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책 <이대열 선생님이 들려주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경은(조선일보 기자)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어린이의 뇌과학 필독서”
‘이대열 선생님이 들려주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여러분의 뇌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인공지능이 뇌의 어떤 비밀을 훔쳤는지 명쾌하게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예일 대학교 석좌교수 이대열 선생님이 어린이를 위해 특별한 수업을 준비했어요.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오직 인간의 뇌만 가진 진정한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어린이들의 궁금한 질문에 이대열 선생님은 알고리듬, 화성 탐사 로봇, 인공 신경망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소재들을 다룬 신기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답을 들려줍니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뇌와 지능, 몸과 마음, 생명과 진화의 의미를 탐색하며 경이로운 뇌과학의 세계로 첫발을 들어놓을 수 있어요. 삶의 조건이 바뀌는 시대에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자신만이 하는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이세돌과 커제 9단을 이기고 ‘바둑의 신’ 경지에 오른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알파고의 최신 버전인 ‘알파고 제로(Zero)’는 강아지가 훈련하듯 바둑 기보(棋譜)를 학습했어요. 강아지에게 명령만 하면 별 효과가 없어요. 잘하면 간식을 주고, 못하면 외면하고, 그러면 강아지가 알아서 스스로 배워요.


질문! 개와 고양이 중 누가 더 똑똑할까요? ‘똑똑함’을 다른 말로 ‘지능’이라고 해요. 뇌가 없는 생물도 지능이 있을까요? 세포가 하나인 대장균은 후진을 못해요. 앞으로만 죽죽 나아가다 주변에 자기가 좋아하는 설탕 같은 영양분이 있으면 그대로 계속 직진해요. 영양분이 없으면 팔딱팔딱 뒹굴어서 딴 방향으로 가지요. 원하는 환경을 찾을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해결 방법이에요. 단세포 생물이 이런 알고리즘(생명체나 컴퓨터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과 절차)을 갖고 있다는 건, 세포 하나만 있으면 최소한의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대장균에게 지능이 있다고 해도 그보다 훨씬 큰 뇌와 신경계를 가진 문어나 원숭이만큼 똑똑할까요? 지능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 어려운 문제를 거뜬히 푸는 능력이라면 알파고는 엄청난 지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어요. 바둑은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알파고는 할 줄 아는 게 바둑밖에 없어요. 이세돌 9단만 이길 줄 알지 축구도 못하고, 청소도 못하고, 저녁 식사 메뉴도 정하지 못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접하는 문제는 그때그때 변해요. 답이 정해진 것도 아니지요. 뛰어난 지능은 다양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이랍니다. 지능과 아이큐(IQ·지능지수)는 달라요. 지능지수는 기억력이나 계산력, 추리력 등 몇 가지 능력만 측정하려고 만든 시험이라서 그저 점수에 불과해요. 그러니 지능지수가 좀 낮아도 실망하지 마세요. 알고 보면 인간의 뇌는 스마트폰 3만 대와 맞먹는다는 사실! 우리 뇌가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그 가능성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건 바로 여러분에게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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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책 <특종! 수상한 기자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임중혁(빨간소금 대표)


요즘엔 뉴스가 차고 넘친다. 세상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만큼 뉴스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정확히는 뉴스를 내보내는 미디어가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즉 뉴스를 만드는 곳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 결과 비슷한 내용의 뉴스도 많고 잘못된 뉴스도 많다. 심지어는 가짜 뉴스도 있다. 이제는 ‘사실과 진실’을 밝히는 데 있어서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양심 내지 윤리를 따지고만 있을 겨를이 없다. 뉴스 소비자들이 현명해져야 한다.


소비자로서 뉴스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여러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경험이다. 세상 경험이 많으면 거짓 뉴스에 현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어른보다 상대적으로 인생 경험이 적은 어린이청소년은 꽤 불리한 처지에 놓인 뉴스 소비자다. 《특종! 수상한 기자들》은 이런 어린이청소년이 현명한 독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좀 색다르다. 어떻게 하면 뉴스를 잘 받아들일까보다, 기자와 언론사, 즉 뉴스 생산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기자들이 하는 말을 믿어도 될까요?”
“신문사는 어떻게 돈을 벌어요?”
“기자들은 왜 실수를 할까요?”


