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 책 <모두에게 배웠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백창화(숲속작은책방 책지기)
“우리가 찾는 그 아이, 흔히 볼 수 없는 그 아이”
사뿐사뿐 아이가 담장을 따라 걷습니다. 화들짝 놀란 엄마의 목소리가 뒤따르겠죠.
“안돼”.
후다닥 달려서 울타리를 뛰어 넘는 아이, 그보다 먼저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달려옵니다. “안돼”.
이얏, 끙 끙...어느 새 아이는 커다란 나무를 타고 오르고 있네요. 손사래를 치며 내쉬는 엄마의 한숨 소리.
언젠가부터 우리 어린 아이들은 맘대로 걷거나 뛰거나 솟구쳐 오르는 걸 잊었습니다. 대신 아이들은 이 모든 걸 글로 배우지요. 가만히 책상 앞에 앉아서 엄마가 이끄는 대로, 선생님 목소리를 따라.
배운다는 것, 그건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회학자 엄기호 씨는 ‘어느 순간 공부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외려 삶을 질식시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공부 중독-위고출판사)고 합니다. 학생들은 ‘배우긴 배우는데 뭘 배우는지 모르겠고 배웠기는 배웠는데 할 줄 아는 건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렇게 공부를 통한 배움과 성장이 사라진 현실에서 고미 타로의 그림책은 아픈 울림입니다.
고미 타로 책은 원래 좋아합니다. 무겁지 않고 단순한 그림, 그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독특한 아이디어는 마치 머릿 속에 반짝 전구가 켜진 듯한 느낌을 받게 하지요. ‘모두에게 배웠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걷는 건 고양이에게 배우고, 뛰어넘는 건 강아지에게 배우고, 나무 타기는 원숭이에게 배운 아이. 일상이 곧 배움이며, 삶이 곧 성장인 이 맑은 아이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늘을 나는 건 배우지 못했지만, 작은 새에게 노래 부르는 걸 배웠다고. 원래부터 생각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아이, 자유롭게 세상을 배워가는 이 아이는 아무래도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자라주었으면 하고 꿈꾸는 아이의 모습이 여기 있습니다. 넘어지면서 배우는 아이, 거침없이 달리며 성장하는 아이, 책상 앞에서 머리로만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들판에서 비바람 맞으며 꽃피울 줄 아는 아이, 무엇보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갈 줄 아는 아이, 그러나 세상에 흔히 없는 그 아이. 우리가 찾는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얼까,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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