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병원에 간 니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한상원(세브란스 어린이 병원장)


이 그림책은 작가 마틸다 루타가 병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주고받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두 갈래 머리를 한 소녀가 안내하는 병원 주변을 따라 마치 시와도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병원 밖 숲에는 새들이 산다. 새들은 아이들의 아픈 기억을 모두 가져가서 밤에 아이들이 편히 잠들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병원이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하는 곳이 아니라 평화롭고 고요한 곳임을 일러 줌과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공존하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또 하나의 사회를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어린이병원의 질서와 규칙을 배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픔을 견디고 주변의 따뜻한 위로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그림책은 놀이 공간과 체험을 통해 병원이 무서운 곳이 아니라 친근한 공간임을 일깨워 준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병원 풍경이 특별한 날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병원에는 아픈 사람들도 있지만 아픈 사람들을 돌봐주는 가족들과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는 의사도 있고 병원에는 혼자 힘으로 잘 움직일 수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시고 이제 막 태어난 아가도 있다는 것을. 한편, 무서워서 싫다고 발버둥 치지만 막상 지나고 보면 주사는 그렇게 위험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아파서 기운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 과정을 잘 견디고 나면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는 것도 배운다.


‘어른의 눈과 마음으로는 병원에 대하여 어린이가 가지는 두려움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의 생각으로 어린이에게 위안이 되는 말과 행동을 만들기란 불가능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작가가 놀이치료를 통하여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 예쁘게 풀어나감으로써 어린이가 병원을 친근한 객체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자 한 의도가 녹아져 있다. 세브란스어린이병원에서도 놀이치료를 하고 있고 어린이 정서에 더 충실한 맞춤 기관이 되기 위하여 놀이장소를 증설공사 중인데, 작가와 출판사의 의도에 많이 공감하고 어린이를 위한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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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백도흠(한밭여자중학교 교사)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시선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시선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저는 그중에서 언제나 밝게 웃음 짓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시선이 부럽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에도 다채로운 색감과 생명력을 부여하는 아이들의 시선은 어른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시선, 그것은 바로 상상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에는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과 상상력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소설은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흥미로운 판타지입니다. 현대의 한 박물관을 배경으로 평범한 소녀 ‘오필리아’의 성장과 모험을 담은 이야기지요. 박물관은 저마다의 역사와 사연이 담긴 물건들이 가득해 특히 어린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이야깃거리가 가득한 장소입니다. 동화 『눈의 여왕』과 박물관이라는 배경, 그리고 여기에 순수한 상상력이 어우러지자 매혹적인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오필리아는 얼마 전에 엄마를 잃은 아이입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힘들어하던 어느 날, 한 박물관의 전시를 맡게 된 아빠를 따라 겨울 도시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박물관에서 눈의 여왕에게 사로잡혀 있는 한 소년을 만나 세상을 구하기 위해 도와달라는 말을 듣게 되지요. 그리고 오필리아와 소년은 상상력이 가득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결국 오필리아는 용기란 세상과 혼자서 맞서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이 소설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현대적인 관점으로 변주해 냈고, 오필리아의 이야기 속에서 소년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됩니다. 오필리아는 엄마의 부재가 누구보다 힘겨웠지만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홀로서기를 해 나가고 소년 또한 자신의 삶 속에 내내 드리운 변화와 사라짐의 두려움을 조금씩 극복해 나갑니다. 둘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주며 우정과 의지를 보여줍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유기적으로 기능하며 서로를 보충합니다. 판타지 특유의 긴장과 재미 속에서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가치들을 던져주며 마지막 장까지 독자들을 숨 가쁘게 인도합니다.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아이들은 또 눈을 반짝이며 그들만의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겠지요. 끝없는 상상력은 그들만의 특권이자 무기입니다. 추운 겨울이 매력적인 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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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리 땅 곤충 관찰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재천(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국립생태원장)


아이가 곤충을 통해 자연 속에서 놀면서 배우도록 해 주세요

곤충은 매우 지혜로운 생물입니다. 믿기지 않는다고요? 두뇌라고 해 봐야 좁쌀이나 쌀알보다 더 작을 텐데 지혜롭다니요. 그럼 이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실래요?

