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먼저 온 미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윤은정(평화디딤돌 사무처장)


서울까지 하루면 닿을 거리지만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리는 그 길 위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평생을 나누어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슬픔을 겪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은별이가 엄마를 잃은 것처럼 가족이 헤어져 생사를 모르게 되는 일도 흔히 일어납니다.
몇 개의 국경을 넘나들며 어렵사리 남한 땅에 도착한 탈북 가족들의 삶 역시 쉽지 않습니다. 같은 말을 쓰지만 외국어처럼 이해하기 어렵고, 어린아이가 세상을 배워 가듯 낯선 문화를 익혀 가야 합니다. 어느 어머니는 하나원에서 정착 교육을 받고 나올 때 밥가마(전기밥솥)를 선물로 받았는데 막상 밥을 하려고 보니 전기 코드가 없었답니다. 밥솥을 들고 슈퍼마켓에 가서 밥가마 코드를 달라고 하니 어리둥절해하던 주인이 밥솥 밑에 감겨 있는 코드를 찾아 주었답니다. 또 어떤 아주머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기가 부끄럽고 민망해서 시장에 가도 아는 채소만 사다가 같은 반찬만 내내 해 먹었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일상의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정체성에 관한 것입니다. 은별이 반 친구들이 은별이에게 계속 묻는 것도 그러니까 ‘넌 누구냐’는 것입니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서 왔으니까 넌 나빠!”
어느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아홉 살 아이가 공부방 친구에게 들은 말입니다. 아이들 말이라 더 직설적일 수 있지만, 고향이 북쪽이라는 이유로 북한이탈주민들은 종종 북한을 대표하는 사람처럼 대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혀 봐야 좋은 소리, 달가운 눈길을 받지 못하니까 때로는 조선족인 척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끼리는 피하거나 숨길 수가 없습니다.
4학년이 된 막내의 눈빛에서 적대감이 느껴져 걱정하던 어느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친구들 엄마는 상냥한데 우리 엄마는 늘 화난 것처럼 말하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그 아이는 생각했습니다. 막내는 남한에 와서 태어났기에 우리 가족은 북에서 왔다는 말을 따로 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망설이다 말합니다. 엄마와 아빠, 형의 고향은 북한이라고. 그래서 북한 사투리와 억양 때문에 엄마가 말하는 게 화난 것처럼 들리는 거라고. 그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가족의 고향이 북한이라는 말에 아이의 눈빛이 변하는 걸 엄마는 느꼈답니다. 순간에 모든 의혹이 풀리면서 엄마를 다 이해했다는 눈빛으로 변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울었습니다.
‘진작 말했더라면 아이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진 않았을 것을…….’

북한이탈주민들이 진정 ‘먼저 온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고향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우선 돼야겠지요.
제가 탈북 가족들을 만나며 함께 느낀 아픔과 안타까움, 그럼에도 기대하는 희망이 『먼저 온 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반가웠습니다. 은별이 가족이 고향을 떠나 남한에 오기까지의 고된 여정과 남한에 와서 새로운 사회에 적응해 가는 모습은 탈북 가족들이 실제로 겪는 일들입니다. 이 책을 통해 북쪽이 고향이란 이유로 북한 이탈 주민들에게 던져지는 오해와 편견, 그리고 차별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북한이탈주민들도 좀 더 행복한 삶을 찾아 은별이네처럼 국경을 넘는 결단을 합니다. 은별이 가족처럼 북한이탈주민들을 진정 ‘먼저 온 미래’라고 여긴다면, 우리는 은별이 가족이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지요. 어린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2만 8천여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진정한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데 『먼저 온 미래』가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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