다!
- 제주 4.3!
한반도 역사에 거의 기록이 없는 이야기, 중학교나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나와 있지 않다. 흔적이 있다면 제주 4.3 반란 사건으로 불리며 남로당 제주도당을 비롯한 빨갱이들이 무장하여 일으킨 반란 정도로 기술되고 있다.
제주도민 3만 명에서 9만 명이라는 엄청난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고 피해자만 존재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래서 《무명천 할머니》의 작가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역사가 온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하였다.
평생을 얼굴에 무명천을 두르고 살다 간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70여 년 전에 발생한 4.3 사건에 대한 제주민의 엄청난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작가와 글의 위대함이다.
- ‘무명천 할머니’는 제주의 아픈 얼굴이자, 한국 역사의 슬픈 얼굴이다
제주 사람들은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다. 특히 육지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정란희 작가는 제주 4.3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답사를 하였으며, 여러 토론을 통해 제주민의 삶을 이해하면서 한경면 판포리와 한림읍 월령리를 취재하고, 무명천 할머니와 관계된 어르신들과의 대담을 진행하였고,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들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결국, 이 무명천 할머니는 제주 4.3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한 피해자이다. 힘없고 연약한 여인이며 이념이나 사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소박한 제주민이다. 그는 왜 평생 무명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살아야 했을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제주 4.3의 민낯이다. 작가는 이 민낯을 마주하며 얼마나 많은 한숨을 내쉬었을까. 얼마나 많이 가슴을 쓸어내리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그들 앞에서 작가는 미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것이다. 그래서 무명천 할머니는 더더욱 제주의 아픈 얼굴이자, 한국 역사의 슬픈 얼굴이다.
- 제주에는 무명천 할머니들이 많다
역사는 거대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사실의 집합체로 단순화시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 위정자들의 야욕이 백성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조직적으로 은폐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4.3은 해방 후 제2차 세계 대전과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냉전 체제가 구축되기 시작한 시점이고, 중국의 내전과 일본의 전쟁 복구와의 관계 등 복잡한 시기에 발생하였다.
38선 이남에서는 미국이 원하는 정권을 세우고, 북쪽에서는 소비에트 연합이 원하는 정권을 세우는 과정에서 벌어진 제주의 집단 학살 사건이며, 미군정 시기에 국제연합의 결정에 따라 진행된 단독 선거와 단독 정부를 반대하며 한반도 민족의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의 꿈을 파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수많은 제주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통한의 삶을 살았다. 무명천 할머니도 그랬다. 무장대로 오인한 토벌대의 총탄에 맞아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아들이 집에 없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어머니, 이유 없이 끌려간 누이, 어머니를 찾으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다. 제주에는 한을 품고 사는 무명천 할머니들이 많다.
-그래도 봄은 70번째 찾아왔다
제주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 한마을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가해자가 있어 하는 수 없이 앞만 보며 살아왔다는 사람들.
그들은 이 봄에 이렇게 말한다.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유채꽃 피는 따뜻한 봄날에 이 책을 수많은 진아영 할머니들께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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