어느 곤충은 나무에 떨어진 새똥을 똑 닮아 배고픈 사냥꾼의 눈을 피해요. 또 어느 곤충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구별이 안 되어서 적들의 눈에 띄지 않지요.

인간 세계의 엄마, 아빠처럼 정성스레 자식을 돌보는 곤충도 있답니다. 물론 알을 많이 낳아 놓고는 나 몰라라 사라지는 곤충이 대부분이지만, 알과 애벌레 곁을 지키며 보살피는 엄마 곤충도 제법 많아요. 드물지만 아빠가 엄마보다 더 열심히 아기를 돌보는 곤충도 있고요.

어때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곤충이지만 험한 자연 속에서 제 목숨을 이어 가고 자손을 많이 퍼뜨릴 수 있도록 누구보다도 더 현명하고 똑똑한 꾀를 낸답니다.

지구에는 줄잡아 100만 종이나 되는 곤충들이 살고 있어요. 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다 보니 곤충의 세계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무척 신기해요.

정부희 선생님은 이런 곤충들과 그 세계를 찾아 발로 뛰는 자연학자입니다. 얼마나 부지런한지 이 땅 위에 자기 발자국을 찍지 않은 곳이 그리 많지 않을 정도예요. 정부희 선생님은 우리 강산 곳곳에서 실제로 곤충들이 어떻게 사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곤충들의 삶을 여러분에게 들려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곤충의 밥상》, 《곤충들의 수다》, 《곤충 마음 야생화 마음》 등 어른을 위한 곤충기를 이미 여러 권 써냈고, 이제는 자라나는 어린이에게도 신비한 곤충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눈높이를 맞추어 이 책을 냅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가 감성과 인성이 더 훌륭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지적 능력도 훨씬 탁월합니다.

아직은 뛰어놀 시간이 있는 초등학생과 이제 곧 자유학기제를 맞는 중학생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부모님께는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자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를 권합니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아이의 지능도 높아진다니 이런 걸 두고 일거양득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배우는 줄 몰랐는데 어느새 배웠더라.’ 제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학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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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먼저 온 미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윤은정(평화디딤돌 사무처장)


서울까지 하루면 닿을 거리지만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그 길 위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평생을 나누어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겪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은별이가 엄마를 잃은 것처럼 가족이 헤어져 생사를 모르게 되는 일도 흔히 일어납니다.
몇 개의 국경을 넘나들며 어렵사리 남한 땅에 도착한 탈북 가족들의 삶 역시 쉽지 않습니다. 같은 말을 쓰지만 외국어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어린아이가 세상을 배워 가듯 낯선 문화를 익혀 가야 합니다. 어느 어머니는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고 나올 때 밥가마(전기밥솥)를 선물로 받았는데 막상 밥을 하려고 보니 전기 코드가 없었답니다. 밥솥을 들고 슈퍼마켓에 가서 밥가마 코드를 달라고 하니 어리둥절해하던 주인이 밥솥 밑에 감겨 있는 코드를 찾아 주었답니다. 또 어떤 아주머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기가 부끄럽고 민망해서 시장에 가도 아는 채소만 사다가 같은 반찬만 내내 해 먹었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상의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정체성에 관한 것입니다. 은별이 반 친구들이 은별이에게 계속 묻는 것도 그러니까 ‘넌 누구냐’는 것입니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서 왔으니까 넌 나빠!”
어느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아홉 살 아이가 공부방 친구에게 들은 말입니다. 아이들 말이라 더 직설적일 수 있지만, 고향이 북쪽이라는 이유로 북한이탈주민들은 종종 북한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대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혀 봐야 좋은 소리, 달가운 눈길을 받지 못하니까 때로는 조선족인 척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끼리는 피하거나 숨길 수가 없습니다.
4학년이 된 막내의 눈빛에서 적대감이 느껴져 걱정하던 어느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친구들 엄마는 상냥한데 우리 엄마는 늘 화난 것처럼 말하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그 아이는 생각했습니다. 막내는 남한에 와서 태어났기에 우리 가족은 북에서 왔다는 말을 따로 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망설이다 말합니다. 엄마와 아빠, 형의 고향은 북한이라고. 그래서 북한 사투리와 억양 때문에 엄마가 말하는 게 화난 것처럼 들리는 거라고. 그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가족의 고향이 북한이라는 말에 아이의 눈빛이 변하는 걸 엄마는 느꼈답니다. 순간에 모든 의혹이 풀리면서 엄마를 다 이해했다는 눈빛으로 변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울었습니다.
‘진작 말했더라면 아이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진 않았을 것을…….’

