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책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은유(초록우산어린이도서관 사서)
진아의 길 찾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관계에는 저마다의 길이 있다. 그리고 그 길의 중심엔 ‘나’라는 존재가 있다. ‘내’가 길의 출발이자 끝인 셈이다. 길 위에서 나는 부모님을 만나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하며 선생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 사람에 따라 그 길의 모습이 달라지며 내 존재의 무게도 달라진다. 황선미의 세 번째 관계 동화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은 이러한 길 이야기이다.
책 속의 주인공인 진아는 관계라는 길 위에서 새엄마, 선생님, 반 친구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진짜 나’를 찾아간다. 진아는 다른 아이보다 더딘 소연이의 도우미를 떠넘기듯이 부탁한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넌 착하니까.”란 꼬리표대로 휩쓸리며 마음에 상처를 키워나간다. 이 동화는 내성적인 진아의 성격에 걸맞게 ‘비밀 일기장’이란 소재를 가져와 그곳에 진아의 진심을 털어놓게 한다. 사실 이 책 전체가 진아의 비밀 일기장처럼 여겨져 가슴이 아려온다.
선생님의 무신경한 처사나 답답한 소연이의 행동, 반 아이들의 이기적인 태도에 진아와 함께 버거워하고 속상해하고 화가 나는 것은 진아가 독자들에게만큼은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진아의 마음에 공감하며 진아만의 길 찾기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진아의 길 찾기는 관계를 벗어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사실,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하다. 관계의 길이 구불구불하고, 막혀 있으며, 오르막이고, 커다란 강이 있다고 해도 그 종착지가 ‘나’ 그리고 ‘우리’로 가 닿는 일이라면 가야만 한다. 진아가 ‘김소연진아’가 아니라 ‘이진아’라는 온전한 이름을 갖기 위해선 관계라는 길 위에서 맞닥뜨리는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찾은 뒤 ‘김소연진아’가 아닌 ‘김소연과 이진아’로 새로운 관계가 맺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일을 온전히 진아만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이 바로 이 동화가 갖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절대적 존재로 비춰지고 실수하지 않을 것 같은 선생님이 ‘도우미’라는 선한 일을 부탁(사실은 지시였지만)하는데 하나처럼 거절할 아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동화에선 선생님도 실수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그리고 사실은 소연이가, 친구의 도움 정도가 필요한 아이가 아니라 좀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였다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해 가는 것도 어른의 역할이 빛나는 지점이다. 그리고 친구 정우가 용기를 내 선생님한테 건넨 편지가 아니었다면, 진아는 아직도 끙끙 앓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관계 안에서 진아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장의 열쇠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없을 때 자란다. 그래서 더욱 어른들이 길 어디쯤에서 손을 잡아줄지, 등을 밀어주고 토닥여 줘야 할지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이 막막한 길이 나오더라도 자랄 힘이 생긴다. 이러한 중요성을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해도 아직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높고 대단한 존재다. 그런 선생님과의 관계, 그리고 다양한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기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 바란다. 다만, 아이에게만 권하지 말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길 권한다. 동화와 카운슬링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책은 흔치 않다. 동화 뒤에 덧붙인 이보연 아동심리전문가의 글 역시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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