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책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정인(일러스트레이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아이가 침묵하는 것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음을 눈치 채야 한다.

 

어른들이 하는 흔한 실수는 아이들이 제 의사를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고 믿는 것이다. 아이들은 집 안팎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상황들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라고 어른들 멋대로 판단한다.

엄마가 몰래 운다는 걸 모를 거라고, 술 취한 아빠의 어깨가 들썩이는 걸 눈치 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따로 사는 아빠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치는 풍경에 마음이 아프고, 때때로 가족이 아닌 친구에게 더 큰 위로를 받는다는 걸 모른다. 아니, 모른 척하는지도 모르겠다.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의 주인공 루이도 자신을 둘러싼 암울한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아빠는 술을 끊지 못해 일상이 온전치 않고, 그로 인해 엄마 아빠는 따로 떨어져 산다. 첫사랑 빌리에게 고백하고 싶지만 선뜻 고백할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랑이 안 좋게 끝난다는 걸 부모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루이는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해맑은 동생이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상황을 선택할 수는 없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불편한 현실을 바꾸기엔 너무나 힘에 부친다. 아이들은 그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그 세계를 받아들일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매 순간 제 방식대로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루이의 침묵의 언어를 눈치 채지 못하더라도 루이는 자란다. 아이들보다 성숙하다고 믿는 어른들의 어리석음에 상처를 받지만, 그래도 루이는 자란다.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아픈 기억으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글 작가 패니 브리트는 루이가 아픔 속에서 조용히 성장하는 모습을 간결한 언어로 전하고, 이자벨 아르스노의 그림은 언어의 폭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보탠다.

 

성장하는 아이들은 상처를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세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지금의 시간을 아이로 살고 있는 그들이 빛나는 이유다. 그곳에서 너무 멀리 와 버린 어른들과, 상처를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이 책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를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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