북한이탈주민들이 진정 ‘먼저 온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고향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우선 돼야겠지요.
제가 탈북 가족들을 만나며 함께 느낀 아픔과 안타까움, 그럼에도 기대하는 희망이 『먼저 온 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반가웠습니다. 은별이 가족이 고향을 떠나 남한에 오기까지의 고된 여정과 남한에 와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 가는 모습은 탈북 가족들이 실제로 겪는 일들입니다. 이 책을 통해 북쪽이 고향이란 이유로 북한 이탈 주민들에게 던져지는 오해와 편견, 그리고 차별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북한이탈주민들도 좀 더 행복한 삶을 찾아 은별이네처럼 국경을 넘는 결단을 합니다. 은별이 가족처럼 북한이탈주민들을 진정 ‘먼저 온 미래’라고 여긴다면, 우리는 은별이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지요. 어린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2만 8천여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진정한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데 『먼저 온 미래』가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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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모두에게 배웠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백창화(숲속작은책방 책지기)

 

“우리가 찾는 그 아이, 흔히 볼 수 없는 그 아이”
사뿐사뿐 아이가 담장을 따라 걷습니다. 화들짝 놀란 엄마의 목소리가 뒤따르겠죠.
“안돼”.
후다닥 달려서 울타리를 뛰어 넘는 아이, 그보다 먼저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달려옵니다. “안돼”.
이얏, 끙 끙...어느 새 아이는 커다란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네요. 손사래를 치며 내쉬는 엄마의 한숨 소리.


언젠가부터 우리 어린 아이들은 맘대로 걷거나 뛰거나 솟구쳐 오르는 걸 잊었습니다. 대신 아이들은 이 모든 걸 글로 배우지요.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서 엄마가 이끄는 대로, 선생님 목소리를 따라.


배운다는 것, 그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학자 엄기호 씨는 ‘어느 순간 공부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외려 삶을 질식시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공부 중독-위고출판사)고 합니다. 학생들은 ‘배우긴 배우는데 뭘 배우는지 모르겠고 배웠기는 배웠는데 할 줄 아는 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렇게 공부를 통한 배움과 성장이 사라진 현실에서 고미 타로의 그림책은 아픈 울림입니다.


고미 타로 책은 원래 좋아합니다. 무겁지 않고 단순한 그림, 그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독특한 아이디어는 마치 머릿 속에 반짝 전구가 켜진 듯한 느낌을 받게 하지요. ‘모두에게 배웠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걷는 건 고양이에게 배우고, 뛰어넘는 건 강아지에게 배우고, 나무 타기는 원숭이에게 배운 아이. 일상이 곧 배움이며, 삶이 곧 성장인 이 맑은 아이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늘을 나는 건 배우지 못했지만, 작은 새에게 노래 부르는 걸 배웠다고. 원래부터 생각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아이, 자유롭게 세상을 배워가는 이 아이는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자라주었으면 하고 꿈꾸는 아이의 모습이 여기 있습니다. 넘어지면서 배우는 아이, 거침없이 달리며 성장하는 아이, 책상 앞에서 머리로만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들판에서 비바람 맞으며 꽃피울 줄 아는 아이, 무엇보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갈 줄 아는 아이, 그러나 세상에 흔히 없는 그 아이. 우리가 찾는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얼까,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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