상품의 제작 의도와 과정 따위를 알면 상품에 대한 이해가 당연히 높아진다. 뉴스가 상품인 현대사회에서 뉴스도 마찬가지다(실제로 이 책의 저자들은 뉴스를 상품이라고 전제하고 글을 풀어낸다). 뉴스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의도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를 알면 뉴스를 대하는 태도가 바뀔 수밖에 없다.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눈으로 보려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어린이청소년 때부터 이런 훈련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언론’은 어린이청소년 책의 단골 메뉴다. 이 책도 소재로는 별 차별성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책은 디테일이 아주 잘 살아있다. 여느 책에서 볼 수 없는 구체적인 질문과 그보다 더 구체적인 답변이 있다. 그리고 그 답변을 뒷받침하는 팩트들은 매우 ‘요즘 것들’이다(세계 최고의 뉴스메이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이 출연한다). 따라서 생생하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까닭은 바로 저자들이 ‘기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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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책 <다윈 할아버지의 진화 이야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신규진(과학교사, 교육서 작가)


생명의 아름다움을 이처럼 뭉클하게 담아 낸 책은 만난 적이 없다. 빛깔 고운 배아가 자라나 고귀한 생명들이 탄생하니, 예쁜 선충이 되고 유선형의 물고기가 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 생명은 모두 한 가지에서 비롯되었음을 구구절절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러하다는 것을 단박에 느끼도록 하는 신비한 책이다. 이중나선 DNA가 우주의 빛처럼 눈부시게 반짝인다. 그 속의 유전정보가 대를 이어가며 작은 변이가 누적되고 이것이 진화의 여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따뜻한 시처럼 담겨 있다.


작가 파올라 비탈레는 최고 경지에 오른 학자임에 틀림없다. 다윈의 벽돌같이 두꺼운 책을 단 몇 줄의 글로 크리스마스카드처럼 선명하게 전해주니 정말 대단하다. 작가 로사나 부쉬의 그림은 더욱 놀랍다. 첫 장부터 끝장까지 예술 그 자체다. 미적인 아름다움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생명과학에 대한 그의 철학과 깊은 해석이 담겨 있어 감탄이 절로 난다.


나의 감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책은 경쟁하며 늙어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엄마의 뱃속 같은 위안과 평화를 느끼게 할 것이다. 매혹적인 글과 그림으로 생명의 아름다움과 공존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두 작가에게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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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책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은유(초록우산어린이도서관 사서)


진아의 길 찾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에는 저마다의 길이 있다. 그리고 그 길의 중심엔 ‘나’라는 존재가 있다. ‘내’가 길의 출발이자 끝인 셈이다. 길 위에서 나는 부모님을 만나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하며 선생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 사람에 따라 그 길의 모습이 달라지며 내 존재의 무게도 달라진다. 황선미의 세 번째 관계 동화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은 이러한 길 이야기이다.


책 속의 주인공인 진아는 관계라는 길 위에서 새엄마, 선생님, 반 친구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진짜 나’를 찾아간다. 진아는 다른 아이보다 더딘 소연이의 도우미를 떠넘기듯이 부탁한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넌 착하니까.”란 꼬리표대로 휩쓸리며 마음에 상처를 키워나간다. 이 동화는 내성적인 진아의 성격에 걸맞게 ‘비밀 일기장’이란 소재를 가져와 그곳에 진아의 진심을 털어놓게 한다. 사실 이 책 전체가 진아의 비밀 일기장처럼 여겨져 가슴이 아려온다.


선생님의 무신경한 처사나 답답한 소연이의 행동, 반 아이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진아와 함께 버거워하고 속상해하고 화가 나는 것은 진아가 독자들에게만큼은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진아의 마음에 공감하며 진아만의 길 찾기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아의 길 찾기는 관계를 벗어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사실,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관계의 길이 구불구불하고, 막혀 있으며, 오르막이고, 커다란 강이 있다고 해도 그 종착지가 ‘나’ 그리고 ‘우리’로 가 닿는 일이라면 가야만 한다. 진아가 ‘김소연진아’가 아니라 ‘이진아’라는 온전한 이름을 갖기 위해선 관계라는 길 위에서 맞닥뜨리는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찾은 뒤 ‘김소연진아’가 아닌 ‘김소연과 이진아’로 새로운 관계가 맺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일을 온전히 진아만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이 바로 이 동화가 갖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절대적 존재로 비춰지고 실수하지 않을 것 같은 선생님이 ‘도우미’라는 선한 일을 부탁(사실은 지시였지만)하는데 하나처럼 거절할 아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동화에선 선생님도 실수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그리고 사실은 소연이가, 친구의 도움 정도가 필요한 아이가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였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해 가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 빛나는 지점이다. 그리고 친구 정우가 용기를 내 선생님한테 건넨 편지가 아니었다면, 진아는 아직도 끙끙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관계 안에서 진아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장의 열쇠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없을 때 자란다. 그래서 더욱 어른들이 길 어디쯤에서 손을 잡아줄지, 등을 밀어주고 토닥여 줘야 할지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이 막막한 길이 나오더라도 자랄 힘이 생긴다. 이러한 중요성을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해도 아직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높고 대단한 존재다. 그런 선생님과의 관계, 그리고 다양한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기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다만, 아이에게만 권하지 말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길 권한다. 동화와 카운슬링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책은 흔치 않다. 동화 뒤에 덧붙인 이보연 아동심리전문가의 글 역시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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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책 <울음소리>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조은수(작가)


굳은 마음을 찢는 새로운 방식
비닐로 꽁꽁 싸인 책이 도착했다. 책은 얼핏 보기에 무슨 상자처럼 생겼다. 비닐을 찢어서 안을 펼쳐 보기 전에는 당최 무슨 정체인지 알 수 없다. 겨우 비닐을 뜯었는데 산 넘어 산이다. 무슨 그림책에 야릇하게 생긴 설명서까지 있다. 이러저러하게 보라는 독서 내비게이션. 한참 설명서를 노려보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책을 한 장씩 신중하게 펼쳐본다. 틀리면 안 되니까 조심조심.


내가 사는 아파트와 아주 비슷한 모습. 노란 얼룩. 처음엔 점에 가깝다가 연두색으로 부풀었다가 파란색, 보라색, 마지막 선홍색이 되면 괴물처럼 커다랗게 건물을 덮고 있다. 그리고 뒷장의 무언가가 슬쩍 보인다.


사실 뒷장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얼룩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 왜냐면 그 얼룩의 정체를 확인하면 내 평온한 일상이 흔들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더군다나 폭염주의보까지 뜨지 않았는가! 이런 날 땀을 빼고 싶지 않다. 소파와 일체형이 된 내 편안한 일상을 1도 내주고 싶지 않다.


그때 악! 비명 소리가 아파트 마당에서 올라온다. 몸을 일으키기 싫다. 하지만 처음 주저하며 비닐을 찢을 때부터 알아봤다. 저 얼룩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고는 내 평온한 일상이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무거운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나가 비명의 진원지를 확인한다.


이 책의 방식이 아주 굳고 무거운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울음소리>는 힘들여 비닐을 찢게 만들고, 주의를 기울여 설명서를 읽게 만들고,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펼쳐보게 만든다. 그러는 동안 단단하게 굳었던 근육이 풀어지듯이 딱딱하게 굳은 마음 한 조각이 슬슬 흔들린다. 책을 보는 방식 자체로 우리에게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거는 그림책.


독자 모두를 조그만 단서를 좇아가며 결국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탐정이 되도록 이끄는 자그마한 실험 그림책. 이 더운 여름에 그림책 한 권을 신중하게 펼치는 진땀을 흘려보기를 모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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